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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Sep 24. 2020

프리랜서분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2020 N개의 공론장③「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정책」사전 인터뷰


일시 : 2020년 9월 23일

인터뷰이 : 이다혜

인터뷰 및 편집 : 전소영(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프리랜서의 노동과 관련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프리랜서의 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일에 대한 질문은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이다혜 님은 일의 중요성만큼이나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문장을 남겨 주셨다. ‘휴식하지 않으면 복리처럼 필요한 휴식 시간이 불어난다’ 어디 하나 반박할 수 없는 문장이다. 게다가 여기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상당하다. 프리랜서들이 이런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도 지속해서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다혜 님의 기대처럼 공론장에서 이상적인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눌 수 있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피벗해서 적용하면 세상이 변할’지도 모르니까. 

 

 


Q: 안녕하세요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기획자, 콘텐츠 마케터 이다혜입니다. 지면으로 만나는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를 만들며 일, 여성, 프리랜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공동진행하고 있습니다. 



Q: 다혜 님의 브런치 '프리랜서로 살아남기중 '직장이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에서 일을 얻고자 하는 프리랜서들에게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고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를 권하시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습니다동시에 코로나로 외출이나 야외 활동각종 만남에 큰 제약이 생긴 요즘 같은 시기에 프리랜서들이 안전하게 자신을 알릴 방법이 있을까요'프리랜서, 일은 어떻게 구해요?'에서 비슷한 내용을 이미 다루어주셨지만지금 시점에서 질문을 드리는 건 또 다를 것 같아 질문드려요.


A: 프리랜서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일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이 어려워지면서 이전보다 영업에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영업을 해 일을 구하는 것보다 온라인이나 지인 소개를 통해 일이 들어올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 방식이 아주 크게 바뀐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프리랜서마다 일을 구하는 방식은 저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지원사업이 일로 연결될 때가 많았습니다. 지원사업으로 연결된 단체 혹은 기관에서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다른 일을 맡기는 식이죠. 지원사업을 꼭 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양한 곳에 내 포트폴리오를 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지원사업이든 일 하는 커뮤니티든 내가 일 하는 분야에 나에게 일을 줄만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게 일감영업의 첫 단계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SNS를 열심히 해야죠. SNS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제 작업을 보고 컨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기존에 한 번이라도 일했던 사람이 제 SNS에 올라온 작업들을 보고 이다혜라는 사람이 이런 작업도 가능하구나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련 작업을 해줄 프리랜서가 필요할 때 연락을 주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작업이 가능한지 적극적으로 알릴 것. 일 하는 분야에 많은 사람과 연결될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Q: 프리랜서의 생활 패턴일과 휴식의 균형을 구성하는 요소에 개인의 성향도 있지만 노동환경이나 사회 안전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장 개인이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건 자기 생활을 재점검하고 각자의 판단에 맞게 구축하는 일 같아요다혜 님은 프리랜서 건강한 생활과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보셨나요?


A: 출퇴근 시간이 강제되지 않은 프리랜서는 건강한 생활과 일과 삶의 균형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매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 같아요. 우선 루틴이 중요합니다. 나는 언제 일 효율이 높은지 실험해보고 그 시간을 정해 나만의 출퇴근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죠. 저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은 오전에 잘 된다는 걸 몇 년간의 실험 끝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일을 할 때는 이미 지쳐있기 때문에 일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도 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되도록 아침 10시에는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미팅은 제가 집중하기 좋은 오전 시간을 피해서 잡는 편이에요. 사실 아침에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비교적 루틴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계기는 식사 시간이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에 집중이 잘 되면 우선 이것만 마치고 먹어야지. 하다 보면 식사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죠. 일하는데 자꾸 두통이 온다면 밥을 안 먹어서입니다! 혈당 떨어져서!


저는 회사를 그만둘 때쯤 어린 나이에 일찍 당뇨가 왔습니다. 당뇨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죠. 작년까지는 잘 지키지 못하다가, 올해는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시간을 정해 놓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일명 816 프로젝트라고 아침 8시쯤 아침, 1시쯤 점심, 6시쯤 저녁을 먹는 거죠. 식사 시간을 정해두니 일상의 루틴이 식사 시간을 기준으로 돌아가게 되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생활이 되었습니다. 습관이 무서운 게 이렇게 하다 보니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침을 먹고 또 자야지 생각하지만, 아침을 먹고 나면 정신이 깨서 그냥 하루를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하하. 


작년에 번아웃이 올 정도로 많은 일을 하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휴식하지 않으면 복리처럼 필요한 휴식 시간이 불어난다는 점이에요. 쉼 없이 일하던 시기를 지나니 몇 개월을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고요. 쉼이 없이 일하게 된 이유는 1. 무리하게 여러 일을 병행했다는 것. 2. 쉬는 시간을 희생해가며 모든 결과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집착했다는 점. 3. 급한 마감이 없는 날에도 일을 미리 끌어와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무리하게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프리랜서도 성수기가 있고 그때 수익을 올려두지 않으면 비수기에 힘들 수 있으니 무리라고 느껴지더라도 우선 들어오는 일을 수락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도 내 작업 시간과 컨디션을 계속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급한 마감이 아니라면 저녁 먹고 쉬는 것. 너무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필요한 수준의 퀄리티로 안정적으로 일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죠. 필요한 수준의 퀄리티로 안정적으로 일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감도 맞출 수 있고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새로운 일과 익숙한 일의 비율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새로운 일이 전체 일의 80%를 차지했어요. 그래서 더 많이 애써야 하는 상황이 있었죠. 같은 양의 일도 새로운 일은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투입되잖아요. 그래서 이왕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 익숙한 일 80% 새로운 20%로 비율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일과 휴식의 공간을 분리하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아침 수영도 도움이 되어요. 그리고 ‘일단 집에 오면 쉬는 거야!’라고 입력하는 거죠. 지금은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저녁 먹고 나서 저에게 질문합니다. “오늘 일 더 하면 불행할까?”라고 질문했을 때, ‘오늘은 괜찮을 것 같아.’ 아니면 ‘오늘은 불행할 것 같다.’ 이렇게 컨디션에 따라 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나에게 질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프리랜서는 내가 대표이고 내가 직원이잖아요? 이다혜 대표가 이다혜 직원에게 물어보는 거죠. 그리고 이다혜 대표는 이다혜 직원의 의사를 존중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퇴사할 수 없는 고강도 노동이 디폴트인 회사에 갇힌 채 일하게 됩니다.




Q: 생활의 균형에 이어일의 균형에 대한 질문입니다프리랜서가 생업을 꾸려나갈 일과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제가 강연할 때 ‘생계를 위한 노동, 나의 업을 위한 일'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무래도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노동과 일을 병행하기가 참 어려워요.


제 경험을 복기해보면, 제가 개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생업을 꾸려나가는 노동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 브랜드 없이 사회에 유용한 부품으로 존재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은 필요한 부품이겠지만, 언제까지 필요한 부품이 될 수 있나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거대 시스템이 되긴 어렵지만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 다기능 부품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기능을 함양하기 위해 저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필요' 그 자체일 수 있겠네요. 개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느끼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쓰다 보니 굉장히 훌륭한 노예 같은 기분이 드네요. 


우선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계속 하기 위한 추진력이 필요해요. 개인 프로젝트의 추진력은 나 혼자 나오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추진력을 얻은 적도 있고요. 매거진 <프리낫프리>를 만들 때는 우선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인터뷰를 하고 나면 이걸 세상에 내보여야 하니까 어떻게든 매거진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매거진을 내놓았으니 제 생각이 맞았죠. 하하. 그리고 개인 프로젝트는 당장 수익을 만들어주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세상에 내놓고 피드백을 듣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피드백이 어떻게든 계속 프로젝트를 꾸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피드백이 줄어들면 ‘아, 너무 개인 프로젝트에 소홀했구나’ 싶어서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가늠하고 배분하는 것도 필요해요. 오늘 내가 투입할 에너지 중 80%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 썼다면, 20%는 꼭 내 개인 프로젝트, 나의 업을 위한 일에 투자하는 거죠. 의식적으로라도 에너지를 배분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개인 프로젝트를 소홀히 하게 됩니다. 


올해는 이런 시도도 했어요. 비슷하게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프리랜서 지인과 매주 금요일 오후에 만나서 그 시간에는 다른 외주 일을 하지 않고 각자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거죠. 꽤 효과가 좋았어요.



Q: 콘텐츠 프리랜서들을 중심으로프리랜서의 노동환경과 지원사업에 대한 논의를 다루는 이번 공론장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상상이 시작되는 자리이길 기대하고 있어요.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상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피벗해서 적용하면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유지시키는 건 현실주의자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이상주의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공론장이라는 다소 거창하며 무거운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내용만큼은 아주 자유롭고 상상이 가득한 이상주의자들의 상상력 대잔치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상상이 언제 현실이 될지 몰라도 오늘의 공론장에서의 상상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상의 시작이 되면 좋겠어요.  


(사전 인터뷰 끝)




2020 N개의 공론장③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정책」 공론장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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