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 시원함

오디

by 정미숙

승호와 은지는 아침부터 밭에 갔다. 승호가 까만 열매를 들고 은지 곁으로 다가온다.

“은지야, 이게 뭔지 알아?”

“까만 딸기인가.”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야.”

은지는 처음 본 오디가 그저 신기하다. 까만 딸기처럼 생긴 녀석의 맛이 궁금해 하나를 입속에 쏙 넣었다.

“윽. 맛이 왜 이래?”

승호가 은지를 보며 웃는다.

“오디는 우리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야. 어른들은 생각보다 좋아하시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갖다 드리자.”

은지와 함께 오디를 한가득 땄다.


밭에서 내려오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은지야, 비가 온다. 어서 내려가자.”

승호와 은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순식간에 장대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승호와 은지는 손을 잡고 함께 큰 나무까지 뛰어갔다. 나무 아래에 서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비를 뚫고 걸어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


은지가 조용히 손을 내민다.

“승호야, 손을 펴고 너도 해봐. 비가 말을 거는 것 같아.”

은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손에 닿는 느낌에 집중한다. 승호도 은지를 따라 해 본다. 손에 닿는 비가 말을 건넨다.

'시원하지?'

땀범벅이 되었던 몸을 순식간에 식혀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승호와 은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다 젖어 걷는 것이 불편했다. 은지가 옷을 만지다 흙길에 미끄러졌다. 승호가 달려갔지만 은지를 잡을 수는 없었다. 은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승호가 갑자기 미끄러진다. 승호의 모습에 울고 있던 은지가 까르르 웃는다.

"승호야"

"오늘은 소나기에 옷도 젖고, 머드팩도 하네."

승호와 은지가 바닥에 흙을 만져본다.

"부드럽다."


승호는 부엌에 오디를 올려놓는다.

“은지야, 오늘은 이만 갈게. 옷이 다 젖어서 얼른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그래. 잘 가”

“내일 보자.”

은지는 승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다. 승호가 점점 멀어지면서 몸을 긁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디를 보더니 오디주를 만드신다고 하셨다.

“은지야, 오디주는 깨끗이 씻은 오디에 설탕을 넣고 3일 정도 발효시킨 후 소주를 붓고 밀봉을 하면 된단다. 3개월 지나면 오디주를 맛볼 수 있어.”

“오디주는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간단하지만 오디에 설탕을 넣고 잘못 발효시키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수시로 잘 저어주어야 해.”

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디와 설탕을 섞는다.


3일 후 발효된 오디에 담금주를 부었다. 할머니가 밀봉하는 모습을 보며 은지는 생각한다.

오디주는 어떤 맛일까?






사진 출처. Lim Shi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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