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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Apr 24. 2024

긴 병에 효자 없지.









































내 아이는 봄, 여름, 가을에 있는 대부분의 식물들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아이가 좋아하는 쌀과 토마토에서도 알러지 반응이 나왔으니 뭐.  뭐 어떻게 살라는 건지, 그냥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래도 컨디션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고 하니 그것만 믿고 지낸다. 봄은 유독 힘든데, 이번 봄은 더 유난이다. 아이의 상태가 호전이 되었다가도 금세 심해지기를 반복한다. 집 환경이 문제인가, 병원이 문제인가, 내가 손쓸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해 본다.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이 빠진다. 뭐 별 기대하지 않고 매일의 일상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내 몸이 힘들 때는 지치기도 한다. 짜증 나고 화도 난다. 대체 왜 안 낫는 거야. 언제까지 이것들을 반복해야 하냐고..  화를 내다가도 미안해진다. 진짜 고통받는 것은 저 꼬마니까.

예전에 친정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와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는 아주머니였는데, 엄마가 그 아주머니에게 주 2회 사람을 써서, 본인도 쉬는 시간을 만들라고 조언해 주었던 이야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면 길게 가지 못한다고, 사람한테 맡기는 거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그 이야기가 어린 내게 신선하게 들려왔다.

살다 보니 엄마 말이 맞았다. 길고 긴 여정을 가야 할 때는 쉼이 있어야 한다. 지치는 것도 당연하다.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 죄책감도 제쳐둬야겠다.


“엄마 쫌 쉬고, 내일 다시 재미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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