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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

2020 입양 엄마 토크콘서트

엄마!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


아이가 뜬금없이 이렇게 질문한다면 엄마인 당신은 뭐라고 답해 주나요?

"당연한 걸 왜 갑자기 물어봐?" 혹은, 

"그래!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 그럼 다리 밑에서 데려 왔을까 봐?"라고 할까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말하는 엄마의 당찬 대답에 아이는 깊은 안도의 숨을 쉴 것이다.'그럼 그렇지 우리 엄마는 진짜 내 엄마라고' 하며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이 질문만은 하지 말았으면' 하고 깊은 고뇌에 빠진 엄마가 있다. 이 질문이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며 대답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하는 엄마도 있다. 그녀들은 바로 입양 맘들이다.



공개입양 가정인 배지영 님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입양'이라는 단어를 노출시켰고, 입양 말하기를 연습하고 실천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입양'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말할 때 아무렇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배우고, 그곳이 엄마 뱃속이라는 것을 알고 와서는 "엄마!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라고 하며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엄마의 말을 기다리는 아이의 간절한 눈빛에 순간 움찔하며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그럼!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 태연한 듯 답하고 말을 이어갔다. "엄마 뱃속은 맞는데, 다른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낳아주신 분은 따로 계셔." 이렇게 말해주며 입양에 대해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표정은 어두웠고 슬퍼 보였다. "속상하구나"라고 말하며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지만 고개만 끄덕이는 아이의 모습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꾹 참고, 손을 잡아주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순간이 공개입양아동에겐 '입양'이라는 단어가 머리로 이해해 오다가 입양되기 전 생부모와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입양'이 가슴으로 내려오는 순간임을 느끼게 된다. 


이런 아픔의 순간을 굳이 맞이해야 할까?

그냥 묻어두고 대충 얼버무리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의 입양은 그랬다. 그냥 처음부터 엄마가 낳은 양 숨기며, 아니 숨길 필요도 없이 굳이 말하지 않으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고 자아가 발달하면서 내가 어디서 왔고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 앞에서 거짓말도 한두 번이지 결국 뒤늦게 발각된 입양의 상처는 서로에게 불편함을 가져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입양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아이가 자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며 부모와 대화할 때 입양자녀는 더 심지가 단단해지리라. 





2020년 8월 29일 

신촌 히브루스 카페 라운지에서 '상 어디에도 없는 입양의 맛'이라는 주제로 5인의 공개입양 엄마들의 토크콘서트가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패널들과 행사 주최인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 관계자 외에 토크콘서트를 관람하는 참여자들이 예약되어 있었으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강화되었기에 소수 정외만 참여하고 대부분 온라인 참여로 전환되어 진행했다.


이날 패널로 초대된 5인은 입양 엄마로서 강산이 변할 만큼 입양 엄마로서의 인생을 꽉 채운 분들이다. 소개하자면 입양 17년 차 임혜자 님, 입양 12년 차 배지영 님, 입양 12년 차 서은주 님, 입양 8년 차 오현화 님, 입양 7년 차 서지형 님이다. 사회는 성인 입양인 이소영 님이 진행을 맡아주셨다. 


입구를 들어서니 우리의 일상이 된 열체크와 손 소독, 마스크 착용과 함께 명단을 체크하고, 

영상 촬영을 담당한 김헌철 대표의 장비점검이 꼼꼼히 이루어졌다.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의 행사 때마다 높은 퀄리티로 입양가족을 섬기는 꿈 꾸는 파티 김찬주 대표의 손과 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코로나 19로 염려와 위험을 안고 모두들 한달음에 달려왔음을 알기에 목 건강에 좋은 인후단을 선사하며 긴장한 패널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장 3시간의 마라톤 토크를 위해 참석자들에게는 도시락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보자기 포장으로 입양가정을 감싸 안은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다는 김찬주 대표는 5가지 맛을 품은 오미자 냉차를 곁들이며 입양의 맛을 공감하는 도시락을 연출하였다.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장 이설아 대표의 인사말로 입양 엄마 토크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주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입양의 맛'이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7년의 입양 세월을 지나오며 수없이 많이 경험했을 입양의 맛(삶)에 대해 때론 담담히, 때론 눈물로 그녀들만의 입양의 맛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입양 토크콘서트는 올해로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입양 엄마들에게 '엄마'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입양을 선택하게 된 경험들, 입양가정으로서 맞게 되는 양육 어려움, 자녀에게 입양 말하기, 어려운 시기를 지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경험들을 들려주었다.


입양 17년 차인 임혜자 님은 8년 전 가정에 큰 어려움이 쓰나미처럼 닥쳐왔다고 했다. 남편의 회사가 문 닫게 되고, 자신의 질병 '루푸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항암제를 투여했던 일, 살고 있던 집에 불이 났던 일 등, 총체적 난관 속에 아이들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고 한다. 입양이 자신의 욕심이었다는 고민과 함께 더 좋은 부모를 만날 수도 있었는데 엄마의 욕심 때문에 미안하다고 했더니 오히려 아이들이 괜찮다고 엄마를 위로해 주어 엄마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힘들 때마다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을 주실 거라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어려운 상황을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주고 차라리 분별력을 키우고 자립을 키우는 기회로 삼기로 했더니 아이들이 잘 견뎠으며, 잘 자라주었다고 회상했다.


입양 엄마 5인의 패널들이 말하는 입양의 맛은 어떤 맛일까?


각자 다른 시간과 경험들을 지나온 입양 엄마들, 현재 어떤 입양의 맛(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아픔, 상실과 애도, 행복과 성장)을 느끼고 있을까?

입양 7년 차인 서지형 님은 아들 딸과의 시간을 달콤하고 말랑말랑하지만 가끔씩 새콤새콤하기도 한 맛이라고 했다. 서은주 님은 해리포터 책에 나오는 젤리빈 맛인 것 같다며 아이가 어릴 땐 참 달콤하고 행복한 맛이었는데 점점 자라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과 질문에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매운맛, 귀지 맛, 코딱지 맛 등 의 맛도 있다고 했다. 오현화 님은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밍밍한 미역국 맛이라고 했다. 육아와 살림에 소질이 없다고 느껴서인지 입양이라는 것에 그다지 매여 있지 않아 밍숭맹숭하기도 하고 목이 마른 것도 아니고 달달한 것도 아닌 그냥 그런 오늘을 사는 맛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패널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듣고 있던 참여자들은 이제 입양을 준비하거나, 성인 입양인으로서 입양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어 참여했다는 분도 있었다. 성인 입양인은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입양을 준비 중이라는 부부는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다양한 연차의 선배들의 이야기가 너무 도움이 된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함께하지 못했지만 입양의 맛을 전해주었던 성인 입양인 정기 님의 머핀 맛 비유에 대해 적으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입양은? 처음엔 무의미한 아무 맛이 없는 텁텁한 밀가루 같았는데 점점, 

'내가 누굴까?' 

'입양이란 무엇일까?'

'친부모님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처럼 계란의 비린 맛 같고, 소금처럼 짠맛 같지만 누군가 위로해 주고 조언해주는 아주 달콤한 설탕이 더해지더라. 이 모든 것을 섞은 반죽을 본인이 살아온 세월이라는 오븐에 구워내면 아주 달콤한 머핀이 되죠.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는 

입양자녀와 입양부모가 굳건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입양 삼자 즉 생부모, 성인 입양인, 입양부모가 건강한 정체성을 갖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입양 토크콘서트, 입양 삼자 자조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입양에 대해 궁금하거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문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건강한 입양 사후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아낌없는 후원의 손길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http://www.guncen4u.org/


주최: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
후원: 아동권리보장원
스태프: 이설아 대표 / 남미경 선생님 / 박인미 선생님 / 최송자 선생님
영상 촬영 및 제작_김헌철 대표 / 푸드코디네이터_김찬주 대표 /사진 촬영_고경애 브런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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