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집요정으로 지냈다. 5개월 간 집에서 아기만을 바라보면서 지내다가 조금은 급작스럽게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하반기에는 일을 시작하겠거니 싶었지만,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출근일이 잡혔다. 아기를 도닥거리면서 누워 보냈던 아침이 출근 준비로 분주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는 시야에서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엄마가 신기하기만 한지 연신 꺄륵거렸다.
아침 7시 반. 시어머니가 집에 오셨고 나는 집을 나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부모님이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나는 대단히 운이 좋은 워킹맘임을 안다. 월급을 받아서 시어머니에게 돌봄비용을 드리고 은행 대출금을 갚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꾸역꾸역 출근을 했다. 사회에 내 책상 한 자리. 그걸 지키기 위해 부리나케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이 하도 낯설어서 어색했다.
출근은 했는데 마음은 집에 놓고 왔다. 새로운 팀원들과 인사하고 업무지시를 받았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나만 낯설어서 어설펐다. 내선번호 받는 법이 기억이 안 나 한참을 멍하니 쳐다봤다. 막상 수화기를 들고 보니 손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속으로는 긴장되고 당황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태연한 척 업무를 했다. 괜히 컴퓨터 화면에 전년도 자료를 띄워놓고 바쁜 척했다.
바쁜 척하다가 하루가 지나버렸다. 퇴근시간만 기다려지는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