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잠을 잤다. 아이가 침대에서 놀고 있는 소리가 살포시 들렸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한참을 놀다 아기가 엄마를 부르고 아빠도 깨웠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도 꽤 밝고, 나도 푹 잔 느낌이라 개운하게 일어났다. 옆에 누워있던 남편에게 몇 시인지 물어보니 9시 30분이 넘었다고 했다. 아이쿠, 저런.
아이와 함께 시간에 맞춰 가야 할 곳이 있는 날이라 벌떡 일어났다. 새벽에 배송 온 택배 물건들을 정리하며 아이에게 줄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에게 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쭈르륵.
분주하게 움직이던 찰나 식탁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어어 어!! 어! 어! 어어어 어어어———-!!!!!! 그대로 가만히 있어!!!!!! 잠깐만!”
아오, 쉣. 아이가 수박을 잘라 넣어둔 통을 뒤집어 들고 있었다. 통에서는 수박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고 아이는 미동 없이 멈춰있었다. 나는 아이 손에서 통을 뺏어 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아이를 그대로 들어 다른 장소에 옮겨놨다.
“ㅇㅇ아, 이거는 만지면 안 돼!”
나는 정신없이 흥건해진 바닥을 닦았다.
욕실에서 씻고 나온 남편은 무슨 일이냐 물으며
“ㅇㅇ이가 울려고 하는데?! 얼어있어. 아빠한테 와봐. 괜찮아.”
안 그래도 바쁜 아침에 정신없어 죽겠는데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여유롭게 말하는 남편한테도 짜증이 났다. 나는 계속 바닥만 쳐다보며 닦아댔다. 남편이 아이에게 말을 거는데 아이가 아무 반응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 있는 쪽을 돌아봤다. 작은 어깨를 움츠린 채 내가 놓은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 앞으로 가서 얼굴을 봤다.
작은 두 눈이 뻘겋게 물들어 빼죽빼죽 입모양을 하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내 목소리가 컸나 보구나. 지도 수박이 먹고 싶어 식탁 위에 있는 통을 들어 옮기려 했는데 수박물이 그렇게 대책 없이 쏟아질 줄 몰랐구나. 그래서 놀랐겠다 싶었다.
“엄마가 큰소리로 말해서 놀랐어? 엄마가 다급해서 그랬어.”
아이가 수박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그 손을 다시 자기 입에 갖다 댄다.
“수박 먹고 싶어서 그랬어?”
“응!” 고개를 끄덕인다.
“먹고 싶었는데 쏟아져서 놀랐겠다. 엄마가 수박 줄까?”
“응!!!!!!!!!!!!”
“그래, 다음에는 식탁 위에 있는 거 만지면 안 돼.”
눈앞에 처리할 일들만 보다가 아이 마음이 어떠한지 놓칠 때가 많겠지 싶다. 알게 모르게 서운함이 많이 쌓이겠다. 아직 너무 작고 여린 아이로만 보여서 화를 내고 나서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고, 어른인 내가 참았어야지 하는 자책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