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시간이 되어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옆에 누운 아이의 콧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건조한 코막힘에 나오는 쇳소리 같았다.
“엄마랑 코 킁하자, 잠깐만.”
자리에서 일어나 코 스프레이를 가져왔다. 내 무릎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 코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양쪽에 뿌린 후 마사지를 해주고 코를 풀게 했다.
‘킁!’
어두운 방, 하얀 매트 위에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 주변이 온통 깜깜했는데도 빨간 코피는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아이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렀다. 이불과 매트에는 핏자국이 여기저기 후드득 떨어졌다. 너무 놀랐다. 불을 켜고 서둘러 수건을 적셔 왔다. ‘코가 아야 해서 피가 나는 거야, 괜찮아.’라고 아이 코를 지그시 눌러주며 말했다. 아이는 하얀 매트 위에 묻은 피를 계속 가리켰다.
우리 어른들처럼, 내가 어렸을 때 났던 코피처럼 금방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돌도 안 된 아이의 코피는 멈출 줄 몰랐다. 맑고 선명한 피가 흥건하게 계속 흘러나왔다. 급한 마음에 119 의료상담을 신청했다. 코피 지혈하는 방법을 묻고, 소아. 이비인후과 진료가 모두 가능한 주변 응급실 전화번호도 물어봤다. 지혈이 되지 않으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처음 보는 아이 코피에 당황스러웠고, 지혈이 쉽게 되지 않는 코피를 보며 무서웠다. 속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고 긴장되고, 무서움과 두려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어느 감정 하나 티 낼 수 없었다. 내 기분 따위 중요치 않았다. 그 순간에도 아이 얼굴이 더 먼저 눈에 보였다. 매우 침착하게 행동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겨우겨우 아이 코피가 멈추었다. 코피가 멈춘 아이를 다시 침대에 눕혀 토닥여줬다. 아이가 잠들자 긴장이 풀렸는지 몸살 걸린 듯 온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이보다 내가 힘들었다. 힘든 마음을 뒤로한 채 태연한 척하는 게 생각보다 꽤 힘들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쏟아졌다. 안도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꿀꺽 삼키느라 애썼던 고됨의 눈물이었다. 불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 겁쟁이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