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조회 시간에 책을 읽겠다 - 5
시험이 끝나고 난 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우리 학교는 방학 때까지 3주 넘게 학교에 나와야 한다.
이 기간에 아이들을 잘못 내버려 두면 정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신나게 게임을 한다. 며칠 지나면 학교 왜 와야 되느냐고 불평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주로 교과 세특을 위한 발표나 보고서를 준비하라고 시킨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하는 아이들만 한다. 이미 세특 들어갈 내용 1500바이트를 꽉 채운 아이들이 또 내용을 만들어 온다. 교사는 이미 작성한 내용과 새로 작성할 내용을 취사선택해야 하는 고민만 추가된다.
미리 명단을 꾸려서 교과 세특 내용이 빈약한 아이들에게 발표, 보고서를 준비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열심히 안 해 온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약하다. 아이들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발표나 보고서의 질이 떨어진다. 막상 교과 세특에 생생하게 적어줄 내용이 별로 없다. 교사 입장에서도 기말고사 끝나고 바쁜데 교과 세특까지 빠르게 정리해서 명단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도 책 읽기로 채우기로 했다. 시험 직전 조회시간에는 마냥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당연히 시험공부를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아침 독서를 시작하며 선포했다.
"방학 때까지 우리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수업 시간에도 북 카페처럼 만들어 놓고 책 읽을 거야. 배경음악도 틀어놓고, 미리 음료수나 물 준비해 놓고 편하게 마시면서 읽는 거야."
책 내겠다고 해 놓고 정말 책을 내고, 서점에서 팔게 하겠다고 해 놓고 정말 서점에 가서 자기 책 놓여있는 사진을 찍어 오는 담임이 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아이들은 그대로 수긍한다. 덕분에 꽤 많은 독서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