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평소에 지하철로 출근을 할 때에는 책을 읽고, 자차로 출근할 때는 라디오를 듣곤 한다.
지난달, 출근길 차 안 라디오(김난도 / 트렌드 플러스)에서 본 도서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지저분한, 엉망인 상황(messy)에서 창의적인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는 소개 멘트를 듣고, 본 도서를 읽게 되었다.
지은이 Tim Harford는 언론인, 경제학자로 과거 ‘경제학 콘서트(Undercover Economist)’라는 책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난 솔직히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이번에 본 도서 messy를 통하여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브라이언 이노(데이빗 보위, U2 앨범 프로듀싱)와 애덤 그랜트(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 저자)까지 본 도서를 칭찬하니 안 읽을 수가 없었다.
‘It’s a very very good book, full of wise counterintuitions and clever insights.’ – BrianEno
‘Utterly fascinating. TimHarford shows that if you want to be creative and resilient, you need a littlemore disorder in your world. It’s a masterful case for the life-changing magicof cluttering up’ – Adam Grant
(사담이지만, 브라이언 이노가 장하준 교수와 대담하는 기사를 보고 그가 단순한 음악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2/nov/11/brian-eno-ha-joon-chang
책은 혼란과 무질서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게 맹신하는 질서, 자동화, 시스템, 평가, 효율, 패턴에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주입하는 것만으로 생각지도 못한 기회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책의 첫 부문인 “들어가는 말 : 메시! 기적은 통제되지 않는다!”에서 작가가 본 도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개괄 내용을 피아니스트 keith jarrett 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keith jarrett 의 광(?) 팬 이기에 더더욱 반가웠다.
1975년 1월 27일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은 독일의 쾰른 오페라하우스 리허설 무대에 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가 요구한 그랜드 피아노 대신 조율도 되지 않고 검은 건반과 페달은 눌러지지 않는, 한마디로 연주가 불가능한 피아노가 놓여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다른 피아노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공연기획자는 사색이 되어 키스 재럿에게 제발 무대에 서달라고 간청했다.
재럿은 비에 흠뻑 맞은 채 애원하는 공연기획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잊지 마. 오늘 공연은 순전히 너 때문에 하는 거야."
키스 재럿은 피아노를 한 음씩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역동적으로 휘몰아치는 부분과 열기를 진정시키는 듯한 나른한 부분을 계속 오가면서 연주는 빠른 속도로 다채로워졌다.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기묘했다. 바로 이 연주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쾰른 콘서트>다. 이 앨범은 350만 장이 팔려나갔다. 그 어떤 솔로 재즈 앨범도, 어떤 피아노 앨범도 이만큼 팔려나간 적이 없었다.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피아노 덕분에 재럿은 깽깽거리는 고음부 대신 중간 톤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다. 피아노의 부족한 공명을 보완하기 위해 그의 왼손은 투덜거리듯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를 유지했다. 그 결과 이날 연주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냈다. 재럿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연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사실 '연주할 수 없는' 피아노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P9Na2ozWM
https://www.wsj.com/articles/SB122367103134923957
위의 예시처럼, 저자는 “질서는 진리가 될 수 없다”면서 “무질서가 창조성의 비옥한 토양”이라고 강조한다
‘정말로 계획과 질서는 성공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과학의 발전(AI, 드론 등)으로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변화 그 자체에 숙련되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롬멜의 무전략 작전,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앨범 제작과정, 데이빗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의 무작위 코드 연주실험, 벤저민 프랑클린(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먼저 하기)의 실제 삶을 조명하면서 다양한 예시를 든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형 인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책상은 지저분해도 물건을 쉽게 찾는다
② 서류는 자주 보는 순으로 쌓아두는 편이다
③ 계획의 수행률은 떨어지나 월간계획의 수행률이 매우 높다
④ 조직의 기량을 향상하기 위해서 규율보다 자율이 필요하다
⑤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일단 엎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⑥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⑦ 푼돈을 아끼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
⑧ 다소 혼란스럽더라도 구성원이 다양한 조직을 선호한다
⑨ 안정적인 발전보다 갈등을 뛰어넘는 도약이 더 의미 있다
⑩ 안 될 것 같은 일도 일단 해보면 방법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가장 성공한 메시형 인재는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조스’라고 말한다. 제프 베조스는 기존의 ‘바르고, 점잖고, 예측 가능한’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적도 많은 편이며, ‘기존의 예측을 뒤엎는’ 지속적인 혼돈 전략을 원동력으로 아마존을 세계적인 유통, IT 공룡으로 키워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messy 상태는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산출해 낼 수 있다.
본인은 To do list를 빼곡히 적어놓은 다음에 타임 스케줄을 작성한다. 일의 중요도, due date를 따져서 일 처리하고 엑셀 sheet 상에서 Ctrl+5를 누르는 것을 선호한다. 게다가 e-mail을 thread 형태, 폴더별로 정리를 하며 파일도 본인 나름대로 구분을 하여 정리하는 편이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시간을 더 잡아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일부는 끄덕이는 내용이지만 정리, 정돈을 잘 하는 스타일이 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간적인 기지를 통한 상상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너무 빽빽한 업무 진척도를 보이는 것 같다. 나도 메시형 인간처럼 업무방식을 일부 양보하여 흐트러진(?) 방법을 수용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