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5일, 광명 철산역 2층에 위치한 J카페에서 3시 소개팅이 있는 날이다.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다 하얀색 샤랄라 원피스를 선택했다. 당시 유행하던 파란색 아이섀도와 핑크색 립스틱을 바르고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깔끔한 외모의 적당한 몸집을 가진 그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최가을입니다.”
“안녕하세요, 정봄입니다.”
가을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봄은 허브차를 시켰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어색하기보단 편안했다.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6시가 되었다. 메뉴는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조금 멀리 외곽으로 나가기로 했다. 바로 오이도. 소개팅 첫 만남에 오이도의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다. 첫 만남에서 멀리 차를 타고 가는 것은 서로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끊어질 때의 어색함을 가을은 견뎌내기 힘들었다. 1시간 뒤 오이도에 도착했다. 많은 조개구이 집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우린 적당히 깔끔해 보이는 가게의 2층으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고 바다를 보며 조개구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가을은 조개구이가 처음이라고 한다. 동해안이 고향인 봄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굽겠다고 했다. 조개구이가 익으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적당히 익은 조개를 가을의 접시에 올려준다. 가을이 초장을 찍어 먹어본다.
“정말 맛있네요. 쫄깃쫄깃해요.”
“그렇죠? 많이 드세요.”
둘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개구이를 다 먹은 후 가을이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칼국수는 안 시키나요?”
가을은 당황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먹어야죠. 몇 인분 시킬까요?”
"2인분요. 조개구이 먹고 칼국수 안 먹으면 섭섭해요."
꽤 많은 양의 조개구이를 먹고, 칼국수까지 먹다니 가을은 작은 체구인 봄의 먹성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칼국수까지 먹고 났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소화도 식힐 겸 오이도 둑길을 걷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오이도엔 폭죽을 터트리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로 활기차 보였다. 그렇게 한참 걷고 또 걸었다. 가을이 한참만에 말을 꺼냈다.
“혹시 군대 이야기 좋아하세요?”
봄이는 살짝 웃는다.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군대에서 축구를 했는데 2002년 월드컵보다 더 짜릿했습니다. 저희 부대가 일등을 해서 포상으로 전원 휴가를 받았습니다. 정말 끝내 주었답니다. 군대에서는 휴가가 너무 소중하거든요”
가을은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벅찬 미소를 짓는다. 봄이도 따라서 살짝 웃는다. 소개팅에 나와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는 금지어인데 이 사람은 순진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모르겠다.
군대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군대에서 사격을 했습니다. 제가 사격을 좀 하거든요. 운 좋게 1등을 해서 또 포상휴가를 나오게 되었죠. 그때 어머님께서 너는 군대를 간 게 아닌 것 같다며 뭐 이렇게 자주 나오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입대할 때 그렇게 우시더니. 친구들도 너무 자주 나오니 군대 간 걸 잊는 눈치고요.”
가을의 군대 이야기는 그 뒤로도 30분이나 이어졌다.
걷다 보니 인형 뽑기 사격이 보였다.
“한번 해볼까요?”
가을이 사격해서 포상휴가를 받았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다. 모두 넘어뜨렸다. 가을이가 좀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다. 게임이 끝난 후 내 손엔 곰인형이 안겨 있었다. 귀여운 인형을 안으니 기분이 나름 괜찮았다. 다시 광명으로 가기엔 시간이 늦었다.
2화에서 계속...
사격 사진 © gieUnsplashling, 출처
칼국수 사진 © daecheonnet, 출처 Pixabay
조개구이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