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월급의 반은 세금으로...
어찌어찌 블로그로 알게 된 인연이 프랑스에서 먹고살다가 오스트리아로 이직을 하게 됐다. 원래는 크게 연락을 하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었고 간간히 블로그 보면서 댓글 가끔 다는 정도였는데 오스트리아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뭔가 급 내적 친밀감이 쌓였다. 게다가 그분도 내가 오스트리아에 사는걸 아니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을 받았고, 별거 아닌 것이었지만 이것저것 알려주다 보니 카톡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게 함정.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나라지만 언어도 너무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 프랑스에서 온 그녀는 오스트리아에 와서 여러 번 멘붕에 빠졌는데 최근 월급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일단.. 특정 직종이 아닌 이상 오스트리아는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다. 한국은 대기업만 다녀도 한 달 월급 300-400에서 시작, 친한 개발자 오라버니는 억대 연봉 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에 온다면, 아무리 억대 연봉이라고 해도, 실수령액은 연 5000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지난 직장을 기준으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대기업. 월급도 오스트리아 현지에선 나쁘지 않고, 보너스도 많이 받고 챙겨주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가? 세금을 100만원쯤 냈다. 세금만 100만원 이라니........ 처음 오스트리아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땐 호텔에서 시작했는데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보니 세금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적지 않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전 직장으로 이직했을 때 세전 월급은 100만원이상 올랐는데, 세금을 100만원쯤 떼니.... 호텔에서 일할 때나 후나 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크게 현타가 왔다.
프랑스에서 온 친구도 그렇다. 그녀도 프랑스의 세율만 생각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온 것... 생각보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너무 다른 것이다!! 나도 얘기해보면서 놀랄 정도였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내가 느끼기엔 비슷비슷한 듯하다. 세금 내면 특별히 병원비가 들 일이 크게 없다. 프랑스는 한국과 비슷.. 병원 가면 조금씩 환자가 부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근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Ivory Coast (Côte d'Ivoire)는 와.. 소득세 60%... 그다음이 핀란드, 일본, 오스트리아가 무려 4위다. 대단한 걸...? 이곳 현지 사람들은 복지가 최고라며 타령을 하지만.. 난 차라리 돈을 더 많이 받고 의사한테 가는걸 조금 부담하는 게 나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오스트리아에서 세금을 내며 살다 보니 이 악물고 오래오래 살아서 복지 다 써먹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나이가 더 젊은 사람이 오스트리아에 온다면 오히려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젊을수록 아플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그런 듯하다.
다만 나도 30이 지나서 오스트리아에 오기도 했고, 여기 살면서 혹이 생겨 제거 수술을 해야 했을 때 수술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일을 한 달 반 정도 쉬었어야 했는데 그때 복지가 좋아서 다행히 다고는 생각했으나, 그게 매번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나도 내 생에 처음 그렇게 쉬어본 것이라, 음... 돈과 복지 중 선택하라면... 돈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출산 생각이 있었으면 아마도 세금 내는 게 좀 덜 아까울까 싶기도 하다. 오스트리아는 최대 2년까지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자르는 것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애가 있는 가족은 세금도 적게 내고, 애 없는 나는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한다............ 왜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본다면 정말 검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식비가 엄청 비싸다보니,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쓸데없는 소비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등등. 이게 다 월급이 생각보다 적은 이유가 큰 것 같다. 월급을 많이 받아도 세금을 훅 떼어가니, 월급쟁이들은 안정성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큰 돈을 만져보기엔 한국보다 오히려 훨씬 어려울 것 같다. 일반 회사원들도 내가 보기엔 거의 공무원 급인 듯한 느낌이 든다. 노동자의 권리가 아주 잘 보장되어 있다보니, 설상 짤리더라도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실업급여가 먹고 살 정도로는 나온다. 이런 생활이 안정성을 크게 추구하지 않는 나에겐 좀 많이 답답한 구석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관점이 유연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 아직 젊은 나에겐 재미없는 느낌?
이래도 오스트리아, 오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