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를 정규 방영이 다 끝나고 기사들이 한창 화제가 된 후 한~참 후에
'뭔데 이렇게 난리야?' 하는 마음으로 넷플릭스에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늦바람이 무섭다...
살아갈수록 겉모습이 화려하고 척하는 사람보다는, 수수하지만 속이 꽉 차고 깨끗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우영우가 그래서 좋았다.
참 어려운 일인데, 특히 전문적인 업무의 영역이라면 더 그러할 텐데, 이런 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어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니지 그래서! 우영우 옆에서 지켜주고 함께 울고 웃어 주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동그라미 같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쨌든 나에게 봄날의 햇살 같았던 우영우가 맨날 먹는 김밥을 학교 행사에 준비해 갔던 어느 날,
한 통통한 백인 학부모가
이거 Extraordinary Attorney Woo에 나온 그 음식 맞지?
나도 반가운 마음에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많이 먹어"
서로 깔깔거리며 손뼉을 치고
그 엄마에게 두배로 김밥을 주었던 적이 있다.
학교 친구들은 또 어떤지? 한번 주면 금방 다 먹은 후 또 달라고 다시 줄을 서더라.
그래서 나는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많~~ 이 싸주는 편이다.
첫째, 오늘 도시락 메뉴는 뭘로 할까? 머리 짜는 고민할 필요가 없고,
둘째, 국물이나 소스가 샐 걱정도 없으며
셋째, 냄새도 많이 나지 않으며 김치처럼 냄새가 좀 강렬한 음식은 국제학교에서는 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곳 슈퍼에도 김밥용 햄, 단무지, 맛살 같은 김밥 재료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녀온 막내가
엄마, 나 배가 아픈 거 같아요, 아니 배가 고픈 거 같아요.
한다.
그래서 먼저 땀도 식힐 겸, 시원하게 수박을 몇 조각 썰어주고
그 와중에 며칠 전 한국 슈퍼에서 산 냉동실에 있던 미니 붕어빵을 2개를 오븐에 넣어서 주었다.
이러면 우리도 붕세권인거니?
한 마리 더 주면 안 돼요?
한다. 배가 아직도 안 찼나 보다.
보통은 하교 후 간식으로 과일이랑 작은 빵이면 되는데 오늘은 아니네...
그럼, 엄마가 비빔밥을 조금 만들어줄까? 했더니 망설임 없이 네. 한다.
냉장고에 있던 아무 반찬 대잔치에 참기름이람 김 가득 넣어 쓱쓱 비벼 주었더니 아이가 금방 다 먹길래,
한 그릇 더 만들어줄까? 했더니 또 네 한다.
이 녀석은 또래보다 키도 작은 편이고, 입도 짧다.
결국 소량의 비빔밥 두 그릇을 클리어한 녀석.
이 녀석이 드디어 클 때인가 보다, 하며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 날 저녁에 녀석이 도시락통을 싱크대에 꺼내 놓으며
엄마, 친구들이 단무지 넣지 말아 달래요.
하길래 김밥에 단무지를 빼면 무슨 맛이야? 그리고 왜 지네들이 단무지를 빼라 마라야
피식 웃으며 도시락통을 여는데
단무지 7조각... 이 남아있다.
보통 도시락으로 김밥 한 줄, 그러니까 10개 정도를 싸주는데 7개를 친구들이 먹은 것이다.
그러니 배가 아플 만큼 고픈 게 당연하지.
저녁 먹을 때, 오늘의 단무지 7개 사건이 화제가 되었는데
아들이
나도 친구들이 나보다 김밥 더 많이 먹어요.
친구들은 한국 사람 점심은 항상 김밥인지 알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아들은 친구들이 김밥을 뺏아먹는 대신 본인도 친구들의 점심을 이것저것을 뺏어먹어 괜찮은 것이었다.
막내보고 너도 친구 들 거 같이 먹어 그랬더니 입 짧은 이 녀석은 친구들 점심이 영 안 당긴다고 한다.
김밥에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니...
여하튼 도시락 혼자 먹는 거보다는 같이 먹는게 낫고,
내가 싸준 도시락을 친구들도 맛있게 잘 먹는다니
...
참 다행이다.
이 참에, 김밥장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르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