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람

by 박지선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한 오늘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 아프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한대 얻어맞고 혼자 길바닥에서 울고 있었던 그 어린 내 모습이 떠올라 불편하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내 아이도 느꼈겠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저러면 안 되는데’, ‘부모가 왜 그래’, ‘저러면 아이한테 안 좋을 텐데’


내가 내 자식을 키우다 보니 다른 부모들에게 저런 말을 함부로 못 하겠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너무 많이 엉켜있는데 그 감정의 실마리를 잘 풀어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아이와 실랑이 끝에 집 앞 복도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맘대로 해!' 소리치며 아이 손을 놓고 앞서 걸어갔다. 20개월도 채 안된 아이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난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울었고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화가 끝까지 난 나는 할 일만 묵묵히 하고 있었다. 우는 아이가 현관으로 들어오자 아이 신발을 벗겨주고, 손을 씻겨주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달그락달그락 저녁밥만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가 중간중간 ‘엄마’를 불렀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나는 반응하지 않고 요리만 했다.


요리하는 동안 화난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왔다. 그러자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한 나에게 너무 화가 났다. 잡고 있던 아이 손을 놓고 먼저 집으로 들어오다니.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더 정확히 ‘나’는 하지 않기를 바랐던 행동을 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감정을 빨리 전환시키지 못하고 침묵하며 아이가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나 스스로 부끄러웠다.


요리를 하다 멈추고, 아이에게 갔다. 엄마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화내서 무서웠겠다고 말했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야기했다. 그래, 맞다고 맞장구치며 아이는 모르는 게 많아서 부모가 가르쳐줘야 하는데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 됐다고, 엄마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한 번 이야기했으면 됐는데,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계속해서 사과하고 싶었다.


연애할 때 내 진짜 모습을 보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자식을 키워봐야 내 본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겪어 나갈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나도 그냥 한 사람에 불과한 엄마였다. 내가 좋은, 온화한 엄마가 될 줄 알았나 보다. 착각도 참 가지가지. 내가 나를 제일 잘 아는데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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