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거면 돼

by 박지선

아이를 재우고 아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주 본다. 깨있을 때보다 자고 있을 때 사진으로 볼 때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데 예전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이 낳고 골골대고 있는데 분명, 사진 속 나는 엄청나게 부지런했다. 요리도 놀이도 아주 기깔나게 하고 있었다. 그냥 대충대충 편하게 키운다 해놓고서 엄청 부지런 떨고, 공부도 엄청했었다. 당시에도 많이 널브러져 띵가띵가 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날쌤이다.

아이를 처음 키워봐서 그랬지 싶다. 이리하나 저리하나 아이는 알아서 그냥 클 텐데, 내가 하는 만큼 아이도 잘 커 줄 것 같은 마음에, 내 걱정과 불안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내 아이는 ‘나와 다른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랐다. 큰 얼굴에 짧고 굵은 다리가 아닌 작은 얼굴에 길고 얇은 다리, 군것질만 하고 편식쟁이가 아닌 밥과 건강식을 더 좋아하는, 머리 나쁘고 센스 없기보다 머리 좋고 센스도 좋기를, 싸가지 없고 이기적이기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기를. 내가 이래서 친구도 없고 인기도 없어서 사는 게 우울했는데 내 아이만큼은 그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다시 말해준다.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자랄 거야."

"내 자식이라 분명 그렇게 될 거야. 나를 닮았으니 내가 겪었던 아픔, 슬픔, 외로움 다 비슷하게 겪으며 자라겠지. 하지만,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고 들어줄 수 있는 내가 있으니, 그거면 됐어."

"아이가 힘들어할 때 그냥 옆에 있어줄 수 있어. 그래, 그거면 됐어."

"그리고 내 친구 수풀이 말했듯 지금 내 옆에 좋은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내 아이도 자신이 생각하는 그 모든 단점들을 수용해 주고 같이 품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되지."

"그래, 그러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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