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팔이가 은폐하는 진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미군은 고민에 빠졌다. 폭격기들이 적의 대공포에 맞아 격추되는 일이 너무 잦았기 때문이다. 군부는 무사히 귀환한 폭격기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돌아온 비행기들은 하나같이 날개와 몸통에 총알 구멍이 벌집처럼 뚫려 있었다. 반면 조종석(콕핏)과 엔진 부위는 상대적으로 깨끗했다.
군 지휘관들은 즉시 결론을 내렸다. “총알을 가장 많이 맞는 날개와 몸통의 장갑을 보강하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데이터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그러나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의 책 <페이크와 팩트>에도 소개된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왈드(Abraham Wald)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군부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틀렸습니다. 총알 구멍이 ‘없는’ 조종석과 엔진을 보강해야 합니다.”
지휘관들은 어리둥절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곳은 날개인데, 왜 멀쩡한 곳을 고치라는 것인가? 왈드의 해석은 이랬다.
“날개와 몸통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들은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곳은 맞아도 치명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종석과 엔진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데이터에 없는 비행기들은 지금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군부는 살아남은 비행기의 데이터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분석해야 할 치명적인 데이터는 죽은 비행기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과했다.
전쟁터의 이 일화는 오늘날 일상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유튜브나 서점가를 보면, ‘나는 이렇게 XX억을 벌었다’, ‘대학 중퇴하고 CEO 되는 법’, ‘암을 이겨낸 자연 치유법’ 같은 영상과 책들이 가득하다. 이런 콘텐츠들을 보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창고에서 창업하면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할 수 있겠구나’,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산에 들어가면 암이 낫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함정이다. 우리는 이미 성공한 생존자의 목소리만 듣는다. 하지만 똑같이 대학을 중퇴했지만 실패하여 빚더미에 앉은 수만 명의 청년들은 책을 쓰지 못했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산에 들어갔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난 수많은 환자는 말이 없다. 롤프 도벨리는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이 현상을 이렇게 꼬집었다. “성공한 작가가 한 명 있다면 그 배후에는 책이 팔리지 않는 작가가 100명 있고, 그 100명의 작가 한 사람 한 사람 뒤에는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한 사람이 100명 있으며, 그들 뒤에는 아예 원고를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 100명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기 때문에, 성공의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 위험한 이유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날개의 총알 구멍’(겪었지만 치명적이지 않았던 시련들)은 열정적으로 설명하지만, 정작 수많은 타인을 추락시킨 ‘엔진의 피탄(被彈)’(치명적 실패 요인)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함정에 계속 빠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뇌에 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 뇌는 눈에 띄고, 감정적이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훨씬 더 잘 저장하고 불러온다. 이렇게 쉽게 떠오르는 사례일수록 더 자주 일어나거나 중요한 일이라고 착각하는데,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은 우리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다. 반면, 망해서 소리 없이 사라진 스타트업 대표의 침묵은 뇌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다. 뇌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를 ‘세상의 전체’라고 착각하는 버릇이 있다. 즉, 뇌 안의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이미 ‘성공한 생존자’ 위주로 왜곡되어 구축된 것이다.
대다수 인간의 뇌는 우연이나 운을 잘 견디지 못한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할 때, 사실은 운이 좋았던 순간들조차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내가 긍정적인 사고를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인과관계를 창조해 기억을 편집한다. 이렇게 왜곡된 기억은 ‘성공 비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또 다른 누군가를 엉뚱한 길로 유혹한다.
“나 우리 할아버지가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셨는데 90세까지 정정하게 사시는 걸 봤어. 그러니까 담배는 해롭지 않아.”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담배를 피우다 일찍 사망한 수많은 다른 할아버지들은 지금 그 자리에 없어서 반박하지 못할 뿐이라는 걸, 즉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가 가진 생존 편향임을 떠올려보자.
비판적 사고의 핵심은 눈앞의 일부 데이터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무대 위 조명을 받는 승리자의 마이크가 아니라, 무대 뒤 어둠 속에 묻혀버린 사람들의 침묵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보이지 않는 ‘엔진의 구멍’을 통찰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성공팔이가 판치는 세상에서 삶을 지켜줄 무기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롤프 도벨리, <스마트한 생각들> (원제: Die Kunst des klaren Denkens, 두행숙 옮김, 갤리온, 2024)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페이크와 팩트> (원제: The Irrational Ape, 김보은 옮김, 디플롯,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