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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 Jul 04. 2023

뉴욕에서 진짜 '명품'을 만나다

언니에게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무수히 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내가 내린 결정이 맞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란 말이 묘한 위로가 됐어 언니. 언니가 10년 차 직장인에서 전업 주부가 되면서 했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공유해 줘서 고마워. 어쩌면 쉽게 묻지도 듣지 못할 얘기를 이렇게 나눌 수 있단 거, 이게 편지의 매력인가 봐.


오늘은 다행히 하루가 맑았어! 비 한번 왔다고 걷히질 않을 것만 같은 미세먼지들이 싹 사라졌네. 우리 인생도 그런 거겠지, 흐린 날과 맑은 날의 연속. 그냥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은 날은 또 그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볼까 해. 힘을 좀 빼 볼게! 오늘은 오랜만에 날이 맑아서 뉴욕 맨하튼에 다녀왔어.

참 뉴욕 스러운 것들. 빌딩 숲, 신발 신은 강아지, 도심 속의 자연

보스턴에서 지겹도록 보던 Goose (거위) 들이 뉴욕에서는 보기 참 희귀한 거 알아? 오늘 겨우 센트럴 파크에 갔다가 5마리 정도 봤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맨하튼을 구경하며, 관광객처럼 정처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남편과 엄청 유명한 시계 파는 곳을 봤어. 남자 시계 세계에 'top 5'라나 뭐래나. 사실 남편이나 나나 시계에 대해선 완벽히 무지한데 아주 유명한 곳이라 하니 또 궁금하더라고. 사실 시계 마니아가 아닌 나는 소히 '명품' 시계는 롤렉스, 까르띠에가 다인 줄 알았는데 그 상위 레벨의 존재를 이번 기회를 통해 느꼈어.


보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까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어. 사실 자연스러운 척하느라 좀 힘들었네! 까막 눈인 나는 이게 왜 이 만큼의 값어치를 가지지? 왜 이게 명품인거지?라는 생각을 했어 사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전혀 모르는 이 세계는 정말 신기하더라.


오늘 알게 된 재밌는 점은 오랜 장인 정신과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의 제품은 재고와 내 구입 의사가 있다 해도 내 마음대로 구매를 할 수 없다는 거야. 우리를 맞아 준 직원 분이 자기 브랜드를 방문해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솔직히 이런 곳은 처음이라고 고백했어. 그랬더니 너무 친절하게도 이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더라고. 그러면서 덧붙인 직원 분의 말이, 이곳에서 원하는 시계가 있다면 먼저 나와의 관계를 잘 쌓아야 하고 그러면 일정 시간 뒤에는 시계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거라는 거였어. (정말 이렇게 말씀하셨어!)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어. 고가의 시계만 판매하는 곳에서, 담당 직원과 관계를 잘 쌓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가끔씩 들려서 안부 인사를 묻고 종종 퇴근 후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걸까. '명품'의 진짜 의미와 인간관계가 가지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오랜 브랜드의 가치, 까다로운 개인의 취향, 그리고 인간관계를 중요함을 ‘시계’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였어. 명품시계에 한정되는 얘기가 아님을 언뜻 알기에 더 뜻깊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찾아봐야지 나도. 또 편지할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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