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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승현 Nov 19. 2019

재무설계는 '주제 파악' 이다.

월급쟁이 왕초보 돈 관리법

1987년 개봉한 빽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30년도 더 지난 영화라 누군가에게는 태어나기도 전 얘기일 수 있다. 스포츠카 드로리안을 개조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 부모님을 만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를 이루는 영화다. 당시 영화에 등장한 많은 상상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지만, 타임머신은 여전히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구태여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당신의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차를 타고, 자산은 얼마 정도 모여 있을지, 그리고 은퇴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등.


재무설계는 미래설계다. 현재를 설계하는 일은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무설계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미래설계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재무설계에는 ① 확정된 요소와 ②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합리적인 가정하에 확정 가능한 요소가 소득이며, 변수는 지출이다. 

합리적인 가정이란 당신이 언제까지 근로할지, 그동안 소득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은 어느 정도로 잡을지 등이다.



소득은 유한한 자원이며 지출은 제한이 없고 집행 시기 또한 제각각이다. 문제는 지출이 발생하는 시기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당시의 소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출과 소득이 매번 일치한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벌어서 그때그때 쓰면 그만이다.


소득은 합리적인 가정하에 발생 기간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규모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출은 돈을 벌기도 전에 시작되어 숨을 거둘 때까지 지속된다. 그래서 유한 자원인 소득으로 ① 언제, ② 어떻게, ③ 어디에, ④ 얼마를 지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재무설계다.




주제를 파악하라


나는 재무설계를 ‘주제 파악’이라고 표현한다. 당신의 굳어진 얼굴이 느껴진다. 주제 파악이라는 말은 좋지 못한 타인의 행실을 비꼬는 말로 쓰여 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어감이 불편할 수 있어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 상태 분석 및 계획 수립’ 정도다. 상투적일뿐더러 가슴에 딱히 와닿지도 않는다.


우선 당신을 둘러싼 여건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 후, 확신하고 자신 있게 실행할 수 있다. 여건이란 현재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과 예상되는 미래 소득에 기반한 주변 재무 환경이다.


더 쉽고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오늘 이후 평생 얼마의 소득을 벌 것인가? 소득으로 각종 비용(생활비, 양육비, 여가비 등)을 지출한 후 얼마짜리 집을 언제 살 것인가? 차는 언제 사거나 교체할 것인가? 자녀와 관련된 자금(교육비 및 결혼자금 등)은 얼마를 지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은퇴 생활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준비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당신의 여건이다.



현장에서 재무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여건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에 집을 사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큰 집을 무리하게 장만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결혼 날짜가 정해진 30대 초반 예비부부를 상담한 적이 있다. 청약에 당첨되어 3년 후 입주할 아파트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나를 만났다. 재무분석을 해 본 결과, 부부의 미래 발생 소득으로는 최소 13년 동안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전액을 대출 상환하는 데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 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고 부채 상환이 완료되면 40대 중반이 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라 준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아파트 가격이 13년 동안 부담한 이자와 기회비용을 충분히 웃돌 만큼 오른다는 가정을 했을 때 얘기다. 십수 년 후 아파트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다 치자. 과연 오른 아파트 가격이 돈에 쪼들려 행복하지 못했던 꿈같은 젊은 시절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을까? 자녀의 어린 시절 궁핍한 생활은 어찌 보상할 것인가? 단지 아빠 이름으로 등기된 집에서 먹고 자고 한 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행하기 전에 자신의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게 마련이다. 재무설계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주제 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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