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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ChoiceIsMine Feb 20. 2023

[감사하는 삶] 김밥의 치명적인 단점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를 정규 방영이 다 끝나고 기사들이 한창 화제가 된 후 한~참 후에 

'뭔데 이렇게 난리야?' 하는 마음으로 넷플릭스에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늦바람이 무섭다...


살아갈수록 겉모습이 화려하고 척하는 사람보다는, 수수하지만 속이 꽉 차고 깨끗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우영우가 그래서 좋았다.

참 어려운 일인데, 특히 전문적인 업무의 영역이라면 더 그러할 텐데, 이런 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어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니지 그래서! 우영우 옆에서 지켜주고 함께 울고 웃어 주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동그라미 같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우 투더 영 투더 우


어쨌든 나에게 봄날의 햇살 같았던 우영우가 맨날 먹는 김밥을 학교 행사에 준비해 갔던 어느 날, 

한 통통한 백인 학부모가 

이거 Extraordinary Attorney Woo에 나온 그 음식 맞지? 

나도 반가운 마음에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많이 먹어" 

서로 깔깔거리며 손뼉을 치고 

그 엄마에게 두배로 김밥을  주었던 적이 있다. 

학교 친구들은 또 어떤지? 한번 주면 금방 다 먹은 후 또 달라고 다시 줄을 서더라.


그래서 나는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많~~ 이 싸주는 편이다.

첫째, 오늘 도시락 메뉴는 뭘로 할까? 머리 짜는 고민할 필요가 없고,

둘째, 국물이나 소스가 샐 걱정도 없으며

셋째, 냄새도 많이 나지 않으며 김치처럼 냄새가 좀 강렬한 음식은 국제학교에서는 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곳 슈퍼에도 김밥용 햄, 단무지, 맛살 같은 김밥 재료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녀온 막내가

엄마, 나 배가 아픈 거 같아요, 아니 배가 고픈 거 같아요.

한다.

그래서 먼저 땀도 식힐 겸, 시원하게 수박을 몇 조각 썰어주고

그 와중에 며칠 전 한국 슈퍼에서 산 냉동실에 있던 미니 붕어빵을 2개를 오븐에 넣어서 주었다.

이러면 우리도 붕세권인거니?


한 마리 더 주면 안 돼요?

한다. 배가 아직도 안 찼나 보다. 

보통은 하교 후 간식으로 과일이랑 작은 빵이면 되는데 오늘은 아니네...


그럼, 엄마가 비빔밥을 조금 만들어줄까? 했더니 망설임 없이 네. 한다.

냉장고에 있던 아무 반찬 대잔치에 참기름이람 김 가득 넣어 쓱쓱 비벼 주었더니 아이가 금방 다 먹길래,

한 그릇 더 만들어줄까? 했더니 또 한다.

이 녀석은 또래보다 키도 작은 편이고, 입도 짧다.

결국 소량의 비빔밥 두 그릇을 클리어한 녀석. 

이 녀석이 드디어 클 때인가 보다, 하며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 날 저녁에 녀석이 도시락통을 싱크대에 꺼내 놓으며

엄마, 친구들이 단무지 넣지 말아 달래요. 

하길래 김밥에 단무지를 빼면 무슨 맛이야? 그리고 왜 지네들이 단무지를 빼라 마라야 

피식 웃으며 도시락통을 여는데


단무지 7조각...  남아있다.

보통 도시락으로 김밥 한 줄, 그러니까 10개 정도를 싸주는데 7개를 친구들이 먹은 것이다.

그러니 배가 아플 만큼 고픈 게 당연하지.


저녁 먹을 때, 오늘의 단무지 7개 사건이 화제가 되었는데

아들이 

나도 친구들이 나보다 김밥 더 많이 먹어요.
친구들은 한국 사람 점심은 항상 김밥인지 알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아들은 친구들이 김밥을 뺏아먹는 대신 본인도 친구들의 점심을 이것저것을 뺏어먹어 괜찮은 것이었다.

막내보고 너도 친구 들 거 같이 먹어 그랬더니 입 짧은 이 녀석은 친구들 점심이 영 안 당긴다고 한다.


김밥에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니...


여하튼 도시락 혼자 먹는 거보다는 같이 먹는게 낫고,

내가 싸준 도시락을 친구들도 맛있게 잘 먹는다니 

...

참 다행이다.


이 참에, 김밥장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르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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