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티아고에 간 이유

포르투갈 순례길 (1)

by 마일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우리에게 산티아고로 더 알려진 이곳은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우리 부모님은 모르시겠지만.


얼마 전 치앙마이도 다녀왔는데 또 여행이냐며 맥 빠지는 소리만 들을 거 같아 부모님껜 비밀로 한 채 포르투로 향했다. 프랑스 길이 가장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지만, 지금 나에게 40일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40일 동안 걷는 건 더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기에, 2주로도 가능하다는 포르투갈 길에 올랐다.


왠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 여정이 어떤지도 잘 모르지만, 그저 자아를 찾아 걸어간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보여서 그랬을까, 아무나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오늘의 나는 장황한 이유를 나열해 본다.


존 스타인벡이 찰리와 함께한 여행에서 말한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다른 곳에 가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감에 사라지는 게 아닐 거다. 마치 쿠바가 궁금했던 10살짜리 소녀(나)가 여전히 언젠가 쿠바에 가는 날을 꿈꾸듯이.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종종 알베르게라는 숙박시설에 머문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단골 소재는 아마 ‘어쩐 이유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냐는 것’이다. 각각 저마다의 이유는 다양하다. 나는 “오래된 버킷리스트였어요.”라는 말로 가볍게 질문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버린다. “그럼 너의 오래된 버킷리스트를 지금 이 시점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언가?”라는 질문이 좀 더 적당한 대답을 끌어낼지도 모르겠다.


그럼, “저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국토대장정도 하고 싶어 했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고 싶어 했었어요”과는 다른 대답을 할 테니깐.


이리저리 대답을 나열해 본다. “최근에 거주 환경이 바뀌면서 직장이 없는 틈이라서 시간을 길게 낼 수 있었어요”라든가,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와 같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를. 조금 더 솔직하게 나열하자면, 내게 주어진 어떤 역할이 없을 때, 진짜 나는 어떤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은 나도 어릴 적 내가 동경하던 자아를 찾아서 걸어가던 사람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아무나가 아니고 싶었다 보다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으면 했지만, 결국 나를 찾는 것은 아무나가 아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사람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나인지를 알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아무나’ 일 수는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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