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Apr 15. 2024

걷다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반갑다 자연아

  주말 오전 청소를 마친 후, 남편과 뒷산에 갔다. 평소에는 가볍던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자, 점점 힘들었다. 앞서가는 남편을 멈춰 세우고 수분을 채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지 않아요?"

  "당신도 그래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걸었을 때는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많이 힘드네요."

  대화를 주고받던 우리는 휴대폰을 확인 후, 깜짝 놀랐다. 기온이 30도가 넘었다. 최고 온도에 걷고 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저혈압인 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끼며 발걸음을 멈췄다.

  "여름에는 등산 어렵겠다."

  남편의 말에 등산 코스를 떠올려 본다.

  "나무 그늘만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름에는 잠깐 쉬어요."

  그렇게 우리는 멈췄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최대한 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그늘을 찾아 걷다 보니 길이 아닌 산길을 걷게 되었다. 남편은 길도 없는 곳을 간다며 투덜거렸지만 처음부터 길이 존재했을까 누군가 걷다 보니 길이 생긴 거다.


  길 중간에 무언가 서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청설모가 우리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다. 반가움에 휴대폰을 꺼내 찍었다. 이럴 수가 선글라스를 써서 어둡다. 청설모를 놓치고 싶지 않아 느낌대로 셔터를 눌렀다. 사진첩을 열어 확인해 보지만 청설모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쉽다. 녀석의 눈빛을 담고 싶었는데. 우리에게 아는 척하던 녀석은 빠른 걸음으로 나무 위로 잽싸게 올라갔다.


  어디선가 아카시아향이 난다. 주변을 살펴보지만 아카시아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향기를 쫓아가다 보니 향기의 주인과 만났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네이버 렌즈로 사진을 찍자, 향기의 주인이 나왔다.


  조팝나무


  등산로에는 많은 조팝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덕분에 더욱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조팝나무와 남편을 사진 속에 담아본다. 남편도 내 사진을 담는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좋았다. 살면서 이렇게 편안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항상 바쁘게 치열하게 살았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마법이 풀리지 않길 바라며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공원에 도착했다. 이상기온현상으로 인해 개나리와 벚꽃이 같이 피어있다. 정상 기온이라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서대로 피어야 하는데 올해는 같이 피었다. 꽃을 보자, 깊은 한숨이 나온다. 


  자원의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과거 우리들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걷다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새기며 환경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 가려한다.



 Study nature, love nature, stay close to nature fail you.
 (자연을 공부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가까이에 머물러라.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Frank Lloyd Wright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남편이 찍은 사진 :)


매거진의 이전글 벚꽃이 만개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