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무덤 없듯이
치앙마이 12일차. 난 대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오늘도 의문이다. 이날은 나이트 마켓(Night Market) 근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탈리안 전문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가게 이름은 제이제이스 트라토리아(JJ's Trattoria).
파스타와 피자 모두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왠지 모르게 파스타가 먹고 싶다. 전형적인 태국인처럼 보이는 스텝에게 “닭고기와 크림소스로 만든 풍기(funghi pasta) 파스타”는 어떠냐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 까르보나라”라고 한다. 그녀의 단호박 표정을 보니 ‘오늘은 무조건 까르보나라’다. 식전빵이 먼저 나왔다. 세상 맛있다. 평점이 높은 이유가 다 있다.
올리브와 토마토도 나온다. 그런데 고수를 뿌려 줄지는 몰랐다. 당혹감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한 음식은 나오질 않는다. 진정한 동남아 타임이다. 15~20분 정도 지났나. 드디어 까르보나라가 나왔다. 국물이 흥건한 우리나라 까르보나라와 달리 이탈리아 스타일의 쫀득한 느낌의 까르보나라다.
한입 넣는 순간 정성스러운 맛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친구는 우리나라 까르보나라가 더 맛있다고 하던데 여기 까르보나라는 진심으로 맛있다. 생긴 것과 달리 느끼하지도 않고, 면발도 꼬들꼬들한 게 맛이 좋다. 식사를 끝내고 와이파이한다고 꾸물거리는 데 주인장이 다가와 “식사는 괜찮았냐”고묻는다.
나는 “아주 맛있었다”고 화답했다. 주인장이 이탈리아 사람인가 했더니 ‘영국인’이란다. 영국인인 그는 지인과 공동창업으로 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고 말했다. 나는 대뜸 “치앙마이에서 10일도 넘게 여행 중인데 내가 왜 이렇게 이곳에 오래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흥미롭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나도 그랬다”라고 한다. 그러니 이곳에서 이렇듯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 분명 아니다. 나는 파스타가 맛있었던 만큼 손을 크게 흔들고 레스토랑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