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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 Jan 22. 2023

일상탈출 일본여행3

고베 아리마온천/ 교토 레솔 트리니티

료칸에서의 첫 아침.

상쾌하게 일어나서 같은 충에 있는 욕탕에서 온천을 했다. 온천이라기보다는 살짝 몸을 담그고 온 수준이었지만 몸이 데워지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좀 올라간 느낌이었다.

 

노천탕이 이 건물에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순간 아쉬워했지만 다음에 다른 료칸을 기약하면서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차게 불진 않아서 몸이 데워진 나에겐 상쾌하기만 했다.

어젯밤 너무 많이 먹어서 아직 배가 불렀지만 조식까지 주는 료칸이라서 ‘맛이라도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식당까지 갔다.

조식은 아무래도 석식만큼 메뉴는 없었지만 든든하게 채우기에 좋았다. 따뜻한 죽과 간결한 반찬들.

한국에선 고춧가루 팍팍 무친 맵짠 반찬들이 많았는데 일본에 선 반찬들이 꽤나 담백했다.

(간이 약하나는 뜻은 아니지만^^)

배불러서 같이 먹지 못한 친구 대신 내가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었다.


아리마 온천마을은 생각보다 작은 느낌이라 아침 산책을 나서기도 좋았다.

오히려 오전이 더 활발한 마을이기도 했다. 전날 오후에 도착했을 때는 문을 닫는 가게들도 많았고 사람들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오전이 되니 관광객도 많고 줄을 서는 가게까지 있었다.

 이 마을의 시간은 도시와 다르게 가는구나 순간 체감했다.



아리마 온천마을을 이곳저곳 산책하다가 가볼 만한 가게를 찾아보았었다.

그중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은 사실 고로케 가게.

사진만 봐도 정말 찐맛집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누군가가 먹은 후기를 보니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배부른 친구는 패스하고 여기도 나 혼자 하나 주문!

가장 기본인 감자고로케를 주문했는데 정말로 맛있었다. 따뜻하고 바삭한데 감자맛과 간 소고기맛이 너무나 고소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을 지경!

빼놓을 수 없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서 밖에서 부리나케 먹어치웠다.



휴 진짜 맛있었답니다…

아리마 온천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 산책.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동안 보낸 기억이 너무나 따뜻했다.

 온천의 따뜻함과 저녁식사의 감동, 그리고 아기자기한 마을 산책까지.


가을에 오면 단풍들이 절경이라고 하는데 겨울에 와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겨울임에도 늦가을 같은 느낌을 준 이곳을 날 좋을 때 꼭 한번 다시 찾아야지.

여기서부터는 교토.

고베에서 교토로 올 때는 엄청 편하게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

료칸에 체크인할 때 료칸 직원분께서 알아서 발권 예약을 해주셔서 물 흐르듯 스무스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감동 서비스 너무 감사합니다!)

캐리어를 들고 전철을 갈아타는 건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

친구랑 고속버스를 같이 타다니 약 10년만이 아닐까 싶었다.

캐리어를 맡기도 둘이 같이 버스에 앉아있으니 수학여행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색다른 설렘이 느껴졌다.

그런 것치곤 너무 빨리 잠들어버려 오래 느끼진 못했지만.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굶주린 배를 이끌고 온소바 가게에 도착했다. 급하게 숙소 근처의 가게를 찾은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150년 전통의 가게라고.


가게 내부는 내가 150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까지 주는 분위기였다.

중정이 있고 내부도 전부 오래된 일본 전통 가옥이었다. 찾아보니 꽤나 유명한 집인지 한국 방송국에서도 다녀갔다고 한다.

우리가 먹은 온소바 들도 너무 깔끔했다. 가격은 좀 비싼 감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먹어보기 힘든 온소바라서 나는 만족했다.

150년 전통의 온소바.

정신없이 소바를 먹은 뒤 산책 겸 시내로 걸어서 이동했다.

교토는 사실 4번째 방문으로 익숙하다면 익숙한 거리이기도 했다.

‘아 여기는 무슨 시장이 있고, 여기는 어떤 거리가 있다.’ 정도만 기억에 있었는데 이번에 와보니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거리가 크고 정갈했고 볼 만한 것이 많아서 꽤 재밌게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은 곳은 빈티지샵.

일본 여행 전에 요즘은 어딜 많아가나 찾아봤을 때 빈티지 샵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나는 계획적으로 쇼핑을 하러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왠지 빈티지샵의 구제들은 질에 비해 비싸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랬던 내가 우연히 교토의 한 빈티지샵에 들어가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니트들의 색감을 보고 ‘아 이런 게 구제인가?!’ 싶었고 어느새 내 맘을 사로잡았다.

꽤나 큰 빈티지샵에서 마치 패션쇼를 하듯이 옷을 고르고 입어보며 기분이 한껏 들떴다.

나와 친구는 둘 다 원하는 옷을 결국 구매했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잘 입고 다닌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역시 여행 메이트가 중요하단걸 깨닫는다.

나 혼자였다면 들어가 보지 않았을 곳인데 친구 덕분에 들어가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비슷한 가게를 또 찾아가 보았고 새로운 관심사도 생겼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힘들다.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여행의 좋은 점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지점이 생긴 하는 것.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결국 일상생활에서 배우지 못하는 점을 알아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사진.

교토에서 우리가 2박을 했던 숙소는 ‘resol trinity kyoto’였다.

숙소는 비교적 주택가와 가까운 조용한 곳에 있어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큰길도 가깝고 길도 깨끗하며 치안이 좋은 곳이었다.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기도 해서 여기로 이사 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쁜 택시.


일본에서 귀여운 택시를 발견하면 꼭 사진을 찍게 된다.

마침 해 질 녘 거리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이 사진을 보면 그때의 찹찹한 공기가 떠오른다.



저녁을 먹기 위해 교토 시내로 나섰다.

일단 낮에 먹은 면들은 제외하고, 튀김류도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제외했다.

여행에서 블로그 맛집만 다니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여서 그냥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녔다.


지난 여행에서 친구와 함께 갔던 꼬치구이집이 있는 기온거리까지 어느새 도착했다.

여기서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가보고 싶던 오므라이스집은 이미 어마어마한 줄로 대기도 더 이상 안 받는다고 하셔서 바로 포기!


고민하다가 익숙하지만 오랜만인 '가츠규'를 먹기로 했다.

규가츠라는 메뉴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참 갔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체인점이 있는 메뉴라 100% 떙기지는 않았지만, 춥기도 하고 

가게도 깔끔하고 친절해서 살짝 망설이다가 들어갔다.

친구는 전통적인 규가츠를 시켰고 나는 조금 특이한 메뉴를 시켰다.

도시락 형태로 나오는 가츠규인데 불로 익혀먹지 않고 깔려있는 파와 밥과 먹으면 되는 메뉴인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대만족이었다.


굳이 불에 익혀먹지 않아도 파의 향긋함이 고기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었다. 

게다가 수란 간장을 부어먹으니 간이 딱 맞아서 어찌나 끝없이 들어가는지!!

 익숙한 가게이지만 색다른 메뉴라서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기온 거리를 올 때마다 찍지만 항상 실물이 담기지 않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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