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잘못 말했나?

by 박지선
여러 사람이 모여있을 때는 괜찮은데
단둘이 만나는 것은 불편해요.


B라는 친구는 소수의 사람들과 있을 때 혹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된다고 생각을 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 얘기가 재미가 있는지 걱정이 되고 말이 끊길까 봐 긴장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할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갑자기 말이 끊기게 되어 침묵이 흐른다고 한다면... 게다가 내가 어떤 말을 던졌을 때 상대방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표정도 웃고 있지 않을 경우에 어떤 기분이 들까?

우리는 대화 도중에도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게 변하는 순간이 오면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내 말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거나 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침묵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런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거부 혹은 거절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더 긴장을 하게 되고, 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소속감의 욕구가 좌절되는 상황은 우리의 기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때 갑자기 눈을 굴리게 된다. 눈치를 보게 된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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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이랑 나랑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대화가 끊이지 않아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몰랐다니까


어떤 주제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사람도 아닌데 유독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 내 이야기에 적절하게 반응을 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드러내며, 서로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나 또한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몰입이 잘 되고, 기분이 좋아서 계속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은 상대와는 공유된 부분들도 많아지고 서로 유대감도 강해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화(conversation)의 유형에 따라 우리는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데, 그렇다면 실제 대화 도중 갑자기 발생한 침묵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의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본 연구에서는 2개의 실험을 했는데, 본문에서는 1개의 연구결과만 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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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구는 대학생 102명(여-57, 남=45)을 두 개의 집단으로 나눠서 배정을 하였는데, 한 집단은 대화가 잘 흐르는 집단(flow)이고 다른 한 집단은 짧은 정적으로 대화를 방해하는 집단(disrupted flow)이었다.

실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두 명의 연구원과 연구 참여자 1명이 사전에 미리 받은 시나리오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의 대사를 읽기 시작한다. 그때 연구 참여자 1명의 대사에는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사(“나는 비만인 사람이 버스에서 좌석 2개의 요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 )가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 참여자가 그 대사를 읽은 후, flow 조건의 집단에서는 다른 연구자가 바로 이어받아서 이야기를 했고, disrupted flow 조건의 집단에서는 연구 참여자가 잠시 침묵을 만드는 행동((커피를 젓는 행동)을 한 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모든 절차가 끝난 뒤, 연구 참여자들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정이 어땠는지(부정적인 감정 종류)를 측정을 하였다. 그 외에도 사회적 소속감, 통제감, 자존감, 배척 정도, 지각된 합의(연구 참여자들과 의견이 잘 맞았는지)에 대해 측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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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dirupted flow 조건의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절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꼈다고 보고했다.
반대로, flow 조건의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회적 소속감과 자존감, 지각된 합의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본 연구는 실제 상황에서 내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한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과 내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도 아니었다. 단지 낯선 사람들과 주어진 시나리오를 읽어만 봤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심리적 거절감을 느꼈고, 부정적인 정서도 경험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소속감의 욕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고, 배척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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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우리는 모든 상황을 우리 뜻대로 통제할 수 없고 경험을 제한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장면에서 소외감이나 거절감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려고 하는 상황은 제외한다. 소위 말하는 왕따는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하튼, 소외감이나 거절감을 느끼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덜 휘청거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화의 기술도 향상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을 연습하고 사람들 안에서 심리적 충족감이 채워지는 경험을 빈번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이후에 있을 소외감의 경험으로부터 힘들어지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를 가장 적절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곳은 "집단상담"이고, 이를 자신 있게 권유한다.



위의 논문은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서 김화현님이 발표하신 다음의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음.
Koudenburg, N., Postmes, T., & Gordin, E. H. (2015). Dirupting the flow: How brief silences in group conversations affect social need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 51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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