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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콘서트 '입양 말하기'

그냥 평범한 아빠입니다만,

2020. 6. 27일

그 어느 때 보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서울로 진입하는 길은 언제나 차가 막히기에 조금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서울을 향하는 나의 백마는 싱싱 잘도 달린다. 동행은 행사에 있을 간식 책임자 '꿈꾸는 파티' 김찬주 푸드코디네이터와 함께다. 그녀의 야무진 손에서 빚어진 간식을 미리 시식하며 시식평도 나누고, 오늘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사전 점검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도착이다. 우리를 반겨주는 이는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이설아 대표.  그녀의 반가운 인사는 오늘 행사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무언의 구호처럼 들린다. 홍대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디어 라이프 북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체온을 재고 건강체크, 손 소독을 마친 후에야 입장이 가능했고 가져온 짐들을 하나씩 세팅하기 시작했다.

북카페 내부를 둘러보니 영상 촬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김헌철 두레 통신 대표와 오늘의 주인공이신 다섯 분의 입양 아빠 패널분들, 진행을 맡은 김수하 양이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쇼윈도 너머에서 순서를 맞추고 있다. 코로나 안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헌신과 수고가 따르는 모습이다.



토크콘서트는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에서 입양 당사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매년 진행하고 있는데 2018년과 2019년에는 입양 삼자(생부모, 성인 입양인, 입양부모)의 목소리를 담담히 담아내는 큰 역할을 했다. 오늘은 그간 많은 분들의 입양에 대한 이해와 공감, 격려를 바탕으로 입양 아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야심 찬 기획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마련하게 되었다.  


패널을 소개합니다.


19년 차 입양 아빠 반철진 님: 친생 자녀 큰 아들, 입양자녀 작은 아들을 둔 4인 가족이다.

13년 차 입양 아빠 김대훈 님: 친생 자녀 아들 하나, 입양자녀 아들 셋을 둔 6인 가족이다.

12년 차 입양 아빠 이병기 님: 입양자녀 아들 하나, 딸 하나와 함께 4인 가족이다.

8년 차 입양 아빠 김재홍 님: 친생 자녀 아들 하나 딸 하나, 입양자녀 아들 하나와 함께 5인 가족이다.

5년 차 입양 아빠 김근환 님: 친생 자녀 딸 하나, 입양자녀 아들 하나, 딸 하나, 위탁 자녀 하나와 함께 6인의 가족이다.


토크 콘서트는 패널들의  ‘나의 가족’ 소개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나’ ‘입양 아빠의 정체성’ ‘아이와 입양 말하기 ’ ‘내 아이의 생부모’ ‘뿌리 찾기 어떻게 도울까’ 등의 주제로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아버지와 나'


입양 아빠들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고 당신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이야기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사회생활에 열심히지만 가정에는 빚만 안겨 도움 안 되는 아버지를 둔 패널, 두 살쯤 아버지를 여의고 외아들로 자란 아버지의 결핍된 삶을 보며 우선순위를 가정에 두게 되었다는 패널,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아 만들기와 요리를 즐겨하신다는 패널, 손주들을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에 대한 역할은 배운 것이 없어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는 패널,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아버지학교를 수료하게 되고 자녀와 더 많은 친밀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패널 등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들을 말해주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에 아버지상이 위엄 있고, 권위적이었으며, 그들로 부터 자상한 돌봄을 받지 못했기에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족들의 밀접도가 많은 요즘,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가정폭력사건들이 올라오고 있다. 때론 지금이 2020년이 맞을까? 아동의 인권은 먹고살기 바빴던 전쟁 전 후로 후퇴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부모도 있는 반면, 다섯 입양 아빠 패널들이 자녀에게 다가가고자 한 진심 어린 노력에 감사의 마음이 뭉클하게 올라왔다. 비록 생부모와는 헤어졌지만 새로운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잘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입양 말하기


입양은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근래까지 입양이라고 하면 모두들 죄지은 것 마냥, 혹은 아이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봐 쉬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입양인 또한 여느 아이가 겪는 것처럼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시기들이 온다. 그 시기가 되면 서로 갈등을 견디다 못해 파양 되거나 서로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생채기 내며 불행해하거나, 그냥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참고 살기도 한다. 공개입양이니 비공개 입양이니 선택은 부모가 하겠지만 공개입양이 갖는 솔직함에서 오는 장점이 많기에 최근 공개입양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의 패널들 또한 공개입양으로 인해 겪지 말아야 할 일들을 겪기도 하고, 아픔을 나누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이기며 달려온 이들이다. 그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내겐 참 행운이었다.


입양은 그냥 입양이다


입양을 하는 사정은 모두들 다르다. 입양인으로 살았기에 자연스럽게 입양을 하게 된 경우,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를 갖기 원했지만 난임으로 갖지 못해 입양을 선택한 경우, 입양은 특별한 사람이나 사회 운동가가 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난임으로 입양을 선택하게 된 경우, 베이비 박스에서 입양한 경우 등 다양하다. 특히 베이비 박스는 아이에 대한 역사(출생기록)가 1도 없는 안타까운 현실들을 수 있었다.


각자 입양을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사회자인 김수하 양의 입양인이 말하는 입양에 대한 굵고 짧은 한마디는 모두들 넋이 나갈 정도로 공감하며 가슴에 새겼다. 


"입양 또한 자라나는 과정이고 입양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힘들었다가 괜찮았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한다. 입양은 그냥 입양이다."


수하 양의 말을 곱씹어보니 입양은 좋은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다. 입양은 힘든 것도 아니고 괜찮은 것도 아니다. 입양은 그냥 입양이다. 명품을 말할 것 같은 풋풋한 20대 젊은 그녀가 청중에게 던지는 담담한 말은 가슴 깊이 큐피드 화살이 되어 입양의 모습은 특별할 것도 없는 수많은 인생 중 하나임을 느끼게 했다.


내 아이의 생부모
뿌리 찾기 어떻게 도울까?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에서 말하는 공개 입양은 생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생부모는 아이를 버린 파렴치한도 아니고, 매정한 이도 아니다. 그냥 생부모일 뿐이고 아이의 생명을 지켜준 고마운 분이다. 단지 상황과 형편이 되지 않아 부득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놀라운 것은 생부모와의 생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생부모가 궁금하다고 할 때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입양 삼자 즉, 생부모 성인 입양인 입양부모 삼자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까지가 이들이 준비하고 꿈꾸는 입양의 미래이다.


반철진 님의 입양자녀는 어느덧 훌쩍 커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한다. 아이는 자신이 거쳐 온 곳을 다시금 찾으며 존재 이유와 가치들을 떠올린다.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아이는 2회에 걸쳐 생모에게 등기우편을 보냈으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인생에 최대 좌절을 맛보았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짠하다.


입양이라는 다름의 길을 선택한 것은 후회 없지만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지"라는 말을 아이가 했을 때 "네 잘못이 아이야"라고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이 말은 반철진 님 자신이 아내로부터 들으며 큰 위로가 되었던 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생명은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린 생명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며 존재 이유들을 찾아간다.
그 여행이 때론 죽을 만큼 고단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가족이 주는 큰 위로와 힘을 영양분 삼아 오늘도 살아내는 것이리라.



공개입양에 관심이 있거나 상담을 원하시는 분,
요약한 저의 이야기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http://www.guncen4u.org 방문하셔서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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