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선물받았다

by 김반장


출근한 지 24시간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야간근무 앞뒤로 경찰서 강의 일정이 잡혀 있어 그렇게 됐다.
힘든 일정이었지만 이번 강의에서 받은 선물이 많다.
한 선배님이 큰 소리로 격려도 해주시고("30년 들은 것 중 최고였다!"), 돌아가는 차편을 걱정해 주시기도 하고, 담당자에게 강의하는 사진도 선물 받았다.

12월, 1월 양성평등교육 18개 중 11개를 지나왔다.
나의 부족함으로 현장의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
교대근무하며 부산 전체를 다니는 스케줄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
그날그날 강의 컨디션이 어떻든 툭툭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야 할 텐데, 하는 불안
모두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나를 압도했던 감정은 오로지 삶으로 희석시킬 수 있다.
어떤 혼란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내겠다는 다짐을 자주 한다.
지나고 나면 당연히 아쉬운 점이 보이겠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한 과거도 받아들여야 한다.
기능은 보완하고 방향은 수정하고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하는 힘은 패배감을 떠나보내는 데서 시작한다.
도래하는 결과를 알 수 없는 '현재'에서는 수 개의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고, 그것이 최고의 결과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때의 상황과 나의 수준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므로, 모자란 나를 용서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은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도 다짐한다.
강의를 할 때마다 내가 텅 빈 침묵 속에 서 있을까 봐 두렵다.
어떤 언어든 나를 관통하지 못하면 힘을 갖지 못한다.
삶의 구렁텅이에서 내 피부를 뚫고 들어온 경험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문장들만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언어의 세계에서 세계의 언어를 찾으러 부지런히 활자를 핥는다.

이렇게 숱한 다짐으로 채워진 나의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누군가가 몰래 채워둔 간식과
선한 사람들이 연출하는 자잘한 광경들(문을 잡아주거나 작은 도움을 건네는,),
일상 속 작은 변주로 기획한 선물 같은 것들이다.

자신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험난한 여정에도 타인에게 정성을 들이는 순간에 뭉클한 마음을 느낀다.
당신이 있어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간지러운 말이 입 안에서 아른거린다.
말은 다 못 해도, 당신이 선물한 감동으로, 나는 쉬이 지치지 못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진실이 반짝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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