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도 있지

by 박지선

방금 전까지 서럽게 울었던 아이는 ‘엄마가 화내서 속상했겠다.’고 말하자 금방 웃어버린다. 그러고는 살포시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울음이 터져버렸다. 유독 미안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화가 금방 났다. 버럭하고 사라지는 화가 아니라,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려 입을 다물게 되고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화였다. 머리로는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화낼 일도 아니고, 지금 이것은 내 문제라고 말이다. 무표정하게 침묵하는 엄마와 단둘이 있는 게 불편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의 얼굴 표정도 보이는데 내 기분이 쉽사리 풀리지가 않았다. 오늘 하루만 해도 아이에게 사과를 몇 번이나 했나 모르겠다. 엄마 몸이 안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거라고, 너에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닌데 엄마 잘못이라고. 나 스스로 다짐하듯 이야기했지만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웠다. 아이는 오늘 하루 동안 내 기분 풀어주려고 얼마나 울었나 모르겠다.


요즘 너무 우울했다. 아이 등원시키고 돌아와서 집안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또 하원시간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아이를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버린다. 그러다 새벽에 깨서 아침까지 거의 잠 못 들고. 다른 사람도 만나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 반복된 일상을 몇 주간 보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몹시 지쳐있었다.


생리기간이라 그럴 수도 있고, 봄을 타는 성향이라 그럴 수도 있고,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게 기분이 다운되어 버리면 참 어렵다. 마음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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