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걸은 산티아고 순례길 (2)
한국을 떠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늘 그렇듯 훌쩍 가버린다.
한국을 떠나며 혼자 여행을 계획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
항상 쓰고 싶은 글은 많았지만, 요즘 반쪽짜리 취업준비 덕에 아예 글쓰기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되어버렸다.
내 삶에서 시작은 거창한데 끝내지 못한 프로젝트들을 적어내려가면 A4용지가 빼곡히 차지 않을까. 그리고 마음먹었던 각종 주제들의 글쓰기도 그중에 일부일 것 같다.
취업 준비가 지겨워진 나는 산티아고에서 나와 함께 했던 노트를 열어본다. 다녀온 지 4개월도 안되었는데 아주 먼 얘기같이 가물한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본다.
포르투 (Porto) ~ 마토지뉴스 (Matosinhos)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 이틀 동안 포르투를 둘러보았다. 낭만의 도시 포르투. 주변에서 포르투로 여행 가는 걸 보며 나랑은 먼 얘기라고 생각한 지 몇 개월도 안 됐던 거 같은데,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건가 보다.
오늘은 드디어 순례길을 시작하는 날이다. 막상 걸을 생각을 하니 떨린다.
포르투에서 마토지뉴스까지는 거리가 짧다길래 오전에 가고 싶었던 박물관을 갔다가 오후에 순례길을 시작하기로 정했다.
아침에 호텔 체크아웃 하기 전 아침을 먹으며 앞으로의 여정을 두고 기도를 해본다.
'예수님께서 걸어가던 제자와 함께 동행하셨듯이, 이 여정 가운데 저랑도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예수님과의 동행이 이 여정이 끝난 후에도, 제 인생의 매일매일이길 원합니다. 예수님이 함께하시는 걸 몰랐던 제자와 같지 않게, 예수님이 함께하시는 걸 아는 제가 되게 하소서. (누가복음 24:13-35)'
오전에 와인박물관을 갔다가 점심 먹고 오후 일찍 순례길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래 저래 늦어버렸다.
와인박물관도 가고, 포르투 역사관도 갔더니 오후 네시가 되어버렸다. 호스텔 체크인 시간을 맞추어 가려고 쉬지도 않고 10km를 걸었다. 포르투에서 마토지뉴스까지 해안길을 따라 쭉 걸었다. 바다를 따라 걸어가면 되니 길은 쉬웠지만, 7시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걷다 보니 힘듦이 밀려온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왜 나는 사서 이런 고생을 하는 걸까.'
'오늘은 짧은 거리라서 쉬워야 하는 날인데, 벌써 힘든데... 이렇게 걷기만 하는 중에 나를 찾는 게 가능할까?'
생각은 뒤죽박죽인 와중에 꽃 냄새에 발걸음을 멈췄다. 예쁘게 핀 꽃들에서 나는 그 냄새를 이 길이 끝난 후에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꽃 앞에서 크게 숨을 들이마셔본다.
그 와중에 땀이 나서인지 바닷바람에 날려온 소금 때문인지 입에서 짭짤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