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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ul 07. 2016

책임에 대한 부담감

내 선택에 대한 결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

어느 날 아침, 맥모닝을 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들렸다. 내가 먹을 것을 주문하고 음식을 픽업하는 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일어나자마자 바로 왔는지 새둥지머리를 하고는 아빠와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뛰며 들어오는 쪼그마한 남자아이가 보였다.  아마도 4-5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 꼬마는 앵그리 버드 인형을 타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달려온 것 같았다. 우선은 인형들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아빠와 함께 고르고 있었는데, 인형들 중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품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없는 물건에 더 욕심이 나는지 없는 인형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을 갖고 싶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아빠가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장난감은 가질 수 없고, 대신 '요고, 요고, 요고'가 있고, 그것들 중에서 특정 인형의 멋진 모습은 무엇인지 설명하며 아이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이도 아주 쉽게 아빠의 말에 혹-해서  '아빠, 나 이거!' 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아빠는 흡족해했고, 아이는 칭얼거리는 모습에서 다시 신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세트 메뉴 중에서 어느 것을 먹을지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었다. 이때도 아빠는 키가 작은 아이가 메뉴판을 볼 수 있도록 아이를 안아 올리더니, 메뉴판을 보도록 했다. 


아빠가 '이렇게 이렇게 먹을 수 있데, 이 중에 뭐 먹을까?' 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이내 '이거!' 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이는 어떤 메뉴가 어떤 맛인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 후 음료를 주문할 때는 이전과 다르게 '아빠가 선택하는 것을 먹어야 한다'면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아빠가 선택해 주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아버지가 참 현명해 보였다. 물론, 아빠가 아이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다 선택해 주었다면 시간도 더 절약되고 편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아이가 선택하도록, 그리고 그 선택이 어렵지 않도록 선택의 범위를 설정해 주기도 하였다(물론, 이런 과정을 모든 상황에서 다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결국 아이는 자신감-자신에 대한 확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후 자신이 선택한 햄버거에 대해 맛이 있든 없든 둘 중의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도 부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기쁨 혹은 좌절에 대해 받아들이는 경험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내게 상담을 받던 아이의 어머니가 내게 속상하다며 이야기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7세 된 남아였는데, 어느 날 아이가 멋진 장난감을 샀는데, 그 장난감을 놀이터에 나갈 때 들고나가고 싶어 하더란다. 이때 아이의 아버지는 그 장난감을 가지고 나갔다가 잃어버리면 속상할 수 있으니 집에 놓고 가자고 타일렀지만, 아이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는지 아버지의 말에
도 꿈쩍하지 않고 무조건 갖고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는 '잃어버려도 아빠는 모른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예상대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놀다가 그 장난감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가 장난감을 어딘가에 놓고 잡기 놀이를 시작했던 것 같다고 한다. 이때 어머니께서 고민을 하던 것이, 아이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장난감을 잃어버려서 우는데, 그리고 울면서 다시 사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내게 묻는 것이었다. 일단, 그때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했는지 물은 후,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다시 사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아이가 속상해하는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은 필요하
겠지만, 아이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나갔을 경우 벌어질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자신이 갖고 나가기로 선택했으니, 그에 대한 결과도 책임을 져야죠. 대신, 정... 그 장난감을 갖고 싶다면 그것을 살 수 있도록 다른 일들을 시켜도 될 듯하고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좌절들이 너무 많이 있다. 그러한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부모가 나서서 막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계속 부모가 대신해서 보호를 해줄 경우에는 아이는 이후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마도 대학까지는 환경에 의해 어찌어찌 가게 되는데, 그 이후에는 내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 한 뒤,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선택을 하기 두려운 이유는: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래서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내 선택이 잘 된 것인지 잘 못 된 것인지 생각하느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선택에 대해 두렵지 않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직접 선택을 해보는 경험을 많이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을 한 후에 경험하는 좌절스러운 결과에 대해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도 관건이다. 이렇게 견디는 힘을 '좌절에 대한 인내력' 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힘은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키워줄 수 있다. 부모의 품에 있을 수 있는 시기(부모의 힘이 발휘가 될 수 있는 시기)에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며 그때마다 부모에게 위로받으면서, 그 상황에서 실패/좌절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배우게 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상황마다 여러 가지 좋다고 하는 양육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오늘 이야기한 것들은 부모들이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부모가 나중에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려면,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도록 살게 해주고 싶다면 지금부터 아이가 조금씩 혼자서 독립심과 주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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