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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4. 2018

[퇴사여행④] 보이지 않던 것들

멈추면 보이기 시작한다

장기숙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숙소를 잡았다. 나이트마켓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이제 익숙해 우리집으로 가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물론 나는 매일 숙박비를 내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다. 하루 더 있고 싶으면 하루 더 있는 식이다. 지금껏 상상도 못했던 형태의 여행이다. 나이트마켓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두왕타완 호텔 1층에서 흥미로운 광경이 벌어진다. 서양 노인과 아시아계 노인이 두루 섞여 댄스 삼매경이다. 역시 담담한 컬러풀함이 매력적인 치앙마이다.


두왕타완 호텔 지하의 튤립 마사지숍으로 갔다. 나이트마켓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 대부분 마사지숍은 분위기가 별로다. 칙칙한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어서 그런지 마사지라도 제대로 된 곳에서 받고 싶었다. 사실 스스로 여행자인지 체류자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여행자임들 확인하고 싶었던 게 이유인 거 같다. 결론적으로 조금 비싼 호텔 지하 마사지샵에는 별게 없었다. 아까운 300바트짜리 발마사자지가 끝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마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마사지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얼마나 더 체류할 지 모를 거란 생각부터 앞서 지출을 줄이게 된다. 역시 모든 건 마음가짐에 달렸나보다. 여행 속도도 점점 둔해진다.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 현지인의 속도에 발맞춰가고 있다. 일주일 전 푸켓에서 호화로운 여행은 꿈만 같다. 회사를 관둘 거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단기간 푸켓여행에 큰돈을 쓰지 않았을 거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현지 투어를 통해 은제품 공장에도 다녀왔다. 치앙마이는 태국 전역을 통틀어서도 은세공·칠기·견직물·티크 조각·우산·도기 등의 가내공업이 활발하다.  치앙마이의 은가공 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내놓라 하는 많은 쥬얼리 브랜드의 제품이 치앙마이에서 생산되고 있다.  


구시가지(올드시티)를 걷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사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보니 치앙마이 구시가지에는 천여 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이 흩어져 있다. 단기여행 때야 1분 1초가 아깝지만 계획도 없이 방랑하는 여행자에겐 골목 하나도 ‘콘텐츠'고 '타겟'이 된다.  큰 사원을 중심으로 사원 투어를 해보기로 했다.  


올드시티 가장 중심부라 불리는 타패문에서 Thonon Rachadamnoen Alley(뒷길)로 걸어갔다. 그러자 치앙마이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태국 3대 커피숍 와위커피 점포와 몇몇 엣지 있는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한쪽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트럭이 있다. 앙증맞은 이 아이스크림은 80바트 정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3000원인데 여기 물가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누가 사먹을까 했던 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중국인 모녀가 별의별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아이스크림 맛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추억 생성을 위한 소품으로서의 존재로의 가치였다. 근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방문해 피자를 주문해 먹고 타페게이트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갔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퇴폐적인 분위기의 바가 몰려 있다. 외국인 노인들이 주 고객 이고, 배꼽이 보이는 탑 등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이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한다. 다행히 무섭거나 하진 않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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