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난 엄마처럼 자식을 과보호하지 않아.'
'자식이 원하지도 않는데 다 해주려고 안달복달하지 않잖아?!'
나 스스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특히 내가 제일 경계했던 과잉보호하는 부모는 되지 않은 것 같아 만족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자 내 과보호 레이더가 발동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놀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같은 반 친구가 우리 아이의 머리를 장난감으로 ‘내리쳤다’는 것이다. 담임교사가 너무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아이 반응은 어땠는지 물었다. 아이는 별 반응 없었다고 했다. 아이가 울지도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다고 했다. 하원시간에 아이 픽업하며 듣게 되어 길게 이야기는 할 수 없었고 알겠다고 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속상일을 겪었구나 싶어 그날만큼은 더욱 재미있게 놀아줬다.
다음날 아이를 원에 들여보내고 선생님께 따로 이야기하자고 요청한 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기에 이런 일이 잦은 지 궁금했었다. 선생님 말로는 다른 아이들은 이미 함께 노는 방법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아는데 우리 아이가 함께 노는 방법을 잘 모르고 적응을 어려워하는 아이라 우리 아이가 다가가면 친구들이 때린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마음이 덜컹했다. 작년에 들었던 피드백과 너무 상이한 내용이라 놀랐고 그간 아이에게 속상한 일이 많았겠다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담임교사 말로는 우리 아이가 지금 겪는 어려움은 적응하면서 다 겪는 과정이라고 별일 아니라고, 엄마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내 불안을 낮춰주려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고 내 걱정과 불안이 잠잠해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아이가 23개월 됐을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은 올해 3월이 되면서 모든 선생님들이 교체됐다. 작년 담임교사에게는 내 아이에 대한 설명할 기회도, 선생님을 파악할 시간도 있었기에 마음이 놓였고 아이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담임교사가 적절하게 대처해 줬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안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새 학기에 새로 만난 담임교사는 아직 미덥지 못했다. 담임교사와 대화를 할 때 우리 아이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정서적으로 섬세한 사람이 아니란 판단이 들어 미덥지 못했다. 더욱이 외롭고 당황했을 아이가 상상이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음 날부터 등원을 안 시키고 서둘러 다른 기관을 알아봤다. 열받는 김에 비싼 원비를 내는 곳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렇게 일주일 간의 시간이 흘렀다. 혼자 며칠을 속상해했다.
혼자 고민하는 내내 내가 믿는 사람, 누다심한테 물었다.
“지금 아이 원을 옮기는 거, 내가 너무 과잉보호하는 걸까?”
“응. 그런데 너 마음 편한 게 중요하지. 과잉보호해도 돼. 마음 편하게 살아.”
과잉보호해도 된다는 거. 내 마음 편한 게 제일이라는 거 나도 다른 엄마한테 이야기하면서 나에게는 정작 말해주지 못했다.
고민하다 결국 기존 어린이집으로 다시 등원하기로 했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원을 바꿀 수 있고 과잉보호해도 된다는, 즉 내가 닮고 싶지 않은 부모의 모습으로 있어도 된다는 그 말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가능했다. 아이가 적응하며 겪는 어려움들을 지켜볼 힘이 생겼다.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는 엄마들을 그리 욕했는데 나도 그러고 있으니, 부모가 되면 자식이 느끼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내가 직접 겪는 상황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로 상상을 하다 보니 부정적 감정은 더 크게 부풀려지는 것 같다. 상상이 되는 걱정들을 멈추는 게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되뇐다. '네 일은 네 일이다.' '네가 겪을 아픔들을 내가 모두 거둬줄 수 없단다.'
덧. 담임교사와 그 뒤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아주 섬세한 사람은 아니고 말을 전하는 센스도 없지만, 오히려 그 예민하지 않음이 아이의 부적응적인 행동들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너그러움으로 감싸주는 장점이 있는 듯했다. 역시 사람은 이리보고 저리 봐야 잘 알 수 있는 듯하다.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