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한국 나이로 26살이다. 만 나이론 반오십.
25살인 작년 여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지금까지 거쳐온 직장이 네 곳에 달한다. 그 이유는 인턴으로 짧게 짧게 여러 회사에서 일해왔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턴 경험, 충분히 많은 나다. 정말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뭐랄까.. 경력이 있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없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사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첫 인턴 일을 기자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학교 현장 실습 연계로 갈 수 있는 회사는 마케팅, 언론사, 광고사, 일반 회사 등 다양했는데 난 학창시절부터 언론인이 되고 싶었기에 고민 없이 언론사 면접을 봤고, 합격해서 다니게 됐다. 말하자면 길지만, 힘든 일이 참 많았던 내 첫 회사는 내게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쯤 정규직 기자 자리를 권했지만 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복학생 신분인지라 정중히 거절하고 그곳과의 짧은 듯 길었던 인연을 마무리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정규직으로 쉽게 어딘가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계약직 일을 통해서라도 내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경력직으로 이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주변 동기나 친구들 중에서 정규직 신입으로 공채에 합격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친구는 한 명밖에 되지 않는다. 신입 공채, 그 중에서도 정규직 신입을 뽑는 공고는 가뭄에 콩 나듯이 올라온다.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막상 친구들을 보면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조차도 쉬워보이진 않는다. 계약직도 '경력직'만을 요구한다면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단 말인가. 누구는 내게 '계약직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부럽다고 말한다. 맞다. 계약직이지만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돼 내게 주어진 일을 매일 묵묵히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다. 이것도 쉽게 주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 노동의 기쁨을 느끼고자 노력한다. 일을 즐기면 일의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찌저찌 앞도 보고 뒤도 살피며 천천히 걸어오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현재 나는 기자다. 그중에서도 연예부 소속이다.
산업부, 이슈취재부 인턴을 거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연예부에 발을 들이게 됐다.
평소 음악 듣는 것, TV 예능,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가요, 영화, 방송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두루두루 섭렵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저 한 명의 소비자로서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연예 분야에서 일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연예부에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가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봄, 가을마다 야외 페스티벌에 가는 취미가 있다. 그날도 매년 가던 페스티벌을 갔고, 대중적이진 않지만 나름 팬층이 꽤 두터운 한 인디가수의 노래를 듣게 됐다.
한참 음악에 빠져 있는데 평소 좋은 노래들을 많이 내는 그 무명 가수가 무대에서 미발매 신곡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무려 최초 공개였다.
그 순간 해당 신곡을 작업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왜 그 곡을 만들게 됐는지 등 궁금한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직접 인터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되어 본업에 충실한 가수와 배우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재밌겠다..'
이날을 기점으로 난 연예부에서 기자 생활을 경험해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