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찾은 내 인생 머리
1년 전 겨울, 회사 근처 미용실에서 원장님을 처음 만났다. 그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두피가 휑하게 보일 만큼 머리가 빠졌다. 그 사실은 이미 행복하지 않은 나를 더 불행케 했다. 긴 머리가 탈모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아갔다.
곱슬이 심해서 그냥 짧게 자르면 나의 머리는 삼각김밥처럼 부풀곤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미용실에 앉아 있던 지루한 시간과 고데기에 집힌 채로 머리가 당겨지던 고통이 싫었기에 나는 지난 14년간 탈 매직인으로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 날따라 나는 삶의 변화가 필요했고,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폈다.
어릴 때는 매직을 한 단발머리가 싫었다. 나도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긴 머리를 땋고 싶었지만, 유난히 똑 단발일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날은 거울에 비친 단발머리의 내가 좋았다. 원장님께서 머리숱이 많아 보이도록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로 잘라주셨다. 그 이후로 그곳은 나의 인생 미용실이 되었다. 미용실에서 돈 쓰는 게 아까웠던 내가 길면 두세 달마다 갔던 것 같다. 보는 사람들도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20년 동안 나를 알고 지냈던 친구들도 인생 머리라고 했다.
어릴 때 긴 머리를 가졌던 기억이 별로 없었기에 20대 때의 나는 머리를 종종 기르곤 했다. 아무래도 긴 머리는 좋지만 불편했다. 머리는 가방에, 옷에 걸리기 일쑤였고, 머리가 당겨져 뽑힐 때면 두피가 아팠다. 그래도 내가 어울리는 머리가 무엇인지 몰라서 잘라도 보고 길러도 보았다.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도통 나한테 어울리는 머리가 뭔지 몰라 친구들에게 물어 본 적도 있지만, 긴 머리인 건지 짧은 머리인 건지 대답은 늘 헷갈렸다. 작년에 미용실 원장님을 만나고서야 나는 짧은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그치만 남편은 긴 머리가 좋다고 했다.
머리 다시 기르는 건 어때? 난 긴 머리가 좋은데.
남편의 말은 참 무해했다. 못 들은 마냥 넘기고 짧은 머리를 유지했어도 딱히 불만을 가지진 않았을 터이니.
오히려 남편의 그 한마디에 30년 만에 찾은 내 인생 머리를 포기해 버릴 만큼 나를 쉽게 바꾸려고 한 나의 마음이 문제였을지도.
그날, 나는 머리를 다시 길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단발에서 긴 머리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걸 알지만서도.
2025년 1월 중순, 나는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노라고 마음을 먹었고, 나는 머리를 잘라야만 했다. 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고, 단발머리는 그중 하나였다. 곧장 미용실을 예약하곤, 또 새로운 단발머리를 원장님께 부탁했다. 몇 시간이 지나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고,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질리는 게 아닌 이상 앞으로 이 머리를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