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보내는 방법

나만 아는 나의 일들을 기록하는 것

by 에스텔라




12월이 시작되면 내 몸과 마음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어떤 일을 시작한다든지, 여행을 떠난다든지, 하는 새로운 것들은 잠시 미루고 올해 내가 한 일과 생각들을 그러모아 조금씩 글을 남긴다.


1월부터 11월까지의 일들을 나열하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그러나 그 당시에는 얼마나 지루한 시간을 통과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주어진 하루는 소중했지만 그 사이사이의 한숨과 외로움과 허탈감은 나만 아는 감정이라 잊고 싶지 않아서 문장 끝에 슬며시 적어본다. 올해 읽은 책과 본 영화를 기록하는 과정은 마음으로 쓰는 리뷰와도 같다. 일한다는 핑계로 별로 안 읽은 것 같은데 적고 보니 그래도 한 달에 두 권은 꼬박꼬박 읽었고 영화관도 주기적으로 갔다. 도중에 읽다 만 책에 대한 메모는 취향을 선별하는 과정이라 잊지 않고 해둔다. 영화와 공연은 그야말로 순수한 취미로 즐기고 싶어서 평소 보고 싶은 것들만 관람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기록하다 보니 그때 읽었던 책을 어디서 읽었는지, 도서관에서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 영화 예고편을 보고 설레서 바로 예매를 했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칼 라르손_눈 속에서



그다음 할 일은 내년에 쓸 다이어리와 달력을 미리 주문하는 것. 매년 비슷한 디자인이기는 하나 가끔은 새로이 눈에 띄는 일러스트나 매장에서 손에 착 감기는 다이어리를 발견했을 땐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를 한다. 책장에 산뜻하게 꽂혀있는 내년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니 다가올 새 날이 설레면서도 지금의 12월을 더 소중히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읽고 외웠던 사건들을 내 아이에게 설명하며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려 한다. 바라건대 올해의 마지막 문장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서 써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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