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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엠지MZ대리 Aug 20. 2024

#10 당신이 유일한 운명의 상대는 아닐지라도

24.03.18


인연이란 것은 정말로 있는 것일까. 이건 부정적인 생각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상처주려는 의도도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말하건데, 나는 예비 남편을 무척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혹여 어떠한 불운의 사건으로 우리의 결혼이 깨어진들 또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는 인기가 많으니까”하는 식의 근자감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믿는 일이다. 예비 남편 역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운명일 수 있지만, 어쩌면 서로의 ‘유일한’ 운명은 아닐 수도 있다.

이 생각 덕분에 나는 상대롤 소유하려는 집착을 버릴 수 있다. 상대의 존재가 나의 행복과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나와 그의 공존을 지향하고, 나만큼 그 역시 온전히 그 자신으로써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사물의 현상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렇구나’하고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쪽이 아니라 ‘저 현상은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을까?’ ‘저 사람은 어떤 의도로 혹은 무의식적 사고로 저런 언행을 했을까?’ 하고 자주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 우리는 책을 많이 읽었다. 우리는 한 공간 속에서 각자의 활자로 빠져들었다. 동시에, 자주 그리고 불쑥 나는 집중을 깨뜨리며 말문을 열었다. “오빠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봤어?” “이 책을 몇년 만에 재독 해보니 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여러 가치관이 이 책을 통해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로마법이 왜 위대한지 알아?” “’로마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격언이 많은 이유가 뭐게?” 읽는 책에 따라 내 질문은 무자비할 정도로 분야를 넘나들었다. 온전히 나만의 사고흐름이었으므로 따라오기 귀찮았을 법도 한데, 남자친구는 모든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응했다.



그러한 무자비한 질문 속에서 문득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나는 남자친구를 만난 후로,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만큼은 관계 속에서 ‘저울질’을 하지 않았다. 저울질이라는 건 다음의 것들을 포함한다.


만남의 빈도가 잦아질 것 같을 땐 일부러 거리를 두고 만남을 멀리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발설하는 대신 삼킨다.

상대가 얼마나 배려하는지 눈여겨 보다가 그에 응당하는 만큼만 되돌려준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이상의 것들을 나는 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깨닫자 문득 ‘인연이란 것이 정말로 있는 걸까’하며 반문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서로가 ‘유일한’ 운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지 않다고해서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자친구는 나의 세상을 바꿔주었다. 신뢰의 중요성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관계의 선순환을 경험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며칠 전 재독한 책 <간파력>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향상심’이라 칭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높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즐기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항상 노력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행복한 일이다. 나의 노력에 남자친구가 부응하고, 남자친구의 노력에 나 역시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솟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는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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