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것이 금기가 되는 사회

반 PC주의, 파시즘, 그리고 이를 디자인으로 표현하기

by mrmy

금기.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금기가 있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 숫자 4, 불교의 살생, 각종 차별, 마약, 폭력....


이번 시각디자인 전공 수업 중에 받은 과제의 주제가 금기였다. 수많은 금기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정적이게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디자인을 할 때 보편적인 미적 기준 상위에 해당하는 것을 구현하고자 하지, 혐오스럽거나 강압적이고 격앙된 이미지 표현에는 약하니, 표현력 확장을 위해 이를 시도해 보라는 것이 교수님의 의도였다.


다들 미신적 금기나 범죄, 인권 관련 주제를 선택할 것 같았다. 좀 신박한 주제가 없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불편한 것. 요즘 내가, 그리고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주제가 없을까? 그러던 중 최근 온라인 댓글창에서 많이 본 논쟁들이 생각이 났다. 첫 단계는 선택한 주제와 표현 계획에 대해 작성하는 것이 과제였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제출했다.




1. 옳은 것이 금기가 되는 사회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는 차별과 혐오를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올바름’ 이 지나치게 확장되고, 강요되는 형태로 조금씩 변질되었다. 선의로 시작된 PC주의는 어느새 모든 발언을 검열하는 도구가 되었고,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하거나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비윤리적’, ‘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PC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결국 ‘배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는 오히려 또 다른 차별과 역차별을 낳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에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 편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필요하다”라는 발언조차, “너 PC주의자지?”, “왜 이렇게 불편해해?”, “너 같은 사람이 시위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비꼬이거나 공격받는 일이 일어난다. 올바름을 말하는 것조차 불편하게 여겨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공간은 현실보다는 온라인 댓글창이다. 무분별하게 달린 댓글은 서로를 향한 편협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소통의 오류와 비난만이 남는다. 사람들은 댓글창 속 목소리를 다수의 의견으로 오해하고, 그에 따라 보편적인 옳음마저 흔들리게 된다. 결국 개인은 자기 검열을 시작하고, 옳은 말을 하더라도 문제적 발언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침묵하게 된다.

또한 “인종차별은 나쁜 것이다”라는 분명한 가치조차 최근 중국을 둘러싼 비판적 여론 속에서는 복잡한 갈등의 대상이 된다.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비판’이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며, 사람들은 옳다고 믿는 말조차 “혹시 누군가에게 공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망설이며 끝내 삼켜버린다. 결국 지금의 사회는 ‘무엇이 옳은가’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 진짜 필요한 목소리까지 사라지고, 사회는 점점 더 표면적인 ‘안전한 발언’만 남게 된다.

이 문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온라인 댓글창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 작업을 계획하고자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말풍선, 검열된 문장, 삭제된 단어 등을 통해 소통의 부재와 옳음의 왜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이다. 이 디자인은 단순히 PC주의의 역설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짜 대화가 사라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글을 본 교수님은 이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지 않냐고 말씀하셨다. 미국의 트럼프나 이스라엘의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양상을 언급하시며 파시즘으로 주제를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셨다.





2. 파시즘 Fascism


파시즘이라는 단어도 마르크스주의와 파시즘, 이 정도만 들어봤지, 자세히 알진 못했다. 얼핏 보면 어려운 단어 같아 보인다. 뜻을 찾기 위해 검색창에 파시즘을 검색하고 처음으로 보았던 이미지는 히틀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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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fascism) - 제1차 세계 대전 후에 나타난 극단적인 전체주의적·배외적 정치 이념. 또는 그 이념을 따르는 지배 체제.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법에 의한 일당 독재를 주장하여 지배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철저한 국수주의·군국주의를 지향하여 민족 지상주의, 반공을 내세워 침략 정책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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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법에 의한 일당 독재를 주장하여 지배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이 문장을 보니 당장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생각이 났고, 그다음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이 났다. 실제로 두 인물 모두 파시스트라며 비판적인 시각에서 작성된 기사와 칼럼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폭력과 복종은 절대 민주주의와 함께할 수 없다. 애초의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국민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도리어 그들을 국가가 해친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라 할 수 있다.





3. 디자인


모두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번듯해 보이는 지도자와, 그 뒤에 숨겨진 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초안 스케치를 할 때는 공익광고처럼 군더더기 없고 불편한 동시에 한눈에 들어오는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린 1차 스케치는 아래와 같다.

1차 스케치


교수님이 그림을 보시더니 그림이 너무 착해 보인다고 하셨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부정적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시면서, 시위자들의 적나라한 모습이나 유혈 사태 같은 것을 추가해 보라고 하셨다. 인상적인 타이포나 연설자-시위자 구도 같은 기존의 괜찮은 사항은 두고, 스케치 세장을 다시 진행했다. 여러 시위 사진들을 검색하고 이들을 래퍼런스 삼았다.



2차 스케치


첫 번째 그림은 시위자들의 피켓을 계단 삼아 짓밟고 올라가 연설을 하는 지도자의 뒷모습이다. 지도자 앞의 평화로운 군중들들과 뒤의 시위자들의 잔혹한 분위기로 대비를 주고자 했다.


두 번째 그림은 디즈니의 <라이온 킹>에서 영향을 받았다. 2차 스케치 수정을 한창 할 때, 트럼프가 2025 경주 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금관을 선물 받은 것이 큰 화젯거리였다. 이로 인해 미국에 'NO KINGS DAY'라는 시위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KING이라고 하니 영화 라이온 킹이 떠오른 것이다. 또한 LION KING이라는 제목도 언어유희적으로 LIE N KING (거짓말과 왕)으로 바꿔보는 시도도 함께했다.


세 번째 그림은 언어유희적인 시도를 하나 더 고민하다, 문득 민주주의가 영어로 Democracy인 것이 떠올랐다. 본래는 민중(demo)이 지배(cracy)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 보니, 시위를 demo라고 줄여 표현하기도 하고, 이 뒤에 이어지는 -cracy에서 글자 하나만 바꾸면 crazy가 된다. democrazy, 미친 시위. 찾아보니 이미 영미권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였다. 그래서 이를 응용하여 시위(demo)를 하는 사람들을 두고, 지도자가 그들이 미쳤다(crazy)라고 권위적으로 외치는 그림을 연출했다.


그렇게 2차 피드백을 받으러 가니, 교수님의 두 번째 그림의 적나라한 구도와 democrazy라는 타이포를 결합하여 디자인을 진행해 보라고 하셨다.


디자인으로 바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어도비 파이어플라이와 구글 나노바나나로 생성한 이미지들, 각종 사진들을 자르고 긁어모아서 콜라주를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냥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A4를 열어서, 백지에서부터 하나씩 포토샵 내에 있는 ai생성기능을 쌓아가며 결과물을 제작했다. 프롬프트를 넣어도 잘 나오지 않는 순간이 많았지만, 곧 요령이 생겼다. 일단 생성프로그램이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듣는다. 영어로 프롬프트를 넣는 것이 훨씬 잘 나왔다. 어려운 문장은 제미나이로 번역해 가며 프롬프트를 넣었다. 또한 잔인한 시체들이 쌓인 장면을 묘사해야 하는데, 정책상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는 생성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나름의 편법으로 해골이나 스켈레톤을 많이 넣었다. 다행히 시체 더미는 'The bodies of disabled people, workers, war victims, and women are piled up like a mountain.'이라고 하니까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이 나왔다. 아무튼 파이어플라이를 처음 써본 것치곤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 만족한다. 포토샵 및 라이트룸 후보정을 통해 최종결과물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