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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an 19. 2018

글 올리는 거 민망하지 않아?


2014년 여름, 지금의 대표 오빠와 같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라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다. 그 말에 이끌려 15년도부터 지금까지 블로그에 글을 하나둘씩 적기 시작했다. 소재거리는 내 삶에 넘쳐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밥을 먹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혹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하루 동안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이나 말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학창시절 숙제 중에 독후감이나 감상문이 가장 어려웠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던 내가 소재거리가 넘쳐나니 글을 쓰는데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잠자기 전에 하나,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하나. 그렇게 하나둘 글이 늘어갔다. 꾸준히 하는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재미를 붙이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설득하기 시작했다. ‘글 좀 써서 올려봐~.’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유를 하던 중 동료에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뻔한 이야기를 적고, 다른 SNS 계정에까지 공유하는데 민망하지 않아?”


내 글을 읽었던 사람이 했던 이야기라 약간의 뻘쭘함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보다 상담 경력도 많고 책도 더 많이 읽었고 글 쓰는 것을 좋아라한다는 사람이기에 내 글이 당연히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법하다고 여겼고 굳이 불편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사실 표현할 용기가 없었다.
  
“나도 처음엔 솔직히 공유하기도 민망했는데, 하다 보니까 괜찮던데. 그리고 아무도 안 봐.”
  
용기가 없던 나는 언짢음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단번에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후에 아는 선생님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다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틀려도 괜찮아. 당연히 누군가는 네 글에 지적을 할 수도, 아니면 시간이 지나서 네가 깨달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러면서 조금씩 더 성장해 가는 거야. 다 준비된 다음에 하려면 늦어.” 
  
그 말에 안심을 하고 편안하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내 생각을 적고, 내가 배웠던 것 중에 감동적이었던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며 다시 질문을 하거나 드물게는 비난하기도, 공감해주기도 했다. 질문을 받거나 비난을 듣고 나서는 나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제대로 다시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었다.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반갑기도 하고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 걱정이 아주아주 쓰잘머리 없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체감하고 있다. 나의 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뻔한 내용을 적어서 창피함을 느끼게 될 만큼 내 글을 읽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냥 없다고 해도 될 만큼의 숫자다. ㅎㅎ 처음에 글쓰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더더더더더 없었다. 아주 순간이긴 하지만 남의 말에 흔들렸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의 존재감을 얼마나 크게 지각하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쪽팔리다. ㅎㅎㅎㅎ
  
아직도_여전히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글 써서 올리는 거 겁나지 않아요?” 
“잘못된 정보 올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


그냥 웃기다. 자기들이나 내가 뭐나 되는 것 마냥 생각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질문 이면에는 ‘네가 뭔데 글을 써?’라는 생각이 느껴지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하다. (내가 뭐나 된다고 했나? ㅎㅎㅎㅎ)
  
그런데 이제는 그 말에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내 분수를 아주 잘 알기에.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알고 계속 배우고 다듬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단지 내 수준에서 다른 사람과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만약 자신의 존재감을 과장되게 지각하고 있는 경우 어떤 행동이든 함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할 수도 있을 게다.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파급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버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그들에게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불합리한 생각인지 알려주고 싶다. 그래야 그들도 자유롭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야지만 진짜 자신들이 바라는 성장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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