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시작했지만아무리 해도 두 자리 점수는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웠다.골프는 내게 있어서 좋으면서도 답답한 운동이었다.그동안 가르쳤던 프로들의 설명은 아쉬웠고, 골프를 배울수록 답답함만 커져갔다. 그러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적합한 레슨을 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편은 생일 선물이라며 한 달 레슨권을 끊어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이번에 만난 이프로님의 실력은 확인불가지만 여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쉽게 가르쳐주셨다.
"어떤 걸 배우고 싶으세요?"
"저는 우드를 못 쳐서 롱홀이 너무 힘듭니다."
"회원님은 우월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으므로 우드를 못 치면 절대 골프를 잘 칠수없습니다. 제가 우드를 살려 드리겠습니다. 우드는 어드레스에서 힐쪽에 맞추셔야 합니다. 자, 드라이버처럼 건방지게 쳐보세요!"
이럴 수가 공이 맞는다. 단 한 번도 우드를 성공한 적이 없던 나였기에 우드를 버리고 유틸리티만 쳤다. 30분 만에 완벽하게 우드 치는 법을 터득했다. 발사각도 좋고, 스피드도 좋다. 내가 120m를 치다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드라이버보다 비거리가 더 많이 나왔다.
"프로님 진짜 감사드려요.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좋아요!"
기쁨으로 나의 광대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드에 자신감이 붙자, 긴 거리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매일 연습장에 가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안하는 시간이 오히려 즐겁기까지 했다. 어느 날 프로가 필드 나가면 무조건 두 자리를 찍는다는 말에 남편을 졸라 라운딩을 잡았다.
이제에 간 곳은 플라밍고CC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드라이버 스윙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공이 쭉쭉 페어웨이를 향해 뻗어나갔다. 시원한 샷 덕분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이제 파5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롱홀에서 파를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완벽한 어프로치를 구사하지 못해서 그린 주위에서 맴돌던 나는 어딜 가고 이 날따라 선택한 채들이 따박따박 거리를 내줬다.
전반 9홀은 몸이 덜 풀려 아쉬운 점수를 획득했다. 후반 9홀은 더욱 집중해 쳐보기로 다짐했다. 보기만 치자, 나는 할 수 있다를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이번에는 의상보다는 샷에 집중하기 위해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머리를 들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져서인지 보란 듯이 파, 보기를 만들어냈다. 역시 골프는 멘탈 싸움이다. 옆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눈과 귀를 막고 나에게만 집중하며 한 타씩 신중하게 칠 때마다 점수가 좋아졌다.
남편이 놀란다.
"한달 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이거 진짜 실화임?"
"실화맞습니다."
신이 난 나는 쇼호스트처럼 과장된 손짓을 보이면 말을 이어갔다.
"골프 잘 치고 싶으신가요? 그럼 레슨 받으세요. 단, 진심으로 가르쳐주는 프로를 만나야 합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이프로입니다."
남편은 나의 말에 혹해 원포인트 받으러 당장 가야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흥분되고 신나면 거리는 늘 수밖에 없다. 이제 스코어 두 자리로 입문했으면서 곧 싱글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뭘까. 그동안 골프가 재미없었던 것은 못 쳐서다. 잘하면 뭐든 재미있다.
골프가 안 돼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레슨 받으면서 파3도 다니고, 스크린 골프도 치면서 재미있게 치세요. 거리 안 나오면 필드 나가면 안된다는 말 믿지 마세요. 필드에서 치면 문제점도 발견되고 더 잘 치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처음 제가 골프를 시작할 때는 예쁜 골프복과 골프장의 풍경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진짜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여자들은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어프로치, 퍼터만 칩니다. 아이언을 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점수 변화가 적어서 조금만 하면 남편보다 더 잘 칠 수 있습니다. 골프 포기하셨던 분들 다시 시작하세요. 나이 드신 분들이 힘들지 않게 오랫동안 할 수 운동입니다. 부부가 같이 하면 사이가 좋아집니다.행복한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만듭니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요. 행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요? 여러분의 골프인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