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잘하는 게 하나 있다.

by 박지선






































나는 엄마로서도 별다른 좋은 점이 없다. 태생이 차가운 사람이라 그렇게 따뜻하게 품어주지도 않고 내 기본적인 욕구도 중요한 사람이라 아이만 우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괜찮은 구석이 하나 있다. 긍정의 말을 잘한다는 거. 아이의 말에 대부분 수긍한다는 점이다. 긍정의 답이 기본 베이스다. 아이의 건강이나 타인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이상 모두 승낙한다.

머리를 안 빗고 싶다 해도, 바닥에 떨어진 거 주워 먹어도, 얼굴을 안 닦아도 “그래, 그럼.”

밥을 거의 안 먹거나, 편식을 해도 “응, 그래도 돼.”

무엇을 입든, 무엇을 신던 “어, (하하하하하)”

특히, 놀이에 있어서는 더 허용적이다. 지저분하게 놀든 과격하게 놀든 귀찮은 놀이를 하든, 놀이의 내용이나 방식에 참견하지 않는다. 함께 놀이를 할 때도 내가 함께 놀기로 결정했을 땐 화끈하게 놀아준다.


​아이가 열이 나서 유치원에 못 간 적이 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내내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다른 일 안 하고 아이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상시에 함께 노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러기는 했지만 나도 체력이 좀 올라온 상태라 기분 좋아서 가능도 했다.


​안 그래도 열나서 유치원에 못 가면 엄청 들떠하는데 이번에는 열이 펄펄 나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나도 출근 안 하고 아이도 등원 안 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급한 일 없이 느긋했다. 여유롭게 아이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여러 장소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역에서 존중받는다 느끼는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 좀 더 협조하는 편이다. 내가 아이 영역을 존중해 줌으로써 아이 또한 내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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