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
해가 질까 봐 조금 초조해지는 일요일 오후 4시
얼마 전 아는 동생을 만났다.
오랜만에 참 당차고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고 이야기가 잘 통했고, 또 마음이 복잡했던 때 서로 위안이 되어주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참 강한 영향을 끼쳤던 인연
그런 동생이 결혼을 고민하던 남자와 헤어졌단다.
만나자마자 덜컥 이별 소식부터 전하던 동생의 말에 내 심장이 덜컥했다.
덤덤하게 이별을 털어놓던 동생
사실 이전에도 언젠가 이별의 발화점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아슬하기만 했던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덤덤하게 이야기해줬다.
나의 시절을
예전 나의 이야기들을
내가 먼저 겪었던 일이고 그래서 더 이해가 됐던 동생의 고민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동생네 커플이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는 그 끈이 곧 끊어져버릴지도 모르겠다고
다만 이왕이면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길 바랬고
힘든 시간이었을지언정 마지막은 해피엔딩이 이었길 바랬다.
그런데 어쩌나
결국 동생은 같은 선택을 했고,
내가 겪었던 그 시간을 겪게 돼버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 친구는 똑똑하니까.
나도 똑똑하고 야무진 줄 알고 살았다.
다 이겨낼 줄 알았고 다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아니더라
난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았고, 우유부단했고, 겁이 많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나는
이별의 길 위에 서버린 동생에게 이제는 더 이상 어떤 위로도 조언도 해줄 수가 없게 됐다.
이래라저래라
잘했다 괜찮다
이런 말 대신
결혼을 해야 되는 나이라는 강박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고 했다.
살아보니 그게 다 부질없다고
29살, 너무 예쁘고 젊은 나이라고
돌아보니 나의 29살도 참 화사하고 예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