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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n 10. 2024

몸은 기억한다

작은 행복의 발견

올해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는 딸.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과 달리 아이는 첫 홀에서 당당한 스윙을 선보였다. 작년 여름에 치고 치지 않았지만 아이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아이는 보란 듯이 공을 날려 보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참 좋다.


"9시 30분인데도 진짜 덥네요."

해가 길어지고 본격적인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강렬한 해를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모자를 썼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에 땀방울이 목을 타고 등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린 위에서 모두 집중하며 라인을 보고 홀 안으로 넣기 위해 뇌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무조건 홀 안에 넣기로 룰을 정했다. 누가 먼저 땡그랑 소리를 낼지 긴장하며 퍼터를 쳤다. 업치락 뒤치락을 하며 순위는 1위 남편, 2위 나, 3위 아이다. 마지막 홀에서 더위를 식혀줄 음료수 내기를 했다.


아이의 샷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떨어졌다.(녀석 운도 좋다.) 남편은 한 번에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나 또한 어프러치 하기 적당한 위치에 공이 떨어졌다. 아이가 보란 듯이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나도 그린 위에 올렸다.


이제 퍼터 싸움이다.


남편이 친 공은 홀을 살짝 빗나가면서 파로 마무리했다. 아이는 보기로 마무리를 했다. 나는 더블보기로 마무리를 했다. 이런 아이에게 지고 말았다.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골프 치니깐 너무 재밌어요. 그것도 엄마를 이겨서 더 즐거운데요."


아이의 말에 남편과 아이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움을 마음껏 뽐냈다. 사랑스러운 부녀 모습에 행복바이러스가 전해진다. 주말 중 하루는 가족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런 아이를 배려하면서도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매일 포옹하고 눈을 맞춘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달라진 것은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가 허락할 때만 포옹해준다는 것이다. 아이가 원할 때는 언제 환영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사랑을 표현한다.


"엄마, 안아주세요!"

"아빠, 안아주세요!"


아이가 말을 건넬 때면 생각한다.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구나. 온 마음을 다해 아이를 있는 힘껏 안아주고 함께 사랑을 나눈다. 아이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의 웃는 소리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해준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이유 없이 웃어보자. 신기하게 서로의 표정을 보며 따라서 웃게 된다.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처럼 웃으면 좋은 일이 자꾸만 생긴다. 골프를 치며 내기를 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에 그냥 웃게 되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닐까.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미소 지어지는 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이 된다. 우리의 오늘은 평범했지만 다정했고, 활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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