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모두가 사랑하는 남자

나만 아는 그의 냉담함

by 황규진

그의 친구나 동료들을 만나는 날, 당신은 어김없이 찬사를 듣는다.


"정말 좋은 사람 만났네요. 이렇게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는 드물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깊은 위화감이 피어오른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이, 과연 내가 아는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그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절과 다정함은 당신 앞에서만 증발해버린다.


마치 같은 사람을 두고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의 그와 집에서의 그


그는 밖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다.


직장에서는 묵묵히 동료를 돕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며, 식당에서도 점원에게 공손하게 말한다. 그의 휴대폰에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들이 쌓여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고 "정말 인품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타인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누가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가 괜찮냐고 묻고, 누군가 좋은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작은 선물을 챙겨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집 앞 주차장에서부터 뭔가 달라진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그의 표정이 무너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말이 없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깊게 한숨을 쉰다. "아, 피곤해"라는 말과 함께 소파에 몸을 맡긴다.


당신이 "오늘 어땠어?"라고 물으면 "그냥 그랬어"라고 대답한다. 친구들과 그렇게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 없다.



내가 아는 그는 다른 사람


당신 앞에서 그는 마치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진 것처럼 에너지가 없다.


밖에서 모든 친절을 다 써버리고 온 것처럼, 당신에게는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당신이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도 "응, 그래"로 대충 넘기고, 당신의 걱정이나 고민에는 "너무 생각하지 마"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있을 때 그렇게 재미있게 농담하던 그가, 당신 앞에서는 웃음을 잃는다. 밖에서는 그렇게 세심하게 챙기던 그가, 집에서는 당신이 감기에 걸려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그와 당신이 아는 그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 마치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내가 뭘 더 해야 해?"


당신이 이런 서운함을 표현하면,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밖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루 종일 사람들 신경 쓰느라 진이 빠져. 집에서까지 그래야 해?"


이 말 앞에서 당신은 할 말을 잃는다. 그가 밖에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늘 그를 칭찬하니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네가 뭘 더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


그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좋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를 좋다고 하니까, 당신의 불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세상과 나 사이의 온도차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다.


"그래도 그 사람 정말 좋잖아. 내가 봐도 너무 괜찮은 사람인데, 네가 좀 예민한 거 아니야?"


그의 좋은 평판이 당신의 현실을 가린다. 당신이 느끼는 냉담함은 당신만의 착각이 되어버린다.


당신은 점점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저렇게 좋은 사람인데 내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그래서 당신은 입을 다물게 된다. 그의 좋은 평판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까다로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은 깨닫는다.


그에게는 두 개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바깥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안쪽 세상이다.


바깥 세상에서 그는 에너지를 쏟아부어 완벽한 사람이 된다. 안쪽 세상에서 그는 그 모든 에너지가 바닥난 채로 무기력하게 있다.


당신은 그의 바깥 얼굴은 보지만 안쪽 마음은 만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안쪽은 모른 채 바깥 얼굴만 본다.


그래서 당신만 외롭다. 모두가 사랑하는 그 남자 옆에서, 당신 혼자만 그의 다른 면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마주한 가장 외로운 진실이다.


세상의 찬사와 당신의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그 고독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