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사라진 자리에서, 디자이너의 고민이 향할 곳은
최근 회사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hatGPT와 Claude Code 같은 도구들을 업무 환경에서 활용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꽤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죠. 예전에는 리서치나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참고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구현과 운영 과정까지 깊게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업무의 경계도 흐려졌고,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존 방식에서는 디자인 툴에서 기획과 시안을 정리한 뒤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개발단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PR(Pull request, 코드를 작성해 검토 및 제품에 반영을 요청하는 행위)을 작성하고 구현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작업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자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디자인 의도를 코드 레벨로 반영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된것이죠. 협업의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예전에도 코드를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간단한 스타일 수정이나 수치 조정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 디자인부터 간단한 로직 구현까지 직접 다루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구조를 이해하고 수정하는 진입 장벽이 너무나도 크게 낮아집니다.
결과적으로 ‘만드는 것’ 자체의 허들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연결하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그럼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역할이 줄어드냐? 당연히 아닙니다. 역할은 결국 다른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오히려 디테일을 조정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짐을 느낍니다. AI는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주지만, 어디까지 다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특히 프로덕션 환경에서는 생기는 리스크를 AI는 완벽히 거르지 못합니다.
(사람도 같지 않느냐 하시면은...ㅎㅎ 사실 그렇긴 합니다만 조금 더 돌이킬수 없는 경우가 있기에, 마치 조심성 없는 영재 소년이 저돌적으로 이어나가는 코딩같달까요? 요즘은 점점 이 빈도가 줄어들고는 있습니다만.. 실수를 하더라도 되돌릴수 있는 환경 세팅의 중요성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AI와 작업하다 보면 버그를 고치려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프로덕션 데이터를 날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실행에는 여전히 개발자 분들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라고 느낍니다. 실행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만드는 것 자체에서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MVP를 빠르게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도 매우 짧아졌고, 시장의 변화 속도 역시 훨씬 빨라졌구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사용자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디테일이 부족하거나 AI 특유의 패턴이 보이면,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AI 제품임을 캐치하고, 완성도와 안정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앞으로 AI가 더 보편화되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면, 단순한 기능 구현은 더욱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수록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진짜 가치는 다른 곳에서 나올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쌓이는 가치가 핵심이 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그려볼 뿐입니다.
디자이너 역시 화면을 만드는 역할을 넘어,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고 그 결과물이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설계하는 방향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