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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Jan 02. 2020

시각장애인의 이동, 학습, 노동 그리고 정보 접근성

2019 N개의 공론장⑬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 살펴보기

‘시각장애인의 권리'라고 했을 때 비시각장애인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권리를 가장 넓은 폭으로, 또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인터뷰 읽기


장애 유무와 장애의 종류를 떠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활에 대해 그려보고, 여기에 따라와야 하는 권리를 생각하려면 자신의 권리를 생각할 때보다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고, 그제야 그들의 권리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법이니까요. 


번 공론장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해보기 이전에 이들에게 공감하기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이야기를 얻어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공론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 넓고,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론장 제목 :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 : 공감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공론장 일시 및 장소 : 11월 23일(토) 오후 1시~5시 성미산마을회관 


프로그램 

1부 발제
-여성의 안전&건강권 : 정아영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공동대표)
-정보접근권&문화권 : 김동현(행복ICT 대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접근성위원회 위원)
-노동권&자기결정권 : 채윤지(플립커뮤니케이션즈 헬스키퍼)
-이동권&학습권 : 조은산 (서강대 심리학과 학생)

2부 주제별 공론
3부 공유



#1부 


사회 : 저는 정아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에서 일하고 있고, 대학원생이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에서 시각장애인 권리에 대한 글쓰기 강좌와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오늘 많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역시 시각장애인과 장애인의 권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일당백의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주위의 다른 분들에게도 다 전해질 텐데요, 우리의 이야기를 잘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발제 : 장애인 여성의 인권 (정아영)


10년 전, 우리나라 장애여성의 70% 이상이 중학교 이상의 학력,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 장애여성의 50% 넘는 분들이 무학 또는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통계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여성과 장애남성에 대한 통계를 보면 소득, 직업, 거주에 있어 모든 통계에서 장애여성이 장애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육, 소득, 빈곤에 처하게 되고요.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여성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요, 장애남성은 그러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지 않는냐며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습니다. 장애여성지원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장애남성 지원법은 필요 없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기사를 띄워주시면 좋겠습니다.


2011년의 내용인데도 20대 국회는 벌써 막을 내렸고, 내년에 21대 국회가 시작하는데 여전히 장애여성지원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국회 여성가족위에 요청을 많이 해서 장애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 여성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장애남성에 비해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육, 경제, 거주, 직업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장애여성들이 점점 더 복지, 커뮤니티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인식도 낮고 그러니까 어떤 성폭력에 노출도 되고, 흔히들 보면 성폭력을 당하는 장애여성들, 그 가해자들에게 처벌을 약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가해자들이 장애여성의 주변인들인 경우가 많다 보니 도와주려 했을 것이다, 평소 친절하게 대해주었을 것이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장애, 특히 지적여성 장애인들은 그 상황 자체에 대한 인지 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 혹시 ‘얼떨결 폭력’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얼떨결 폭력’은 예를 들어서 우리가 막 지나가고 있잖아요, 어떤 지하철에서 할머니가 장애가 있는 나한테 돈 천 원을 주면서 몸이 힘든데 왜 여기 나와 있느냐 하는 게 ‘얼떨결 폭력’ 이고요. 제 친구 중에 예를 들어서 명동역에 사는 친구가 있어요. 걔가 회현역에 있는 회사를 다녀요. 그런데 명동역에 사는 친구가 회현역에 있는 회사를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더니 너 반갑다. 내가 너 명동역 집 앞에서 보는 데 내가 도와준다고 했을 때 그때 왜 거절했니, 이런 의문을 제기하면서 막 따라다니는 거예요. 이런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고 있어요. 장애남성 들도 당하고 있지만 장애여성들이 더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가 다음에 살펴볼 부분은 육아에 관한 건데요, 우리 오신, 세 자녀를 키우고 계신 김호진 님께서 말씀을 잘해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저출산·저출생 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있는 아이들이 잘 클 수 있게 함께 해 주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또 장애여성의 권익이 필요하다는 게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인정해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겠냐는 의식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사회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을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장애여성은 심리적으로 우울에 처할 상황이 훨씬 높고, 건강에서도 이명을 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며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의 발제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선 세 아이를 키우고 계신 김호진 선생님의 말씀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김호진 님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의 모성권 


제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어요. 산부인과에 갔더니 초음파를 찍으라 하고, 다음 달에도 또 초음파를 찍으러 오래요. 그래서 제가 무슨 초음파를 그렇게 자주 찍느냐, 전자파가 아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이후로 3개월이 지나서야 병원에 갔어요. 5개월 차에 간 거죠. 그랬더니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미 무슨 무슨 초음파들은 찍을 시기가 지났고, 입체초음파 라는 게 남았대요. 아이를 구체적으로 봐야 한대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왜 구체적으로 보냐 했더니 어머니의 눈 때문에 아이의 눈이 나빠지면 어떻게 되겠냐는 거예요. 입체초음파로 눈이 나빠지는 걸 확인할 수 있냐 했더니 확인할 수 있대요.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꺼내서 치료할 거냐, 수술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래요. 그럼 5개월 후에나 볼 텐데 아무 조치도 못 할 바에야 그냥 있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를 되게 한심하게 바라보더라고요.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입체초음파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산모들의 가치관이 다른 거잖아요. 그걸로 심리적으로 안심될 수도 있어요. 유전적으로 눈이 안 좋을 것 같으면 큰 병원에 미리 등록을 해 놓더라고요. 이런저런 산모들만의 선택이 있는데 그거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 기분이 나빴습니다. 비장애인 산모들도 많은 부분을 강요받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트로 이것저것 사는 것처럼 산부인과에도 이런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비장애인 산모였다면 네 눈 따라 유전되면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상처 되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가족보다도 당사자인 엄마에게는 가장 큰 상처이고, 두려움인데 그걸 들춰내면서 나의 선택을 강요당한다는 불쾌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단 아이가 셋을 키우면서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저를 아기보다 더 아기처럼 대하더라고요. 그런 거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심하게 나 스스로를 낮춰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장애인을 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 스스로가 내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도 중요함을 느껴요. 


‘스토리텔링 어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매주 수요일마다 엄마가 아이 학교를 가서 책을 읽어주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저는 한 손에다가 책을 입력해서 그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못 하지만, 첫 아이 때는 수요일에 학교에 가서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토론을 했더니 학교에서도 장애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바뀌는 것 같았어요. 이런 식으로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머물러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피해의식, 자격지심에서 조금 벗어나서 내 아이도 생각하고, 나의 건강한 관계를 생각해서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장애인의 인권을 말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우리가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장애인 인권은 양쪽 다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동현 님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아버지의 경험)


네 살 딸 아이의 아빠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따가 정보접근성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겠지만, 제가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특히 육아와 결혼을 준비하는 장애인에게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개인의 검색능력에 따라서 접하는 정보가 다르더라고요. 저는 아이 엄마가 컴퓨터를 잘 사용하는 편이라서 아이템들 있으면 찾아봐서 다른 시각장애인 엄마들한테 정보를 주기도 하는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익숙하실 거예요. 맘카페 안에서 엄청 많은 정보가 공유되잖아요. 여성분들의 그런 경우에 참여해야 하는데 장애로 인해 조금 어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빠 입장에서 저의 생각은, 아이가 커갈수록 놀이공원도 데려가고 싶고 이런 마음이 드는데 어렵더라고요. 제가 자동차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비장애인 부모들은 아이가 크면 자동차를 사요. 저희는 그런 부분이 어렵다 보니까, 자동차가 소유 여부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느냐 마느냐로 이어지니까요. 얼마 전 강원도에서 안내견 지원을 받아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사에서도 지원해주고 자원봉사가족도 한 팀이 와주었어요. 복지관 같은 곳에서도 함께 가긴 하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이하고 시간을 보내고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도 보여주고 아이뿐 아니라 아이 친구와도 함께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록여행처럼 자동차를 렌트해주고, 자원봉사로 기사를 해주는 서비스 같은 게 확대되어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아빠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학습권과 이동권 (조은산)


안녕하세요. 제가 발제를 시작한다고 하니까 강아지(안내견 새움이)가 좋은가 봐요. 방금 일어났다가 앉았습니다. 저는 두 번째 발제를 맡게 된 조은산 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학교 2학년 마치고 휴학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이동권이랑 학습권 두 가지입니다. 학습, 공부하는 거죠. 이동은 그냥 왔다 갔다 하는 거고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하는 것들인데, 심지어 공부 같은 건 다른 사람들은 공부하기 싫어 난리인데 이게 권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만큼 교통이 편리하고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나라가 흔치 않은데? 과연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가고 싶은 곳에 어디든 갈 수 있는 나라인가, 또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나라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먼저 이동권 이야기를 할게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편리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권리가 이동권이에요. 사실 역사가 그렇게 오래된 권리는 아닙니다. 발제 자료집에도 써놨지만 1993년에 처음 공론장에 등장했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시각장애인, 그리고 모든 범주의 장애인들이 이동 문제를 겪지 않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이동은 인간적인 삶을 위해 정말 중요한 권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친구를 만날 때, 면접을 보러 갈 때, 사회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모두 이동이 필요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이동권이 잘 보장이 되지 않는,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기 힘든 사회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동권을 제약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먼저 사회적 기반의 미비,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부재입니다. 기반 시설 문제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대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의 폭이 좁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보통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인데요. 지하철은 요즘 굉장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나 인프라적으로나. 그런데 버스는 시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그림의 떡’ 이라는 생각을 해요. 정류장 위치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고요, 이 정류장이 어디 주변에 있는 건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정류장을 찾았더라도 지금 온 버스가 어떤 버스인지 알아야 탈 텐데 쉽지 않아요. 물론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서울시 한정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여러 대의 버스가 한 번에 들어올 때는 소용이 없습니다. 버스가 얼마나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려운 수단인가 조사한 게 있어요. 이 자료를 보시면, 시민교육이라는 수업에서 시각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요, 제일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60%는 지하철이었고, 최하위는 버스였습니다. 버스를 빼면 지하철,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일 텐데, 장애인 콜택시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저만해도 원래 오늘 여기 올 때 장애인 콜택시를 타려고 했어요. 근데 안 잡혀서 이 주변 지리를 모르지만 지하철을 탔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를 도와주는 가람님이 1번 출구까지 마중을 와주셨어요. 어쨌든 콜택시는 일반적으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고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별칭이 ‘로또콜’ 일 정도로, 장애인 콜택시 잡기가 로또보다 어렵다는 뜻으로, 저처럼 안내견이 있는 경우는 더 안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버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너무 불편한 수단이고, 사실상 지하철과 콜택시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지방 같은 경우는 제약이 더 심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편의의 문제뿐 아니라 기반시설 미비로 인해 목숨이,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사랑 토람이〉 라는 책이 있는데요, 안내견 관련 서적으로 드라마로도 유명해진 이 책을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짜 맹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죽을 고비 3번은 넘겨야 한다.’ 저는 무섭지만 사실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우리가 움직이면서 산재한 수많은 안전의 위협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시각장애인의 목숨과 직결되는 음향신호기가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꺼져있거나, 규정을 어기고 엉뚱한 위치에 설치된 점자보도블럭, 도로에 무단주차 된 자동차... 시각장애를 가진 건 누구의 책임도 아닌데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만의 몫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인식 미비의 문제는 제가 안내견 파트너이다 보니 안내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공공장소, 교통수단 등 상관없이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법 조항을 몰라서인지 안내견을 거부하는 일이 많습니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들어가고 싶은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심리적 박탈감이나,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안내견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로 상처받지 않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사람들은 네가 단단해져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상처들에 둔감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둔감해질 만큼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경험이 늘어나면 바깥 활동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더 고립되겠죠. 저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안내견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였는데 난생 음 받아보는 부담스러운 관심들, 가고 싶은 곳에서 거부당하는 경험들... 한 번은 2학기가 시작되던 때 속해있던 동아리에서 개강 총회 파티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직면하기 힘들어서 자리에 가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용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요즘 장애인 교육 관련해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책 키워드가 ‘통합교육’인 것 같아요. 양적 차원에서는 많이 늘었지만 질적 차원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에서 장애학생 특례입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거나 특정학과에서만 운영하는, 예를 들어 이과에서는 입학이 불가능한 그런 경우도 있고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도 많습니다. 법적으로 재학 중인 장애학생이 10명 이상이 아닌 학교들은 설치를 하지 않거든요. 장애학생지원을 대수롭지 않은 사무의 연장으로 보고 있어서인지 지원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비장애인들은 클릭 몇 번이면 수업도서를 구입할 수 있고 수업자료를 내려받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수강신청 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게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이 분이 좋은 교수님일까’ 하는 데 비해 저는 ‘내가 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수업 교재와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을까, 시험은 어떻게 보아야 하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장애인들이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J 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이천에서 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2살이 채 되기도 전에 교통사고 때문에 뇌를 다쳐 시력을 잃게 되었는데요. 5년 전에는 글씨까지는 봤는데 서서히 나빠지더라고요. 어쨌든 신학대학원까지는 갔는데, 점자책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저는 그냥 교실 뒤에서 경청하면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자료를 받더라도 엄청 늦게 받게 되는 그런 어려움이 있었고, 원래 서울에서 살다 직장 때문에 경기도 이천으로 왔는데, 오늘은 전철로 왔지만 협회 차가 2대밖에 없어서 다른 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나흘 전부터 신청해야 하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K 님의 이야기


이동권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면, 저는 기독교인인데 제가 다니는 교회 시설이 아직 좀 열악해요. 그러다 보니까 점자블럭이 있기는 한데 계단지점에서 계단이라고 표시하는 게 각 계단마다 표시가 되어야 하는데 띄엄띄엄 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요. 왜 여기는 있는데 여기는 없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고요. 또 한 가지 치명적인 부분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부분에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확인을 못 해서 다친 적 있어요. 그래서 교회 측에서 그걸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습권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음대에 진학했었는데요, 지금은 방법을 알아내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이전에는 혼자 하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수업이 있었는데 수업에 들어가니 교수님이 시각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수업 끝나고 남아라.’ 해서 남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대책을 강구해보자고 했는데 결국 아무 대책도 없이 학기를 보내게 되었어요. 다른 학생들이 음악 만들 때 저는 가만히 앉아있고. 읽어주는 음성 피드백 기능이 있다는 걸 당시에 몰라서 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혼자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 억울하고, 좌절감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방법을 연구하고, 커뮤니티도 작년에 만들어져서 작업하는데 남들처럼 공동으로 하는 것도 어려움이 없고 하는데 당시에는 정말 서러웠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혼자 음악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많이 알려지지 않다 보니 교수들이 모르고 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음악을 전공하는 시각장애인 학생이 왔을 때 저처럼 될까봐 심히 걱정이 되는데 교수님들이 그런 학생에게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좋겠고, 다 동등하게 어려움 없이 작업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고. 저희들도 개척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선배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헬스키퍼, 시각장애인의 노동권 (채윤지)


안녕하세요. 채윤지입니다. 현재 헬스키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업애 많이 종사하는데, 기업 같은 곳에서 시각장애인안마사를 채용해서 직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도록 중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들, 어떻게 보면 다 먹고살고자 하는 건데요. 시각장애인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직업을 선택하는데 제한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사회가 시각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가다 보니 더욱 기회가 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헬스키퍼가 되기 전에 콜센터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단순한 작업을 하는 곳이어서 중학교 졸업장만 있어도 취직이 되는 곳이었어요. 당시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여서 부담 없이 지원을 했는데요. 모니터를 보면서 빠르게 작업해야하는 일이라 시각장애인은 합격시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스크린리더 같은 기능을 말씀드렸는데도 굳이 그렇게까지 시각장애인을 채용할 의무가 없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자체를 특별한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당연히 장애인도 더불어 일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씁쓸했어요.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은 아직까지는 안마업인 것 같아요. 비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기도 한데요, 전화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도 있고요. 저도 앞으로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또 막상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는 각종 교육이나 행사에 시각장애인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곳에서는 얼마 전에 장애인식개선교육과 성희롱예방교육이 있었는데 자리가 부족해서인지 저를 부르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것에서조차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이런 문제를 누가 만드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복지관에서 취업알선을 해주는 곳들이 많은데,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회사의 위치, 급여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 회사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일하게 되는 회사의 이름이 뭔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담당자의 연락처가 없는 경우도 많고요. 저 같은 경우도 면접에서 회사에 대한 것들, 무얼 하는 곳인지 등등을 물어봤거든요. 결국 그 회사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직장을 선택할 때 적어도 비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만큼은 시각장애인들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동권과 관련해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예전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는데’, 이런 생각보다 같은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자기결정권, 내가 하고 싶은 걸 내가 선택하는 당연한 이야기를 왜 제목의 끝에 붙였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당사자들도 우리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의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이곳에 활동보조사분들도 많은데, 뭘 도와주실 때 내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중요한 결정은 당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분들도 중요한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N 님의 이야기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고용에 대한 법률이 있어야 합니다. 근로 중 자신의 업무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실업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보호해주는 법률이나 제도가 없어서 본인의 능력으로 헤쳐 나가야 하고요. 사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정말 잘 되어서 정책, 행정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취업알선을 해보았지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업체를 발견하고, 적절한 당사자를 찾고 매칭하는데 초반에 6개월 까지는 한 건도 매칭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안마업 분야에서 당사자가 당사자를 돕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헬스키퍼라는 직업도 소개해주셨지만 기업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8시간 full-time 근무가 아니라 4-5시간 정도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연화될 대로 된 고용현장에서 장애인 고용은 대다수가 비정규직이고요. 안마사 자격증을 가진 분이 창업을 하고, 시각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가장 안정적인데 헬스키퍼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안마업에 관련한 의료법의 개정이 아니고는 시각장애인 고용의 안정화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 모인 분들이 정말 잘되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을 혹시라도 결정자가 듣게 된다면, 이런 자리를 더 늘려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 님의 이야기 


저는 점맹이 된 지 6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원래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으나 그때는 한 쪽이 안 보이고 한 쪽은 보이는 게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일반학교를 다녔고 대학도 통신공학 전공을 했습니다. 군대의 경우는 신체검사 5급 판정을 받아 가지 않았고요. 대학 때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는데 당시 장애 학생이 거의 없었습니다. 졸업 후 개발은 하기 싫어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서비스 개발 쪽이었는데 예전에는 기지국이 하던 일들을 LED 전광판으로 한눈에 보고 설정하는 쪽으로 바뀌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시력과 직업을 잃고 1년 정도 집안에 갇혀 있다가 복지관에서 자립생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복지관에 점자 강사로 일하게 되면서 보니 외국에서는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되면 원래 다녔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교육을 해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4개월 동안 자립생활교육을 받고 나면 안마사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직업재활이라고 하면 중도에 장애인이 되었어도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저러하다 보니 지금은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팀에서 일하면서 활동복지사, 이동 바우처 등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혜택도 근로지원 선생님에게 의존해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시각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안마사, 헬스키퍼, 교사, 공무원, 사회복지사가 대다수인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은산 님의 이야기


직업선택에 관한 공론장에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PSAT 라는 시험이 있는데요, 정부에서 2021년부터 7급 공무원 수험자들을 대상으로 도입하려는 자격시험입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분들의 공간지각능력, 즉석판단능력을 알아보려는 시험이고요,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험에 그림과 표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시험을 마련할 방안이 없다고 하고요. 7급 공무원 시험 수험 기간이 평균 4-5년임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시험 준비를 해도 PSAT 시험 때문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김동현)


김동현: 행복 ICT에서 일하는, 평범하게 아기를 키우는 한 남자 김동현입니다. 오늘은 시청각 자료를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세분의 발제를 들으며 생각한 것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말하고 있는데 어떤 하나만 주장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권리, 노동에 대한 권리, 학습권, 이동권 등이 서로 맞물려가야 한다고 보고요. 


공무원들 업무 포털이나 전자 바우처에 대한 접근권 이슈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인트라넷에 관련한 것으로 여겨지기 일쑤이고요. 접근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많이 묻는 질문이,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가?”입니다. 소리로 합니다. 비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소리로 들어서 쓰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요.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본다. 여기서 ‘본다’는 게 보기만 하는 건 아니죠. 듣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에서 터치를 하면 실행이 되지만,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터치하면 소리가 난다 (소리) 예를 들어 제가 전화를 터치해야 하는데 설정을 터치했다고 칩시다. 다행히 한 번 더 확인하는 안내문구가 나옵니다. 애플사 스마트폰에는 이 음성안내가 기본 설정으로 되어있고요. Assistive technology (보조공학) 이라고 해서 발달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게 있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접근성이 받쳐줘야 합니다.


자료를 보면서 접근성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팀 버너스 리라는 사람은 정보접근성의 경우 이 사람이 장애가 있든 노안이 왔든 정보에 차별과 제한이 없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이 정보접근성에서 차별이 있고, 제한이 있게 됩니다. 키오스크 많이 사용하시나요? (일동: 아니요.) 소리가 안 나고, 터치를 해야 하는데 터치가 안 돼서 쓰지 못합니다. 키오스크 단말기가 문제가 되는 점이,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습니다. 아이가 맥도날드에서 해피밀을 먹고 싶어 합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데요, 음성도 안 나오고 키패드도 안 나옵니다. 옆에서 누군가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봅니다. 아이 때문에 해피밀을 시켜야하고, 카드결제를 해야 한다는 이런 이야기를, 사람을 대면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계 앞에서, 점원이 아닐 뿐 제3자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최근 관련 기사와 칼럼이 많이 나오기도 했죠.


중요한 사례로, 월패드에 점자가 필요합니다. 장애인 무인단말기 접근과 월패드에 대한 제도와 개선을 좀 찾아봤는데요, 무인화기기에는 접근성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이 발의가 되어있는데 무인화기기에 월패드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애인도 고객이니 장애인도 고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처음부터 기능을 탑재하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애플사를 좋아하는데, 애플은 Key 하나만 누르면 스크린리더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윈도우 10은 나레이터 기능이 들어가서 간단한 기능은 사용가능한 수준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애플이 조금 더 앞서있는 상황이고요. 스팟성으로 지나가게 되는 정보들, 예를 들어 택시를 탔는데 내 주머니에는 3만 원만 있고, 리더기에 얼마 금액이 찍히고 있는지를 알아내서  쓱 보고 있다가 얼추 내리고 싶은 그런 경우 있잖아요. 당연히 시각장애인들은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QR코드를 찍으면 키오스크를 알 수 있게 하는 신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월패드 개발에 대해서는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작은 업체들이 개발하다보니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접근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고, 시각장애인도 고객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론장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접근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학습권이 보장되고, 학습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업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권리가 보장되어서 삶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아영 님의 마무리


사회가 알아야 할 부분은 시각장애인을 소비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고요. 웹 접근성이나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한 물건에 표시를 할 때 새로운 기술을 만들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같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합니다.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대상’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로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들에게 이동권, 학습권, 노동권, 높은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까지 앞으로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전에는 대학에 장애학생을 위한 제도가 전혀 없었다면, 현재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자리 잡은 만큼, 이러한 기관들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인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론장 리뷰 끝) 


*글과 사진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전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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