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민이는 7년간 당뇨를 앓다가 그녀 곁을 떠났다.
정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했었다.
강아지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다.
나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그녀와 연락만 하다가 강아지들의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몇 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녀의 집은 마당이 넓고 집 자체도 넓었다.
그녀는 민이가 떠났다고 했다. 눈가에 물기가 맺힌 채로 간략히 민이의 이야기를 해줬다.
민이는 7년간 당뇨를 앓았다.
처음 민이가 이상함을 알게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많이 먹지 않는 민이가 사료는 엄청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살은 계속 빠지고 있었다.
또한, 물도 자주 먹고 오줌을 많이 쌌다.
무식한 주인인 나는 민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고 초반엔 그냥 두었다.
병원에 정기적 방문을 하러 갔다가 민이가 살이 빠지는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선 검사를 좀 해봐야겠다고 했다.
민이는 병원에 남겨져서 혈액을 뽑으며 몇 가지 검사가 진행되었다. 시간별로 검사를 해야 했다.
병원 선생님이 전화하셨다.
‘결과는 좀 지나야 나오긴 하는데, 아무래도 당뇨인 거 같아.’
병원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봐주신 지 오래된 병원이다.
편하게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사이다.
‘당뇨?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해? 강아지도 당뇨가 걸려? 사람은 식이요법을 하는데 강아지는 어떻게 해야 해?’
병원 선생님은 최종 혈액 검사 결과 후 알려 주시겠다고 했었다.
민이는 결국 당뇨 진단이 나왔다. 눈도 백내장이 이미 진행되어 잘 보이지 않을 거라고 했다.
강아지는 당뇨가 걸리면 인슐린을 계속 맞아야 했다. 사람처럼 식이요법으로 우선 조절하다가 인슐린을 맞는 것이 아니었다.
민이의 사료는 바뀌었고 매일 인슐린을 아침, 저녁 주인인 내가 놔줘야 했다.
초반에 인슐린양을 잡아야 해서 상태를 보며 양을 조절했다.
다행히 민이는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서 사료 먹는 양이 줄었다.
‘사료는 다이어트 사료로 맛이 없어’라고 병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근데, 민이 사료를 토토가 주로 먹었다. 민이는 토토가 옆에 오는 자체도 싫어한다
토토는 자기 사료를 다 먹고 항상 민이 옆에서 틈틈이 민이 사료를 먹으려고 왔다 갔다 했다.
민이는 사료통에 머리를 넣고 후다닥 먹었다. 그러다가 토토가 오면 오지 말라고 짖었다.
‘으~왕. 왕~왕~’
그렇게 토토를 쫓아내길 반복하다가 민이가 사료 그릇에서 잠시 멀어지면 토토는 민이 사료를 후다닥 먹고 도망갔다.
민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사료를 사면서 토토의 행동을 이야기했다.
병원 선생님은 ‘민이 사료 맛이 없을 텐데…. 토토가 먹는다고?’ 웃으시면 말씀하셨다.
결국, 아이들 전체 사료는 바꾸기로 했다. 민이 사료로.
민이 사료를 토토가 먹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사료를 남겨 두었을 때 민이가 그 사료를 먹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9킬로 되어 있는 민이 사료를 주문해서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렇게 민이는 당뇨가 있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슐린을 처음 놓을 땐 조심스러웠으나 몇 년이 지나면서는 익숙해졌다.
민이 사료를 주면서 냉장고에서 인슐린 꺼내 주사기에 담아 민이 등에 놓는다.
이렇게 민이는 7년간 인슐린을 투여받았다.
병원 선생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강아지가 당뇨로 5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어. 네가 잘 관리하고 있는 거야. 민이 잘 지내고 있는 거야.’라고.
민이는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인슐린양은 주기적으로 민이의 상태에 따라서 변해야 했다. 가끔 민이에게 쇼크가 왔다.
민이가 처음 쇼크가 왔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민이는 서지를 못했다.
다리에 힘을 주지 못했다. 엎드려 있었다. 일어서도 다시 미끄러져 쓰러졌다.
나는 힘이 쭉 빠져 있는 민이를 안고 울면서 병원에 전화했다.
‘민이가 이상하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선생님은 ‘민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 우선 확인해 볼게’ 하셨다.
민이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보내 드리고 나니 선생님은 ‘민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와’라고 하셨다.
울면서 민이를 안고 울면서 병원에 갔다.
민이는 '검사를 또 몇 가지 해봐야 할 거 같다.'라고 했다. 병원에 맡기고 울면서 돌아왔다.
다음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민이 괜찮다’라고 ‘데리러 오면 된다’고
민이는 입원해서 링거를 맞고 괜찮아졌다. 정신이 돌아왔다.
돌아온 민이는 다시 생활을 이어갔다.
눈은 점차 백내장으로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냄새로만 나를 알아볼 뿐이었다.
나는 눈동자가 하얗게 변한 민의 눈을 보면서 민이를 자주 안아 주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민이는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했다.
내 곁에 오기 위해 냄새를 맡았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쿵쿵’ 부딪히기도 했다.
이렇게 부딪히면 민이에게 다가가 안아 주길 반복했다.
민이는 7년간 이렇게 몇 번 고비를 넘겼다. 난 그때마다 ‘민이가 이젠 갈 때인가?’했다.
다행히 민이는 병원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를 보내고 오면 회복되길 반복했다.
그렇게 내 곁에 7년을 있었다.
민이를 보내기 전날 민이에게 경련이 심하게 일었다.
나는 민이를 안고 병원 선생님께 전화했다. 울면서 ‘민이가 경련을 한다’고.
선생님께서는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내가 이사한 곳은 병원에서 40분 거리였다. 아침 시간이었고 출근 시간이었다.
바로 출발하여 병원을 갔으나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선생님께서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일찍 나와 주셨다.
민이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난 운전을 하면서 내 무릎에 민이를 눕혀서 데리고 왔다.
의식은 없으나 수시로 무릎 위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난 겨우겨우 운전하여 병원에 데리고 갔다.
민이를 급히 선생님께서 받아 주셨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선생님은 ‘우선 집으로 가 있어’ 하셨다.
‘민이 상태를 보고 연락해 주겠다’라고.
선생님께서는 내가 걱정할까 해서 사진을 찍어 민이 상태를 알려주셨다.
사실 경련이 일고 시간이 좀 많이 지체되었다고 했다.
바로 집 근처 병원을 갔어도 이것저것 검사하느라고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민이는 경련을 일으키고 좀 늦긴 했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해 주셨다.
민이 경련은 진정이 되었다고 했다.
내가 운전하며 데리고 병원을 갈 때도 진정되었다 다시 경련하기를 반복했었다.
난 당시 정말 정신없이 운전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 경련은 진정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의식이 돌아오진 않을 거 같다고 하셨다.
‘당뇨가 있는 강아지를 7년간 돌본 거면 아주 잘 관리한 거야.’라고 선생님께서는 계속 말씀해 주셨다.
‘이젠 보내줘도 될 거 같아.’라고 마지막 말씀을 하셨다.
난 통화를 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내 품에서 내가 자신을 어떻게 만져도 가만히 있던 민이의 감촉이 생각났다.
민이는 내가 미용을 처음 배웠을 때 아프게 했어도 얌전히 있던 아이다.
발톱을 깎을 때 너무 짧게 깎아 아프게 만들어도 항상 얌전히 있던 아이였다.
머리털이 하얗게 될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도 몰랐던 주인을 좋아해 줬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려고 했고 내 곁에 있으려 했던 민이다.
예민하다고 이름을 ‘민’으로 지었다.
예민하였으나 주인이 어떻게 하든 묵묵히 있어 주었던 아이였다.
‘이젠 정말 보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며 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선생님은 마지막 보러 오겠냐고 물으셨다.
난 울면서 ‘갈게요’라고 했다.
운전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민이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나는 링거를 맞으며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축 늘어진 민이를 안았다.
민이는 의식이 없기에 온몸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씻길 수도 없는 상태였다.
난 민이를 울면서 안았다. 마지막 인사를 안고 울면서 했다.
의식이 없는 민이를 안고 ‘잘 가’라고 했다.
민이는 축 늘어져 내 품에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의식이 없어서 ‘민이가 모를 거야’라고 했다.
‘민이 안으면서 보내면 안 될까요?’
난 내 품에서 보내고 싶었다.
선생님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굳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안 좋다고 말리셨다.
결국, 민이를 선생님께 넘기고 병원을 나왔다.
오는 차 안에서 내내 울었다.
16년간 내 곁에 있던 민이가 떠났다.
10년 이상 함께한 내 가족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며칠 후 민이의 유골 가루를 받았다.
화분과 나무를 주문했다. 민이를 화분에 잘 옮겨서 내 곁에 두었다.
아직도 민이는 나무와 함께 내 곁에 있다.
그녀는 민이 화분을 내게 보여주었다.
민이가 떠나고 민이에게 주사했던 주사기가 2박스 남아 있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은 주사기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민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순한 민이가 그렇게 떠나갔던 것이다.
항상 소파나 방석에 엎드려 있던 민이가 떠나갔다.
민이는 내가 놀러 가면 처음 몇 분만 막 짖으면 움직였다.
그러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거나 옆에서 발을 긁어 안아 달라고 했던 녀석이다.
그런 민이를 떠나보낸 것이다.
그녀는 또 쫑이와 토토를 보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2년 사이에 세 아이를 보냈다.
쫑이와 민이, 토토의 추정 나이는 같았다. 토토가 그녀 곁에 왔을 때 토토의 추정 나이는 5세였다. 그때 쫑이와 민이도 5세였다. 16세, 17세가 되던 해에 그들은 그녀 곁을 떠났다.
그녀는 이야기하며 눈물이 마르지 못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강아지 4마리와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소설로 바꿔가면서 쓰는 내용입니다.
민이 이야기를 쓰다 보니 눈물이 다시 흐르네요. 정말 순딩이였던 민이를 보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