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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Feb 08. 2024

땡스키 타러 갑니다

부부 운동


"아빠 엄마 이번주 친구 생일이라 약속 있는데 두 분 데이트 다녀오세요!"

남편의 얼굴이 환해지며 나를 쳐다본다.

"우리 휘닉스파크 갈래요? 출발은 새벽 5시, 어때요?"

해맑게 웃는 남편의 표정을 보니 거절할 수 없었다.


휘닉스파크는 스키로 전향한 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주로 용평 스키장과 지산스키장을 이용하고 최근에는 하이원으로 다니고 있다.


휘닉스파크에 도착하고 슬로프를 보는 순간, 눈꽃세상에 반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를 질렀다.


"우리 슬로프 다 가봐요!"

"오케이"

우리는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펭귄과 호크를 돌았다. 역시 초급답게 경사도가 귀엽다. 리프트를 타고 몽블랑에 올라갔다. 설경을 보는 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남편을 불러 사진을 찍었다.


 파노라마를 내려왔다. 적당한 경사도라 마음에 들었다. 스피드도 내면서 열심히 남편을 따라갔다. 남편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남편이 소리친다.


"제법인데! 다음은 벨리 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벨리 정상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예쁘게 꾸며 두었다. 인증샷을 찍고, 남편을 따라서 또 따라간다. 이번엔 남편의 강습이 시작되었다.


"자, 몸으로 턴하면 안 돼요. 돌아가는 방향의 발을 꾹 눌러주면서 몸이 스키보다 늦게 따라가야 해요. 시선은 멀리 보고 신경 쓰면서 내려와 봐요."



남편이 자세를 보여주며 내려간다. 이후 남편이 신호를 보내면 자세를 신경 쓰면서 패러럴 턴(두 스키를 나란히 하여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을 하며 내려간다. 남편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주면 기억해 자세를 신경 쓰며 슬로프를 내려왔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자세가 예뻐야 한다.

따라서,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을 무시하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이 국가대표시절 가장 아쉬웠던 것은 기본기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선수들과 손흥민에게 기본기를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이유다.


"이번에 디지(최상급) 가볼까?"


매일 딸아이와 초급, 중급에서 타다가 가능할까란 걱정도 되었지만 고개를 끄덕여본다. 몇 번 턴을 하면서 내려가다 멈췄다. 경사도는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가팔랐다. 남편이 몸을 뒤로 하면 속도가 빨라지니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더 많이 눌러주라고 한다.


남편의 말대로 하지만 빠른 속도감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살기 위해 있는 힘껏 발에 힘을 주었다.

남편이 박수를 친다.

"와우, 외향이 되네. 역시 경사가 있으니 훨씬 잘되지?"

그저 웃을 뿐이다. 잘되긴 뭐가 잘되는 건가 죽지 않기 위해서 허벅지를 희생했을 뿐이다.


"한번 더?"


남편이 디지를 한번 더 가자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디지(최상급) 타다가 디지겠다고.


이번에는 듀크와 키위를 타면서 이 시간이 두 번 다시없을 것처럼 즐겼다.


"우리 잠깐 쉴까?"

"스키 타러 왔으면 쉴 시간이 어디 있어요. 스키 타야지."

남편이 알겠다며 나를 따라온다.


그렇게 전 슬로프를 5시간 동안 탔다. 부츠를 벗는데 발이 사라졌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이 있을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깊은 한숨이 나온다. 남편도 5시간 스키는 쉽지 않은 듯 거친 숨소리를 낸다.


아이가 자라자, 부부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함께하는 취미가 있음에 감사하며 우리는 오늘도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온몸에 힘을 주고 탄 덕분에 근육통을 심하게 았고,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역시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 갑자기 무리하면 몸이 고생한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스키를 타면서 느꼈던 시원함과 눈꽃은 가슴에 담아본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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