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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랩 Jan 24. 2024

그렇게, 시험관 시술

쉽지 않은 과정


인공 수정이랑 크게 다를 바 없겠지? 는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 결과물이었다.

결심을 위해 나를 속인 것이다.



시험관이 시작되어 받아온 주사가 어마어마했다. 과배란을 위한 주사였고, 주기적으로 초음파를 보며 내 상태에 맞게 주사가 늘기도 줄기도 했다.


처음엔 혼자 배에 주사를 놓는다는 게 겁이 나서 남편에게 부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무조건 남편이 해야 하는 일로 정해두었다.

그래야, ‘함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히 짐작하고 있었고, 알고는 있었지만 나에 비해 남편이 하는 일은 0에 가까웠다. (0이라는 표현에 분명 발끈할 테지만)

그래서 배에 주사를 놓으면서 간접적으로라도 나의 고통을 분담하길 바랐다.

막말로 남편이라고 힘들고 속상한 부분이 없을 리 없고 아픈 나를 지켜만 봐야 하는 맘이 편하기야 하겠냐마는, 사실 마음만 불편한 쪽이 훨씬, 개이득 아닌가 (?)


나의 이런 날 선 비난과 원망을 온몸으로 느껴서인지 내 눈치를 엄청나게 보는 남편이지만,

주사를 맞고, 혹은 시술하고 지친 몸을 끌고 나왔을 때 지루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열이 확 - 뻗친다. 남편 포함.


주치의는 난자가 많이 생기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게 또 너무 많이 생겨서 난소에 자극이 가면 바로 이식은 힘들다고 했다. 그런 경우, 배아를 동결하고 난소의 컨디션을 봐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 내놓은 병가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였고,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다음 달로 미뤄질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갈 때마다 난자는 늘어있었고 양쪽을 다 해서 스무 개가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복수가 차오르고 배가 팽팽해져서 아파오고 컨디션도 점점 안 좋아졌다.

불안도 난자 개수만큼 커졌다.


채취했는데 이식을 못 하고 복직하면, 이식은 언제 하지? 복귀를 해도 되는 건가.

아니 아기도 없는데도 배가 이렇게 아프고 불편한데 만삭이 되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고민과 불안은 답도 모른 채  커져갔다.



그리고 대망의 채취 당일.

수술실에서 수면마취를 하기 전에 선생님은 “난소가 생각보다 많아서, 아마 동결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하셨다.


너무 절망적인 그 말을 듣고 속상한 채로 잠이 들었고 몽롱한 정신으로 깼다.

마취에 깨서 휴대폰으로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아까 그러는데 선생님이 우리 동결해야 할지도 모른대. 바로 이식 못하면 나 병가 어떡하지?”


남편이라고 뭐 대책이 있을 리가.


“우리끼리 걱정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니니까 일단 기다려보자.”



맞는 말도 다 얄밉다.

그도 나름 정자를 제공하는 큰일을 하였는데 ……(잘한 유일한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분이 일정을 말해주었다.


“오늘 난소 24개 채취하셨고요, 목요일에 오셔서 이식받으시면 돼요. 그리고 주사실 가셔서 주사 맞으시고, 질정이랑 추가 주사받아 가시면 됩니다.”



와! 이식이 되다니.

생각보다 엄청 많이 채취했는데, 이식이 된다니!!

너무 신이 났다.



남편에게 옷도 갈아입기 전에 이 소식을 전했고, 주사실에서 배 주사를 한 번 더 맞고, 약국에서 약을 타서 귀가했다.



둘이 흥이 올라서 안내지를 다시 읽고,


“그래 오빠가 또 주사 놔주면 되겠다. 어?”


하고 생각해 보니 주사를 안 줬다. 넣으라던 질정도 못 받았다. 뭐지?

집에서 병원이 꽤나 멀었기 때문에 더 멀어지기 전에 병원에 전활 걸었다.



“저 목요일 이식받기 전에 질정이랑 주사 맞으라셨는데 처방전도 그렇고, 저는 약만 받았는데 뭐가 잘못된 거 같아서요”


“이식이요?”


뭔가 싸했다.


간호사가 서로 전화를 돌려가며 담당자를 찾더니, 오안내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동결이 맞고, 그래서 다음 생리 때 오는 게 맞고 그전까지는 처방받은 약만 먹으면 된다고.



방금까지 신이 나서 이식할 생각이었던 내게 너무도 가혹한 내용들이었다.


하, 아니… 뭐 이런 실수를 해…


내 목소리가 너무 가라앉아서일까. 잘못 안내했다는 간호사는 허둥대며 다시 내 상황에 맞게 어떻게 하면 된다고 안내했지만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이해도 안 됐다.


“저 그냥 병원으로 갈게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



주차장에서 또 한 번 눈물을 쏟아내고 다시 병원으로 올라갔다.

진짜, 징징거리기 싫고 울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눈물을 뽑아내는 예뻐할 수 없는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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