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gative to Positive Jan 01. 2016

 LOVE#1 이별 후, 미워하고 싶지 않다

해독의 이별을 하고 싶다  

세상에 인연은 모두 결말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하면 정말 미치도록 슬프겠지만, 언젠가 이별을 하게  될 거다.


사람은 모두 이별을 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을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별은 익숙치 않다. 아니 미치도록 받아들이기 힘들다. 누군가와 이별을 한다는 건 쓰리도록 힘들다. 그 시간이 짧았거나 인연의 영속성의 가능성이 약했음을 알고 시작한 만남이라도 그렇다.


사람과 인연을 끊어내는 건 내 자신 일부를 잘라내는 것처럼 아프고 힘들다. 태생에 타인에 관심이 많게 태어나, 정이 많도록 설계돼서인지 이별은 더욱 힘들다. 시간이 약이란 말도 맞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루에도 오만가지 감정이 든다.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경멸하고 그러다가 그를 불쌍해 하기도 한다. 하루는 괜찮다가 하루는 헤어져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하루는 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그 친구와 다시 만나 니가 잘못한 행동들 다 용서해줄께, 우리 아름답게 한번 더 이별하자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정신병자인 거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해 안가는 내 감정선상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보살님, 박애주의자로 태어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St Mary 성당. 이 하트는 점점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2015. 12. 24.


친구는 말한다. 이별 후 겪는 아주 흔한 현상이라고. 내 자신이지만 이해가 안가는데 타인이 아주 지극히 평범한 감정 상태라고 말해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걸까. 나는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은 거 같다. 서로를 증오하는 형태로 마무리를 하게 되면 다시 태어나 왠지 또 증오로 얽힐 것만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윤회설을 믿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게 이유라면 따지고 보니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인 거 같다.



이별 후 순간 내 몸에 흐르는 모든 피에 증오, 미워함이라는 독이 둥둥 떠다니는 거 같았다. 그런데 그 독들을 모두 해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역시 생각해보니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나보다.


하지만 이제까지 독으로 끝난 관계가 적었던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건 아마 내가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사랑이란 감정에 온전히 그리고 충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슬프게도 그 친구는 나란 존재를 벌써 잊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오랜만에 남기는 이 기록은 먼 훗날 내게 어떤 '생각'이란 걸 하게 만들겠지. 그래서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