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보스턴에서 뉴저지 새 집으로 온지 이제 3일차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겠어. 처음 하는 이사도 아니지만 참 이게 보통일이 아닌걸 세삼 다시 느껴. 나는 요 몇일 또 다시 이사 전 처럼 비우고 정리하기의 연속 이었던 것 같아.
첫날은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로 꽉 찬 주방과 거실을 정리했고, 둘쨋날에는 모든 옷정리를, 셋째날에는 쇼파 클리닝과 남은 물건 정리들을 하며 보냈어. 그리고 다행히 이제 “집” 같은 느낌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 거 같아. (지금 “집”의 상태는 단순히 정리라고만 하기엔 살짝 아쉬워 조금 더 덧붙이자면:
1년에 한두번 쓸까말까 하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들을 과감히 처분하고, 수십번씩 쓰레기를 갖다 나르고 마트를 들리고, 공간 확보를 위해 효율성을 따지며 헤맨 시간들의 결과물이야…)
사실 이 몇일동안 쓰러지다 싶이 지쳐 잠든 날들이 많았어. 근데 오히려 내 마음상태나 기분이 더 괜찮았던 게 좀 의아했다랄까?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나봐. 남편도 오늘 점심 먹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러더라, 지난 보스턴 1년치 집안일을 3일 동안 한거 같은데, 내가 그 과정들을 체력적 힘듬과는 별개로 즐기는 것 같았대. 언니도 알다시피 난 집안일을 엄청 잘하거나 정리정돈 그 자체를 즐거워 하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뭔가 나만의 ”데드라인”을 가지고 일 처리를 하고, 그 과정과 성취가 눈에 보이는 것에서 오는 묘한 쾌감이 있던건 확실한 것 같아.
사실 굳이 쉬엄쉬엄 해도 될 이사 정리를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끝내려고 했던건, 남편이 당장 다음주 부터 학교를 개학한다는 것과 내가 그 다음주면 한국에 간다는 이유였던 거 같아. 그 전까지 우리 보금자리가 하루라도 먼저 “집”처럼 느껴지길 바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 즉 ”데드라인“이었지. 아마 데드라인이 없었다면 난 한달동안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을 헤집고 다니며 살았을 지도 모르겠어.
당연한 이사 정리정돈이, 혹은 하다못해 설거지도 “나중에”, ”언젠가“ 라고 마음 먹는 순간 늘어지는 걸 보면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 인가 싶기도 해. 언니가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 해서 업로드 하는 것도 언니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쌓여가는 일상의 기록들을 미루지 않고 기록하려는 데드라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되고!
사실 나도 이사 정리가 얼추 마무리 되니까 오늘 오후부턴 낮잠도 자고 한없이 늘어지고 싶더라. 근데 언니한테 까먹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지금 내 일상을 들려주고 싶었어. 누군가 내 삶을 보고 있다 느끼며 스스로 더 움직이려는 언니의 의지, 그리고 아침에 목표를 세우고 절실하게 해보면 좋은 대답으로 다 돌아올 거라는 김미경 강사님의 말 그리고 내가 경험한 요 몇일의 데드라인! 결국 이 모든게 지금 나에게 원동력이 되주지 않았나 싶어. 하나를 느끼고 둘을 얻어가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각자 느끼고 배운 서로의 방법들 그리고 생각들을 나누고 같이 더 좋은 삶을 살아가자 언니. 오늘도 우리 화이팅이야!
잠깐 뉴욕 마실 나갔다가 발견한 오늘의 귀여움을 언니에게 함께 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