세상에 많고 많은 과학(자)들

임지한 '과학하는 마음'

by myung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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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에 대한 내 상식과 달리, 임지한은 '과학하는 마음'(제철소)에서 '과학'과 '공학'에 엄격한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는 "공학이 과학의 응용이라는 생각은 더는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고 적는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론만을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스스로 실험하고 기기를 제작한다. 칠판에 복잡한 수식을 적어 내려 가거나, 심지어 안락의자에 앉아 광대한 두뇌 속의 복잡한 사유로 과학을 하는 이미지와 달리, 과학자는 "여러 행위자들의 협동을 요구"하는 실험을 하고, 이 실험에는 기기 제작자, 조작자, 분석자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개입된다. "기존 과학이 자연에 숨겨진 진리를 추구하는 소수의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실험실에서 특정한 물리적 조건을 만들어 그 속에서 자연의 여러 속성을 드러나게 하는 인간의 활동이 된 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임지한은 다양한 분야의 한국 과학자들을 찾아 인터뷰하며 "소수의 천재가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다수의 과학자가 일상의 실험과 사유 속에서 보여주는 마음과 실천을 통해서 비로소 과학의 참된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덕분에 '과학하는 마음'은 과학과 공학을 아우르는 생소한 분과 젊은 과학자의 연구와 생각을 간략히 일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빙하에 갇힌 고대의 공기와 물질을 채집해 과거와 현재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 제주에서 돌고래 생태를 연구하느라 하루 종일 바다 근처를 이동하는 과학자, 신체에 부착해 질병을 알아내는 바이오센서를 연구하는 과학자, 우주 발사체의 최적 궤도를 계산하는 과학자, 법률 인공 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 등 10명이 등장한다. 어딘지 과학자, 공학자, 활동가, 기업 연구원의 경계에 선 듯한 이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이라는 고교 시절 배운 과학 분과에서 벗어난 다양한 분야의 현대 과학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각 과학자 당 인터뷰 시간은 길어야 두세 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다양한 분야 과학 현실을 알게 된 장점은 있지만, 그래서인지 인터뷰가 표피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길지 않은 인터뷰 분량에 인터뷰어의 해석과 감상이 들어가다 보니, 인터뷰이의 말은 더욱 줄었다. 차라리 인터뷰어의 개입을 줄이고,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이 어땠을까. 아울러 각 학자의 이력을 소개하며 학사, 석사, 박사 등을 어느 기관에서 이수했는지 거의 적지 않았다. 인터뷰이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연구자의 출신 학교를 밝히는 것은 '학벌 과시'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연구자의 학교 이력은 그의 연구 궤적에 대한 주요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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