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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Apr 11. 2024

올림픽 일주일되던 날

한국에 와서도 오스트리안은 날 따라다니는가 보다.


* 이 글은 일하는 중에 미리 저장해놨다가 이제서야 올리는 글입니다 :)



올림픽이 시작된지 이제 꼭 일주일이 됐다. 처음 약 10일은 바이애슬론이란 종목에서 일한다.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일을 하니 꼭 바쁘고 육체적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님에도 피곤함이 쌓여간다. 그나마 나는 육체노동이 적은 통역일이다보니 크게 힘들 일이 없지만 쉬운 일은 없다.


오늘은 공식 훈련만 있고 대회는 없는 날! 크게 할 일은 없겠구나 예상하고 갔지만 정말 할 일이 없었다. 나의 할 일은 아침 미팅과 오후 미팅만 하면 끝나는 것. 아침미팅은 8시 20분이고 오후 미팅은 3시 40분인데 그 사이에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모시는 경기위원장님은 너무 좋으신데 무뚝뚝한 편이셔서 나랑 어색하신지 날 자꾸 떼어놓고 다니시려고 한다.


오늘부터 정말 추운 날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제 어제 내린 많은 눈으로 난리부르스였지만 오스트리아 살다 온 나는 그냥 노멀한 수준이다. 근데 제설이 제깍제깍 되지 않아 답답할 뿐.. 근데 이렇게 바이애슬론이나 크로스컨트리스키 종목에게 눈이 많이 내린다는 건 정말 좋지 않을까...? 종목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



눈도 종류마다 다른데, 강원도에서 내린 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눈도 습기를 머금어 무거운 눈이 있고 꼭 설탕가루 마냥 날리는 눈이 있다. 지금 내리는 눈은 설탕가루같은 눈이다. 특히 스키가 푹푹 빠지는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아서 매일 미팅마다 그루밍을 어떻게 할 건지, 스노우캣으로 꾹꾹 누를 것인지, 그냥 좀더 소형인 스노모빌 (스키두)에 롤러를 달아 끌고 다닐 것인지 등등.. 이런 그루밍을 필요하면 밤 12시든, 새벽 3-4시든 한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됐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훈련날엔 할 일이 많지 않아 일찍 퇴근했다. 그러고선 난 계획에 없었던 강릉행을 택했다.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인 12월부터 유니폼 배부가 시작됐는데 난 거의 처음에 배부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못받은 게 목도리랑 양말… 첨엔 뭐 굳이 받냐~ 생각했는데 목도리가 귀여워서 꼭 받고 싶었다. 원래 받아야 하는 것이라 안 받을 이유도 없다. 


원랜 평창에 있어도 받을 수 있다 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당장 내일 경기날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도 몇시간씩 밖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목도리는 필수..! 그래서 일찍 끝난 김에 셔틀을 타고 강릉엘 왔다.


강릉을 가려고 센터 앞에 나가는데 내가 탈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영하 20도 가까운 상황에 추운데 30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안내하시는 분과 수다 떨며 기다리는데 오스트리아 애들이 나왔다. 방가방가..! 셔틀1이 왔는데 이거 평창 가냐고 묻길래 이건 아니다! 라고 답해주는 걸, 영어로 물어서 영어로 답했다. 근데 그 바로 후에 근데 너네 거기 왜가? 라고 독일어로 물어봤는데 세명중 한명이 당황하더니 얘 왜 독일어 하냐고 바로 옆에 있는 자기 동료에게 물었다. 그 친구들은 횡계에 질려서 평창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평창을 잘 몰라서 강릉이 낫지 않을까 했다. 맨날 한식만 먹어서 양식 먹고 싶다며.. 그래 나도 이해한다. 첨엔 강릉이 너무 멀어서 평창을 가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 순간 강릉갈 버스가 왔고 난 타야했다.. 근데 갑자기 그 세 오스트리아 넘들이 날 따라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랑 얘기하던 애1가 순식간에 결정.


나도 강릉을 잘 몰라서 당황했지만 상황이 웃겼다. 심지어 우리가 내릴 버스정류장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햄버거나 피자 먹고 싶다는데 내가 아는 곳이라곤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뿐. 근데 또 콕 집어서 패스트푸드는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같이 방쓰는 분이 다행히 그 순간 전화가 와서 햄버거 맛집을 알려주셨고, 강릉에 내리자마자 카카오택시를 불러서 강문해변에 있는 그 맛집으로 보내버렸다. 좀 걱정이 되서 일단 내 번호를 알려주고 문제 생기면 아무 한국인이나 붙잡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했다. 


돈을 안들이고 셔틀을 타고 다시 돌아올 순 있지만 그 루트가 좀 복잡했다. 강릉에서 대관령까지 택시타고 얼마냐고 묻는데, 카카오맵상에선 36,000원 정도가 나온다고 나와있어서 한 30유로쯤 나올거라고 했다. 알고보니 5만원 정도는 나온다고 하지만, 오스트리안에게 30유로나 50유로나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어서 상관없지 싶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택시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택시를 부를 때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현금만 결제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아무 택시나 다 카드가 된다 했더니 다들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3명이니까 50유로 나와도 더치하면 뭐.. 얼마 안하니까. 이럴 땐 비교적 생활 수준이 비슷한 나라에 사는 것이 참 서로 부담없고 좋다 싶었다.


나중에 잘 도착했다고 사진까지 보내준 사람들! 바다 보니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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