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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Jan 02. 2020

나에게 필요한 가족의 정의를 찾아 나선 이야기   

2019 N개의 공론장⑦「법 밖의 가족이 겪는 차별의 긴 목록」살펴보기

2019년 10월 16일 저녁, 청년허브에는 다양한 청년 및 세대가 모여 “현행법상 가족 개념의 한계와 차별적 요소로 인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다양한 관계의 평등한 삶을 위한 대안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사전인터뷰 읽기


이름하여「법 밖의 가족이 겪는 차별의 긴 목록」입니다.     


1부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이야기 세션으로, 모둠별 대화였습니다. ‘가족’과 관련지을 수 있는 ‘불안’의 요소를 제시해 모둠별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 가족구성권연구소가 2019년 여름 착수보고회를 한 이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원 통깨는 국가가 법과 제도로 ‘가족’을 규정한 것이 어떻게 차별 기제로 작용하는지 설명했습니다. 가족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배경에서 ‘생활동반자등록법’을 살펴봤습니다.      


2부에서는 다시 모둠 활동으로 돌아갑니다. 불안의 요소로 나눈 모둠은 각각 현재의 가족이나 살고 싶은 가족의 모습을 반영해, 자신의 생애주기에 따라 구성하고 싶은 가족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했습니다. 현재 가족 상황에서 겪는 문제, 혹은 앞으로 살고 싶은 가족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개인적, 제도적 희망과 노력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1부의 이야기 세션, 강연과 2부의 이야기 세션의 요지를 발췌, 정리합니다.         



공론장 일시: 2019.10.16 오후 7시-10시

공론장 주최자 : 가족구성권연구소 

장소 : 청년허브 다목적홀


구성

1부

- 가족구성권연구소와 연구 소개
- 첫번째 이야기 세션 : 불안 이면에 숨겨진 각자의 가족 개념 톺아보기
- 연구결과 발표 및 질의응답
“법은 가족을 언제, 왜 호명하는가”
“법 밖의 가족 차별과 생활동반자등록법”

2부

- 두번째 이야기 세션 : 생애주기별 관계도 그리기와 법제도 상상하기
- 전체 공유 및 마무리


#1     


1-1. 이야기 세션 불안 이면에 숨겨진 각자의 가족 개념 톺아보기     



‘가족’은 어떤 이유로 불안을 야기하는 걸까요? 가족에 관한 불안감을 추적하다보면, 본인에게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독립/부양/간병/노년/공동주거를 키워드로 주제 테이블을 나누어 조별로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별 참여자들의 대화를 통해, 이들 주제가 개별적이기보다 상호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양에 관한 불안 가족은 경제적 보호망인가부담인가?     


한국의 법제도는 가족의 부양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삶의 조건에서 부양은 어떤 의미일까요? 청소년기를 지나 원가족에게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청년 시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지낼 수 있는 ‘집’,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없다면 부모님의 집과 용돈 등 가족(부모) 자원이 일차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부모에 대한 부양을 책임지는 것이 타당할까? 1조 구성원들의 고민거리로 나타났습니다.

      

[1조의 경우]


부모 부양, 자기 부양, 가족 자원이라는 종속, 부양하기 위한 결혼?


A. 제가 당장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 그만두면, 월세를 내고 결국 원가족에 기대야 합니다. 독립적인 걸 만들고 싶어도 계급적인 불안감이 있죠. 연세 든 부모님을 물리적으로 부양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습니다.     


B. 저도 결혼을 통해 가족을 구성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세 명의 친구들과 같이 서울에서 집을 구해서 사는 것은 어렵고. 제가 돈이 없을 때는 친구도 돈이 없을 텐데, 집을 구해 사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C. 부양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에 살아 왔고, 부모님들이 지원을 하고, 자녀가 성장해서 돌려주는 시스템이 강하게 구조화 되어있습니다. 법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적인 제도도 없고요.          


독립 방법에 관한 불안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은 결혼뿐?     


원하는 독립을 이루고 싶지만, 물리적 자원이 부족하다면?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의 독립과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받을 수 있는 필수템일까요? 2조에서는 ‘결혼’이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하면서, 결혼이 부모를 부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는 않은지 의문을 나누었습니다.     


D. 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데 어떤 안전, 위협, 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E. 혼자만의 공간을 충분히 만족시키면서 다른 사람들과 적정한 관계를 이루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서로간 거리를 유지한 공동체 말이죠. 공간도 구분하는 겁니다. 화장실 침실은 따로 쓰고, 운동장 정도는 같이 쓰는 것 말이죠.     


F. 독립하는 방법으로 결혼 밖에 없지 않냐고 했는데, 원가족에게서 정정당당하게 떨어져 나오는 건 결혼 밖에 사실 없잖아요. 그렇지만 결혼뿐이라는 이야기는 이 세상이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나라가 가족에게 모든 부양을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니까요.     


G. 물리적으로 독립해도 원가족이 아프거나 본인이 해외 활동을 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를 간병할 것 같아요. 이 심리도 궁금해요.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물리적인 독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네요. 

         

그밖에 3조는 ‘나이 들어서 가족이 없으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하는 주제로 곁의 부재,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나누었습니다. 1인 가구인 내가 나이 들어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제 중 비혼이 자신뿐일 때, 언젠가 부모의 간병을 맡게 될 때 직장을 관둬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 두 분이 각각 다른 국적이어서 이중국적을 취득했는데,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해 보호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4조는 ‘타인과 같이 사는 것’을 주제로 더불어 사는 것의 불안 요소를 얘기나누며, ‘(원)가족 관계에서도 협상은 필요하다’는 결론을 찾았습니다. 선택한 가족이든 아니든 서로 위생에 대한 이해가 다른 점, 어머니의 가정주부 역할을 딸이라는 이유로 대리해야 하는 점 등,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있어서 서로 협상해 옳은 선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참여자들은 공감했습니다. 


1-2. 이야기 세션 -  법 밖의 가족이 겪는 차별의 긴 목록 」 연구 결과 발표 

          

가족구성권연구소는 국가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에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부여하는지 법조항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연구원인 통깨는 제도가 규정하고, 특권을 부여한 가족에 국가의 불안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발표 내용의 일부를 발췌, 정리합니다.     

     

가족에 대한 국가의 불안     


“현행법률이 1400개 정도 됩니다. 모두 검토해보니 '가족'이라는 말이 300여 개가 등장해요. 그런데 그중 ‘가족’이 유의미하게 적힌 게 240개 정도 됩니다. 법조문도 굉장히 다양해요. 보훈, 보상, 재난, 안전, 노동, 사법 등등 거의 전 영역에 걸쳐 가족이라는 게 법에서 불린다는 거죠.”


국가는 가족이 사회통합을 위해서 기능해야 하고,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돌봄과 부양의 1차적인 책임은 가족에게 있다고 천명합니다. 물론 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국가가 제도로써 개입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족을 통해서 미풍양속, 애국심, 민주주의 등 정치,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자 하는 기획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국가가 <민법>에서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이유는 이 조항이 없다면 가족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건강가정기본법’을 보면 국가가 생각하는 가족이 잘 나와 있습니다. 건강기본법은 ‘가족이라 함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며 가족을 정의합니다. 이렇게 이루어진 사람들이 생계와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가 가정으로, 그 안에서 부양, 양육, 보호, 교육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라고 정의합니다.  

   



법의 목적 및 내용 :


-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의무를 명확히 함

- 가정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사회통합을 위해서 기능해야 함

- 모든 국민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국민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음

-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함

-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도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도를 만들어야 함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단위의 신분제도를 개인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생겼지만, 여기에서도 ‘가족’이라는 말은 유지됩니다. 개인의 신분을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 안에서 증명하며 가족의 해체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이 사망했을 때 그 권리승계를 법 밖의 가족은 받을 수 없습니다. 상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안은? - 헌법재판소의 가족에 대한 해석생활동반자법의 새로운 제정     

 

민법 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내지 {(생계를 같이 하는)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만을 가족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에 찬반론이 따릅니다. 가족해체의 위기를 운운하는 편에서는 이 법의 가족 범위에 찬성하지만, 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현실의 가족공동체를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재 연구소에서 간주하는 대안 중 하나는 생활동반자법입니다. 2014년 3월에 만들어졌으나 발의되지 못하고 폐기된 생활동반자법은 당사자 쌍방의 자유로운 계약관계를 기본으로 합니다. 결혼은 친족과 친족의 결합, 많은 인적관계가 생기는 것이지만, 생활동반자법은 개인과 개인의 계약관계로 성립합니다. 그러나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 동거와 다릅니다.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격을 주고, 비직계가족과 같은 동거인/보호자도 의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고, 가정폭력처벌법에서 가정구성원에 생활동반자가 포함하도록 하자는 개정안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87년도 헌법은 가족보다도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가장 중요한 기치로 꼽습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가족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현실의 생활공동체’이고, ‘새로운 형태의 혼인과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존업과 평등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해 법제도적 보호와 혜택을 평등하게 부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 말합니다.      

    

2     


2-1. 생애주기별 관계도 그리기와 법제도 상상하기     


참여자들은 법과 제도로 만들어놓은 ‘가족’ 관념이 현재 나/우리가 원하는 가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독립/부양/간병/노년/공동주거를 키워드별로 나뉜 모둠 그대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거나 살고 싶은 가족 관계를 생애주기별로 그리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소망을 나타냈습니다. 조별로 회고한 내용을 아래에 요약합니다.     

 

‘고독사’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한 모둠에서는 다양한 관계 맺기가 가능해져야 혼인으로만 점철되어 있는 사회에서 벗어나 죽음 또한 외롭지 않게 맞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양한 가족관계는 반려동물도 포함합니다.     

‘부양’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한 모둠에서는 부양을 요구하는 만큼 거부하는 권리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구성한 가족일수록 서로 부양을 받거나 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선들이 나아가고 교차하고 서로 헤어지는 관계를 가족으로 표현한 한 모둠원의 예시를 들며, 가족이 필연이 아닌 ‘선택’ 관계라는 시각을 보여주었습니다.     



‘간병’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한 모둠에서는 ‘시설 외에 다른 답이 없는 상태에서 이 간병 문제를 실질적으로 되게 인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없는 게 굉장히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가족’을 직계혈족 중심으로 규정한 민법 779조를 개정해 모든 법에 '내가 지정한 1인‘을 보편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간병이나 부양인 또한 상호 합의된 간병, 부양 관계의 1인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폭력 피해자만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관계해소를 위해 떠나 있을 쉼터를 제안했습니다. 동거하는 가족과 공간을 분리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존관계에 있었던 개인이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결혼’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한 모둠에서는 결혼이 아니고도 독립을 인정해주는 정책이나 법이 필요하고, 결혼을 통한 커뮤니티가 아닌, 살고 있는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가 유지되도록 제도적인 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50대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하다고 합니다.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의 불안을 이야기 나눈 모둠에서는 이번 공론장을 통해, 가족관계가 수많은 것을 맞춰나가고 조정하는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고 합니다. 원가족에게는 협상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가족은 협상할 수 있는 존재로 상정하기 때문에, 사는 동안 부딪혀가면서 협상하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가족에 관한 불안을 스스로 질문하면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온전하기 위해 어떠한 가족이 필요한지를 알게된 것 같습니다. 가족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고, 원하는 가족 관계의 성격도 다릅니다. 반면, 한국의 법은 개인들의 사정과 상황, 가치관을 소거하고 관리 시스템의 측면에서 합법적인 가정을 규정합니다.      


원하는 가족과 법으로 규정한 가족이 일치하지 않아 갈등하는 누군가들에게, 이 공론장의 내용이 대안적 실천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론장 리뷰 끝) 



*글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정아람 에디터 

*사진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전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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